수입차의 황당한 스파이샷 서비스 '직접 찍어 제보까지'

  • 입력 2019.04.29 08:00
  • 수정 2019.04.29 12:4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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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종은 인터넷 따위에서 '관심종자'를 줄여 부르는 말이다. 모를리 없겠지만 관심종자는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나 그 부류를 말한다. 공식 출시되기 이전의 자동차는 대개 관종의 대상이 된다. 위장막 또는 랩핑으로 실체를 감춘 신차의 스파이샷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그런 이유다.

며칠 전, 몇 개의 자동차 매체가 국내에 공식 출시되지 않은 미국산 수입 SUV 스파이샷을 경쟁적으로 보도했다. 국내에서 볼 수 있는 스파이샷 대부분은 국산차다. 그러나 화제가 된 스파이샷은 차량 전체가 랩핑된 보기드문 수입차였고 국내 출시를 앞두고 제법 관심이 쏠려 있는 모델이었다.

수입 SUV 중 베스트셀링카이기도 한 이 모델의 스파이샷은 곧 바로 동호회, 자동차 관련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번졌다. 그런데 스파이샷치고는 래핑이 엉성했고 사진은 너무 반듯했다. 무엇보다 이 모델의 스파이샷이 지금 등장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이미 북미 시장에서 완전 공개된 모델이었다.

오토헤럴드에 제보가 왔다. 보도에 나간 스파이샷 이미지가 실은 국내 수입차 업체가 직접 위장막 랩핑을 해 사진을 찍은 후 일부 매체에 보도를 조건으로 전달한 '가짜'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짜 스파이샷을 전달받은 매체들은 친절하게도 '독자 제보'로 둔갑시켜 상세한 설명을 달아 보도했다.

정리하면 수입사가 이미 해외에서 외관과 실내, 상세 제원까지 공개된 모델을 들여와 국내에서 어설프게 랩핑을 하고 서울 시내에서 누군가 몰래 찍은 사진처럼 직접 '스파이샷'을 만들어 매체에 전달하고 이 매체는 '독자가 제보한 스파이샷'을 특종처럼 보도했다는 것이다.

올해 초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외관, 실내, 파워트레인, 상세 사양 명세와 가격까지 완전히 공개된 모델이 국내로 들어와 느닷없이 위장막에 가려져 서울 도심을 조심스럽게 헤집고 다닌 미스테리한 신차가 된 것이다. 자동차 업체가 스파이샷을 고의로 노출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신차 출시전 관심을 끌려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지만 대부분은 도로 주행 테스트 과정에서 어쩔수 없이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해외는 스파이샷을 전문으로 하는 매체나 파파라치도 흔하다. 공개적으로 위장막 차량 테스트 현장에 초청을 받아 가고 그곳에서 직접 스파이샷을 찍어 보도하는 것도 심심치 않은 일이다.

그러나 자동차 업체가 이미 완전 공개된 신차의 스파이샷을 직접 연출해 촬영하고 이를 특정 매체에 전달하고 우연히 이를 본 일반인이 포착한 것처럼 둔갑시켜 기사 작성을 의뢰하는 것은 온당치 못한 짓이다. 그런 것을 뻔히 알면서 '독자의 제보'라던가 '단독 촬영'으로 보도하는 것도 다르지 않다. 뉴스를 조작한 것과 다르지 않다.

자작 스파이샷을 만들어서라도 관종이 되고 싶은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라는 상품이 소비자의 관심을 받아야 하는 것도 맞는 얘기다. 현행법에 저촉될 일도 아니다. 그런데 방법이 그래서는 안된다. 서양에서는 관심종자를 환자로 분류하기도 한다. 오죽했으면 그랬을까라는 동정이 가기도 하지만 그런 자작극 이제 멈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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