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가 개척한 픽업트럭 시장, 2020년 ‘폭풍 성장’ 전망

  • 입력 2019.04.11 12:05
  • 기자명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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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가 개척하고 오랫동안 독점 체제를 굳혀 온 픽업트럭 시장의 지각변동이 다가왔다. 현재 렉스턴 스포츠 1종만 판매되고 있는 시장에 내년까지 무려 4종의 신차가 출시되면서 폭발적인 성장기를 맞이할 것으로 기대된다.

내년까지 신차 4종… 렉스턴 스포츠 ‘긴장’

업계에 따르면 2020년까지 국내 자동차 시장에 출시가 확정된 픽업트럭은 4종이다. 당장 연내에 쉐보레 콜로라도의 출시가 확정됐고, 포드 레인저, 이스즈 D-맥스, 지프 글래디에이터 등 다양한 브랜드의 신차가 일정을 조율 중이다. 신차는 모두 수입 모델로 기존에 판매 중인 렉스턴 스포츠와는 다소 시장이 다르지만, 그럼에도 렉스턴 스포츠의 독점 체제가 무너지면서 소비층도 다양하게 나뉠 전망이다.

제일 먼저 한국 땅을 밟는 쉐보레 콜로라도는 미국의 동급 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베스트셀러 모델이다. 당초 올해 초 출시가 예고됐으나 물량 확보 등의 문제로 올 하반기로 출시 시기가 늦춰졌다.

쉐보레는 올해 서울모터쇼에서 콜로라도의 출시를 확정하고 공식 웹사이트에 차량 소개 페이지까지 만들어 사전 마케팅에 나섰다. 국내에 출시되는 사양은 3.6리터 V6 가솔린 엔진과 5인승 크루캡이 적용된 모델로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춰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했다. 다만 디젤 엔진이 출시되지 않는 건 약점으로 작용한다.

포드 역시 지난해부터 레인저의 국내 출시를 준비 중이다. 레인저는 해외 시장을 평정한 뒤 미국 시장으로 컴백한 포드의 중형 픽업트럭이다. 당초 포드는 마니아층이 두터운 풀사이즈 픽업 F-150의 출시를 검토했으나, 큰 차체 탓에 국내 도로환경과는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레인저를 먼저 수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레인저는 첨단 주행 보조 기능을 갖췄을 뿐 아니라 다양한 엔진 라인업을 갖춘 것이 장점이다. 북미 시장에서는 2.3리터 에코부스트 엔진만 판매되지만 유럽에서는 2종류의 디젤 엔진이 탑재된다. 국내에는 선호도가 높은 디젤 모델이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3.5톤 상용 트럭만 수입 중인 이스즈는 동남아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중형 픽업트럭 D-맥스를 내년 1분기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D-맥스는 쉐보레 콜로라도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모델로, 동남아, 중국, 인도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한다. 남미 등 일부 시장에는 쉐보레 엠블럼을 달고 판매되기도 한다.

D-맥스는 동남아와 중국 등지에서 생산돼 국산 모델과 견줄 만한 가격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또 4종류의 디젤 엔진이 제공돼 다양한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 다만 경쟁 모델들에 비해 떨어지는 브랜드 인지도와 빈약한 서비스 인프라는 약점으로 작용한다.

지프 글래디에이터는 다른 모델들과는 차별화된 개성이 특징이다. 지프의 대표 오프로더, 랭글러의 픽업트럭 버전으로 내년 초 북미 출시를 앞두고 있다. 국내 시장에는 내년 하반기 출시될 전망이다.

글래디에이터는 랭글러와 비슷한 수준의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 아이코닉한 지프 특유의 디자인이 강력한 무기다. 국내에서도 출시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으는 등 스타일리쉬한 픽업트럭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노린다.

다양한 픽업트럭이 출격을 준비하면서 쌍용차도 긴장하는 모양새다. 국내 생산인 렉스턴 스포츠와 달리 신차들은 전량 수입 모델로 가격이나 사양 면에서 한국 시장에 최적화되지 않았다는 한계는 있지만, 픽업트럭에 대한 노하우가 풍부한 포드와 쉐보레, 중저가 픽업트럭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이스즈, 프리미엄 시장을 노리는 아이코닉한 지프 등 각 모델 별로 차별화된 경쟁력이 있는 만큼 쌍용차는 안심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갑자기 주목받는 픽업, 왜?.. 현대차도 첫 픽업 준비중

‘트럭’이라고 하면 캡오버 형태의 1톤 트럭이 주류였던 한국 시장에서 때 아닌 픽업 돌풍이 부는 이유가 있다. 우선은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 영향이 크다. 레저 및 캠핑 인구가 급증하고 수도권에서도 도심지보다 외곽 신도시 거주자가 늘어나면서 적재공간이 넓고 실용성이 뛰어난 픽업트럭을 자가용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수 년 간 지속된 자영업자 비율 증가와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DIY 소비 증가도 픽업트럭 수요에 불을 지폈다. 픽업트럭은 승용 SUV와 상용 트럭의 역할을 모두 수행할 수 있어 자영업자에게 SUV의 실용적인 대안이 된다. 창고형 대형마트, DIY 가구점 등이 생겨나면서 미국의 근교 거주자처럼 픽업트럭에 짐을 가득 싣는 소비자들을 보는 것도 낯설지 않다.

국내 픽업트럭 시장의 잠재력은 렉스턴 스포츠의 성공을 통해 검증됐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렉스턴 스포츠는 지난 해에만 4만 대 넘게 팔렸고 올해 들어서도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쌍용차 역시 인기에 부응해 적재함을 늘린 렉스턴 스포츠 칸을 출시한 바 있다. 향후 수입 픽업트럭이 대거 출시될 경우 렉스턴 스포츠와의 직접 경쟁 외에도 잠재 수요를 끌어내면서 픽업트럭 시장 전체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통적인 ‘픽업 천국’ 미국 외에도 유럽, 중국, 한국 등지에서 픽업트럭의 수요가 늘어나자 현대차도 픽업트럭 출시를 준비 중이다. 현대차는 앞서 2015년 ‘싼타크루즈’ 픽업트럭 콘셉트카를 선보여 호평 받은 적 있다. 콜로라도, 레인저보다 작은 컴팩트 픽업트럭 싼타크루즈는 지난해 양산이 확정되면서 본격적인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차세대 투싼과 설계를 일부 공유하며, 출시 시기는 이르면 2021년 상반기로 점쳐진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픽업트럭 시장은 수십 년째 포드가 독보적인 1위를 지킬 정도로 보수적인 시장이기 때문에 싼타크루즈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내부적으로도 오랫동안 검토가 이뤄졌다”면서 “미국 외에도 내수를 비롯한 다양한 시장에서 픽업트럭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는 데다, 미개척 시장인 컴팩트 픽업트럭 시장에 뛰어드는 만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픽업트럭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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