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참패 예상 깬 서울모터쇼, 자동차가 아니어도 좋았다

  • 입력 2019.04.08 08:15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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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쇼에 참가하지 않는 자동차 업체가 예년보다 많았고 눈에 띄는 신차가 절대 부족한 가운데 열린 2019 서울모터쇼가 최근 가장 많은 관람객을 끌어들이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서울모터쇼조직위에 따르면 올해 전시장(일산 킨텍스)을 찾은 관람객은 63만여명으로 2015년과 2017년 기록한 61만여명보다 2만여명 증가했다. 폐막일인 12시 집계한 잠정치여서 실제 관람객 수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서울모터쇼가 참가업체의 수, 그리고 월드 프리미어가 절대 부족인 상황에서 흥행에 성공한 요인은 단순하게 차량만 전시하던 이전의 모터쇼와 달리, 참가업체가 관람객과 직접 소통하고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완성차 이외 업종의 활발한 참여로 볼거리를 확장한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조직위는 올해 모터쇼에 소개된 월드 프리미어가 7종이라고 주장(?)했지만, 대부분이 기존 모델의 파생 또는 페이스 리프트 버전에 불과했다. 모터쇼의 흥행 가능성을 미리 따져 볼 때, '신차나 콘셉트카'의 월드 프리미어 규모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따라서 올해 서울모터쇼는 '참패'가 당연했다.

공식 개막전 열리는 미디어 대상 프레스 데이 첫날에도 대부분의 기자는 서울 모터쇼의 참패를 예상했다. 볼만한 신차가 절대 부족했고 참가업체의 수가 줄면서 완성차에 비해 관심이 덜한 중소기업의 부스가 예년보다 널찍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썰렁하고 한가한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매년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열리는 국내 모터쇼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이런 예상이 보기 좋게 깨졌다. 관람객의 수로만 봐도 서울모터쇼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각각 24종, 150종의 신차가 공개된 디트로이트, 제네바 모터쇼와 비슷했다. 신차의 규모, 모터쇼가 갖고 있는 의미와 비교했을 때 서울모터쇼가 흥행 반전을 이뤄낸 셈이다.

서울모터쇼가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도록 한 첫번째 요인은 참가업체가 관람객과 직접 소통하는 프로그램을 대거 도입한 것이 주효했다. 대부분의 완성차 부스는 자동차 전시 면적 이상으로 크게 관람객이 자사의 기술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전시존을 운영했다. 모터쇼에서 가장 인기를 끈 것도 관람객이 직접 만져보고 경험해 볼 수 있는 각 부수의 체험존이었다.

조직위는 "참가업체들이 개막공연, 축사와 같이 의례적인 행사 프로그램을 축소하고 직접 자사의 신기술과 신제품을 소개하는 키노트 스피치를 처음 도입한 것이 모터쇼의 관심을 높이는데 기여했다"라고 말했다. 현대차와 SK텔레콤 자트코코리아가 올해 처음 키노트 스피치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르노삼성차와 한국지엠, 쌍용차 그리고 수입차 브랜드 대부분도 부스를 찾은 관람객을 대상으로 직접 제품을 설명하고  다양한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모터쇼를 찾았던 이병혁 씨(55. 충남 천안시)는 "서울모터쇼를 여러 번 찾았는데 올해가 가장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전시된 차량을 쭉 돌아보기만 했던 예년과 다르게 좋아하는 브랜드의 자동차에 대한 기술과 역사, 그리고 상세한 제품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올해 서울모터쇼는 전시 개념에서 체험 위주로 그리고 연관 산업은 물론 다양한 분야와 손을 잡는다면 '권위와 실효성'이 추락한 모터쇼가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조직위도 올해 서울모터쇼를 새로운 기회의 시발점으로 보고 있다. 정만기 위원장은 "체질 개선을 통해 CES, MWC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가능성과 아시아 대표 모빌리티쇼로의 발전 가능성을 동시에 엿봤다”라며 "서울모터쇼를 완성차 및 부품업계뿐만 아니라 통신업계, 전장기업, 에너지 기업 등이 참여하는 아시아 대표 모빌리티쇼로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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