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를 위협하는 새로운 복병, 외국계 완성차의 역수입

  • 입력 2019.03.25 13:3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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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이쿼녹스, 르노 트위지, 르노 마스터, 쉐보레 트래버스(시계방향)

한국지엠이 쉐보레 브랜드의 대형 SUV 트래버스와 픽업 콜로라도, 초대형 SUV 타호를 서울 모터쇼에 전시한다. 트래버스와 콜로라도는 올 하반기 투입이 유력한 상태다. 이렇게 되면 쉐보레는 임팔라와 이쿼녹스 그리고 카마로, 볼트 등을 합쳐 국내 외자 브랜드의 역수입 판매 모델이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많아지게 된다.

르노삼성차는 QM3 또 르노 브랜드로 클리오와 트위지 그리고 상용차 마스터를 국내로 들여와 팔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역수입 형태의 OEM 수입차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OEM 수입차량은 약 2만여 대로 전년에 비해 14%가량 증가했다.

쉐보레 트래버스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고 르노 마스터도 버스 등으로 트림을 늘려나가고 있어 올해 OEM 수입차는 3만 대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국내 생산 차량이 아닌 모기업의 해외 생산 차량을 들여와 파는 일이 잦아지면 내수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차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현대차 마케팅 관계자는 "이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비교적 쉽게 그리고 빠르게 시장 상황의 변화에 맞춰 대응을 할 수 있기 때문에 OEM 수입 차종이 무한대로 늘어날 수 있다고 본다"라며 "반대로 우리는 해외 생산 차종의 국내 역수입이 여건상 가능하지 않은 일이어서 고민이 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개발한 현지형 모델의 반응이 국내로 전이되는 사례가 있어도 노조의 벽에 막혀 국내 역수입이 불가능한 구조를 갖고 있다. 세단에서 SUV, 다시 세단의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해외에 마땅한 모델이 있어도 기획과 개발 단계를 거쳐 뒤늦게 대처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일반적인 수입차 브랜드와 달리 OEM의 경우 시장 상황에 빠르게 대응하고 진출이 용이한데다 국내 소비자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이점을 갖고 있다. 판매와 애프터 서비스 네트워크가 비교적 탄탄한 가운데 필요한 차량만 공급하면 되기 때문이다. 일반 수입차에서 고질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서비스 불만이 그만큼 적은 이유이기도 하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현대차와 기아차의 틈새를 효율적으로 공략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OEM 수입차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르노 트위지는 지난해 1500여 대, 미니밴 마스터는 265대가 팔렸다. 쉐보레 머슬카 카마로도 224대를 기록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에 경쟁차가 없는 상황에서 판매 대수가 신경을 쓸 정도는 아니지만 확산의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의 의견이다.

한국 자동차 산업 협회 관계자는 "OEM의 경우 가격의 유불리를 떠나 국산차와 다르지 않은 환경에서 구매를 하고 유지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생산 설비에 대한 추가 투자 없이 신속하게 수요가 있는 차종을 투입하거나 빼 낼 수 있기 때문에 국내의 외자 브랜드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더 빠른 속도로 차종이 늘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외자 완성차 업체의 OEM 수입차 확산은 현대차와 기아차 같은 토종 메이커의 잠재적인 위협이자 새로운 복병이 되고 있다. 특히 미니 승합, 소형 화물, 대형 SUV 등 사실상 토종 브랜드가 시장을 독점해왔던 시장을 노린 OEM 수입차의 인기가 확산하면 점유율 수성에도 비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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