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508, 유럽에서 파사트를 제압한 플래그십 세단

  • 입력 2019.03.25 08:51
  • 수정 2019.03.25 08:52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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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의 수장 '장 필립 임파라토' CEO는 최근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세단의 바람이 불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 증거가 푸조의 플래그십 "508"이라며 "D세그먼트 세단이 요구하는 모든 것을 갖춘 508이 출시 4개월 만에 폭스바겐 파사트, 르노 탈리스만을 제치고 동급 선두 주자로 자리를 잡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전 세계 주요 자동차 산업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SUV의 기세가 아직 꺽이지 않은 것 같은데도 그는 '세단의 귀환'이 시작됐다고 자신했다. 운전을 즐기려는 사람이 늘고 있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세단이 적합한 차종이고 푸조 508의 핵심 메시지 ‘즐겨라(Enjoy)’가 그걸 노린 것이라는 얘기도 숨기지 않았다. 

플래그십의 틀을 깬 '쿠페'=브랜드의 플래그십이라고 해서 반드시 덩치가 클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해도 푸조 플래그십 508의 체구는 왜소하다. 여기에다 대부분의 플래그십이 차분한 외모를 갖고 있는 것과 다르게 508은 패스트백의 정통 쿠페 스타일을 갖고 있다.

508도 이전에는 일반적인 세단의 외모와 비례를 갖고 있었다. 장 필립 임파라토 CEO는 508의 파격적인 디자인 변화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 "푸조 508의 핵심 메시지는 ‘즐겨라(Enjoy)’이다. 운전자가 모든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디자인을 특징으로 해야 했다"라고 말했다.

확실한 소구점을 갖고 디자인을 한 탓에 508은 누가 봐도 독특하고 유별난 외모를 갖고 있다. 낮은 전고, 노면에 쫙 달라붙는 스탠스, 트렁크 도어에 뒷 유리창이 붙어 열리는 패스트백으로 끝나는 미려한 루프라인은 그냥 그대로 날렵한 고성능 쿠페와 다르지않다. 

운전석의 프레임리스 도어를 반쯤 열고 살짝 떨어져 바라보면 그 미려함이 극에 달한다. 도어 안쪽의 굵직한 라인, 황금색 스티치, 탄소섬유, 그리고 살짝 드러난 육각형 운전대가 시선을 확실히 붙잡아 둔다. 예전의 푸조에 예외없이 따라다닌 복잡하고 불규칙한 선, 느닷없는 볼륨들이 차분하고 간결하게 다듬어진 것도 변화다.

운전자의 운전자를 위한 운전자에 위한=4개의 에어벤트가 정확하게 수평을 유지하는 실내 레이아웃, 그리고 콕핏의 구성은 온전히 운전자 중심이다. 운전석 쪽으로 살짝 방향을 튼 센터 페시아는 모니터에 대부분의 기능을 집어넣어 놨다. 공조나 오디오, 전화 등 자주 쓰는 버튼들이 피아노 건반 같은 모습으로 중앙 부분에 자리를 잡고는 있지만 사용을 하기는 불편하다.

시트 열선 등을 빼면 대부분의 기능이 버튼을 누르고 모니터를 터치하는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만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불편이 508 실내의 전반적인 느낌을 부정적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그립감, 조작감이 특별한 운전대, 남다른 변속기 레버, 무엇보다 화려하면서도 잘 정제된 그리고 유용한 클러스터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을 만큼 세련미가 넘친다.

가죽과 직물이 혼용된 시트의 촥좌감도 뛰어나다. 가죽으로 뒤덮은 시트보다 하부를 고정하는데 유용하고 콘솔부, 대시보드, 도어 그립 등의 가죽 마감재가 주는 촉감, 또 적당한 쿠션도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508이 추구하는 운전의 재미가 우리나라 소비자에게 먹힐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결정적으로 실내 공간이 열세다. 전장(4750mm), 전폭(1860mm), 휠베이스(2800mm)의 수치가 동급의 경쟁 모델과 크게 다르지는 않은데 엄청난 좌우 두께의 콘솔때문에 동승자는 무릎이 불편하다고 호소했고 2열 탑승자는 낮은 전고(1420mm)에 계속해서 불만을 토로했다.

여기에서 장 필립 임파라토 CEO의 얘기 하나를 더 언급해야 겠다. 그는 "508이 지나치게 운전자 중심으로 설계된 것 같다"라고 지적하자 "그런 공간을 원한다면 3008이나 5008을 타면 된다"라고 말했다. 508이 운전의 재미, 그걸 즐길 수 있는 운전자를 위한 차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경쾌하고 빠르게=2.0 BlueHDi에 EAT8 8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린 구동계는 삼삼하다. 최고출력 177마력, 최대토크 40.82kgf.m의 넉넉한 동력 수치가 말해주는 것처럼 원하는 시점, 필요한 구간에서 부족하지 않게 달려준다. 인상적인 것은 발진 성능이다. 가속페달을 압박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한 순간도 머뭇거림없이 경쾌하게 속력 수치를 상승시켜준다.

직관적이고 빠르게 반응하는 핸들링, 코너를 험하게 공략해도 흐트러지지 않는 차체 안정성, 그리고 자칫 부주의한 순간에 적절하게 개입해 주의를 주는 세이프티 플러스 팩의 유용성도 경험했다. 푸조의  세이프티 플러스 팩은 크루즈 컨트롤, 액티브 세이프티 브레이크 및 차간거리 경고, 차선 이탈 방지(LKA), 오토 하이빔 어시스트 등 첨단 운전 보조 시스템으로 구성돼 있다. 

다만, 때때로 지나치게 민감해서 운전 집중력을 떨어트리는 것에 신경이 쓰인다. 예를 들어 주변 장애물이 전혀 없거나 상관없는 거리를 두고 있는데도 경고음이 들리거나 측후방 차량이 이미 지나갔는데도 사각지대 경고가 계속 켜져있는 식이다. 좀더 정확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총평>가격이 훌륭한 것, 푸조 508의 최대 경쟁력이다. 508의 가격은 1.5 BlueHDi 엔진을 탑재한 알뤼르를 시작으로 2.0 BlueHDi 엔진을 탑재한 알뤼르와 GT 라인, 그리고 GT까지 총 네 가지 트림으로 출시하며, 가격은 각각 3990만원, 4398만원, 4791만원, 그리고 5129만원으로 구성됐다. 

최고출력 130마력, 최대토크 30.61kgf.m의 성능을 갖고 있는 1.5 BlueHDi만으로도 508의 매력이 충분하다는 점에서 4000만원대 아래의 플래그십, 그차가 운전의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매력적이다. 게다가 508 1.5의 연비는 14.6km/ℓ(도심 13.4km/ℓ, 고속 16.6km/ℓ)이나 된다. 

이 정도면 장 필립 임파라토 푸조 CEO가 자랑스럽게 이야기 한 것처럼 유럽에서와 같이 여기에서도 폭스바겐 파사트 그리고 르노삼성의 SM6(르노 탈리스만) 정도는 제압을 해야 한다. 먼 나라 얘기로 끝나서는 안된다. 마지막으로 푸조 508을 이렇게 정리한다. 운전자를 위해 운전의 재미에 초점을 맞춰놨고 그래서 패밀리 세단으로 쓰기에는 몇 가지 불편함이 있지만 프랑스의 감성이 가득한 짠돌이 플래그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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