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포함되는 각종 옵션은 자동차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충성고객을 유지하는 큰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소비자의 자동차 평가가 한두 가지 요소가 아니라 종합적이고 감각적으로 이뤄진다는 측면에서 가성비 높은 이미지가 되려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수입차는 국가별 옵션이나 특성이 다른 관계로 공통 옵션만 탑재를 하고 국가별 옵션은 특별히 큰 시장이 아니면 배제되는 반면 최근 현대ㆍ기아차는 이러한 자동차 용품을 많이 적용하고 있다. 국산차를 중심으로 자동차 용품성격이 큰 편의 옵션의 탑재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하이패스 기능이다. 하이패스 게이트가 크게 늘어나고 있고 고속도로를 자주 운행하는 차량에는 필수적인 기능이다. 하이패스 기능은 애프터마켓에서 중소기업 중심으로 공급된 대표적인 편의장치였다. 예전의 유선 방식에서 무선방식도 많이 보급되고 있고 모양 자체도 세련돼 차량 위에 올려놓아도 괜찮은 품목이 됐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서 룸미러에 내장된 기본 품목으로 모든 차량에 탑재되기 시작했다. 국내 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하는 현대ㆍ기아차에도 이 기능이 탑재되면서 일반 중소기업 제품이 시장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 이 때문에 하이패스 단말기를 초기부터 제작하고 개선해 판매한 중소기업은 졸지에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경우는 다르지만 유사한 사례가 네비게이션에도 있다. 메이커의 빌트인 제품보다 정확도와 업데이트의 편의성이 좋은 애프터마켓용 네비게이션이 인기를 끌면서 중소기업 제품이 위력을 떨쳤지만 휴대폰의 실시간 지도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휴대폰 거치대 시장만 커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됐다.
이번에는 현대차 신형 쏘나타에 영상 블랙박스가 탑재된다는 소식에 관련 업체에 비상이 걸렸다. 앞으로 출시되는 모든 차종에 영상 블랙박스를 기본적으로 내장시켜 출시한다는 것이 현대ㆍ기아차의 계획이어서 충격이 더 크다. 휴대폰과의 연동성은 기본이고 커넥티드카, 스마트카의 특성을 갖고 내장형 카메라를 이용한 자연스런 영상 블랙박스의 기본 탑재에 소비자의 선택이 몰릴 수 밖에 없다.
영상 블랙박스는 현재 대부분의 차량에 탑재되고 있는 필수 장비다. 우리 중소기업의 영상 블랙박스 기술과 품질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해외로 왕성하게 수출되는 품목이기도 하다. 이러한 공로에는 초기부터 제품을 개발하고 개선해오면서 고생하고 매진한 중소중견 기업이 있다. 그러나 현대ㆍ기아차가 내장형 영상 블랙박스를 신차에 탑재하기로 결정하면서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 할 수 있으나 결국 중소 중견기업의 피해는 당연하다. 앞서의 하이패스와 같이 초기부터 열심히 시장을 개척하고 다양한 연구개발을 통해서 시장 활성화에 성공했더니 대기업의 내장형 기본 장치가 되면서 중소기업 먹거리에 숟가락을 얹는 것과 다르지 않게 됐다.
현대ㆍ기아차 같은 대기업이 초기부터 시장을 개척한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고려하지 않고 소비자의 편익만을 앞세워 중소기업의 시장을 잠식하는 악재가 반복된 것이다. 그 동안 영상 블랙박스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돼 메이커 등 대기업이 진출할 수 없는 업종이었으나 지난 2014년 제외되면서 대기업의 진출은 시간문제였다.
현대ㆍ기아차도 중소중견 기업에 대한 진정한 상생을 생각하고 함께 나아가야 한다. 진정한 글로벌 강소기업을 육성하여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한 독일의 상생 시스템을 참조하고 고민해서 판단했으면 한다. 아무 것도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과 같은 상대적 입장에서는 생사가 걸린 심각한 문제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