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의 도발 '폭스바겐 전기 레이스카 실망' 내연기관으로 승부

  • 입력 2019.03.12 16:57
  • 수정 2019.03.12 20:21
  • 기자명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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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자동차 회사 푸조가 독일의 폭스바겐을 상대로 화끈한 선전포고를 했다. 지난해 폭스바겐이 전기 레이스카로 힐클라임 대회에서 세운 세계 신기록이 “기대에 못 미쳤다”고 혹평하는 한편, 내연기관 레이스카로 그 기록을 깰 수 있다고 선언했다.

푸조의 고성능 및 모터스포츠 사업을 총괄하는 푸조 스포츠의 브루노 파민(Bruno Famin) 사장은 파이크스 피크 국제 힐클라임 대회와 관련, 폭스바겐 I.D. R이 지난 해 대회에서 세운 기록이 “훨씬 더 빠를 수 있었다”고 비평했다. 그는 “폭스바겐은 훨씬 더 잘 할 수 있었다”면서 “적어도 10~15초는 앞당길 수 있는 기록”이었다고 혹평했다.

푸조의 도발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파민 사장은 이어서 “폭스바겐의 기록은 전통적인 가솔린 엔진 레이스카로도 충분히 깰 수 있는 것”이라며 “다만 마케팅과 홍보의 일환으로서 순수 전기차를 출전시키는 건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덧붙였다. 폭스바겐이 전기 레이스카로 신기록을 세운 건 전기차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일 뿐, 그렇게 대단한 기록이 아니라고 꼬집은 셈이다.

하지만 푸조가 이처럼 도발적인 언행에 책임(?)을 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은 내연기관의 태생적 한계가 문제다. 파이크스 피크 정상의 해발고도는 4000m가 넘는다. 때문에 산소 농도가 낮아 해수면 고도에 비해 엔진의 최고출력이 42% 줄어든다. 반면 전기 에너지로 달리는 전기차는 고도가 높아져도 출력 저하가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푸조가 지금 당장은 파이크스 피크에 복귀할 계획이 없다는 게 파민 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푸조가 폭스바겐의 기록을 깰 수 있다고 확신하지만, 대회 출전을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2013년 출전 당시에는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에 출전하던 908 레이스카와 부품을 공유해 개발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지만, 지금 파이크스 피크만을 위한 레이스카를 만든다면 수백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파이크스 피크 국제 힐클라임(PPIHC)은 미국 콜로라도 주의 파이크스 피크(Pikes Peak) 봉우리를 오르는 20km의 산길을 달리는 세계적인 레이스 대회다. 로키 산맥의 험준한 산길을 전력질주하는 대회로, 정상의 해발고도는 4300m에 달해 ‘구름 위의 레이스’라는 별칭으로도 유명하다. 폭스바겐은 지난 해 I.D. R 전기 레이스카로 무제한급에 출전, 7분 57초 148의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종합우승을 거머쥐었다.

푸조는 1980년대부터 이 파이크스 피크 힐클라임 대회에 출전해 지금까지 3회 우승을 거머쥐었다. 특히 2013년에는 208 T16 레이스카에 WRC 챔피언 세바스티앙 로브가 탑승, 8분 13초 878의 기록을 세웠다. 종전 기록을 무려 92초나 앞당긴 세계 신기록 경신이었다. 이후 2018년 폭스바겐의 기록 경신까지 5년 간 기록은 깨지지 않았으며, 현재도 내연기관 레이스카로선 가장 빠른 기록이다.

지금 당장 ‘기록 깨기’에 도전하지 않는다는 브루노 파민 사장의 선 긋기에도 불구하고, 모터스포츠 팬들은 푸조가 머지 않아 파이크스 피크에 복귀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이르면 2020년께 푸조 브랜드가 미국 시장 재진출을 준비 중인 만큼 초기 브랜드 인지도 강화를 위해 모터스포츠 마케팅을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푸조가 약속한 대로 폭스바겐의 기록을 더욱 앞당길 수 있을지, 모터스포츠 팬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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