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냐 전기냐, 예측 불가한 미래가 초래할 자동차 빅뱅

  • 입력 2019.02.25 12:36
  • 수정 2019.02.25 12:45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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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업계 선임자 중의 선임을 만났다. 경력도 경력이지만 자동차 쪽 시류를 읽는 눈이 매섭고 정확하기로 정평이 난 사람이다. 이런저런 얘기가 오가던 중 "자동차라는 게 팔릴 때도 있고 좀 안 팔릴 때도 있는데 요즘은 현대차도 그렇고 앓는 소리가 너무 많이 들린다."라고 했다. 그가 한심하다는 투로 말을 받았다.

"요즘 자동차 업계가 하고 있는 고민은 예전과 같은 부류의 것이 아니다. 뭐 금융위기니 기름값이니, 신흥 경제국 경기 부진, 경기 침체니 하는 그런 이유가 아니라는 얘기다. 불확실한 미래, 그러니까 자동차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도무지 방향을 잡을 수 없다는 불안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산업은 100년 넘게 예측 가능한 발전을 이어왔다. 칼 벤츠의 내연기관을 기반으로 자동차라는 기기의 기본 틀이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체 성능을 높이거나 더 안전하고 편안한 차를 만들기 위해 뻔하면서도 예측이 가능한 경쟁을 해왔다. 

화석연료의 고갈과 환경오염에 대한 두려움이 확산하면서 자동차는 그 틀을 스스로 깨야 했다. 하이브리드카와 같은 변종, 100년전 한 때 반짝했다가 자취를 감췄던 전기차가 다시 등장해 무섭게 성장한 것도 그런 두려움에서 시작했다. 선임자의 얘기에 따르면 자동차 업계의 고민이 시작된 것도 이때부터다.

선임자는 "전기차가 미래 자동차 산업의 주류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는가?, 그렇다면 내연기관은 언제 사라질까? 궁극적인 미래의 차로 불리는 수소전기차는 언제쯤 자리를 잡을까?, 누구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무엇하나 확신하기 어려운 미래, 무엇이 시장을 주도할지 예측이 불가능한 지금이 바로 자동차 업계의 최대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는 "뭐가 대세가 될지 모르기 때문에 자동차 업체는 내연기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전기차를 만들기 위해서 가능성이 제일 크다고 보는 수소전기차에도 대응해야 한다. 팔리고 안 팔리고 하는 문제 이상으로 자동차 산업 역사에서 이렇게 기업의 부담이 컸던 때는 일찌기 없었다"라고 말했다.

선임자는 따라서 과거 경영 상황에 따라 이뤄졌던 기업 간 합병이 아닌 기술을 공유하고 협력하기 위한 자동차 산업의 빅뱅을 예상했다. 전기차나 수소전기차와 같은 분야에서 뒤처진 기업들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 위해 손을 잡는 일이 더 많아지겠지만 독자적 기술이나 손잡을 곳이 없어 문을 닫는 곳도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 봤다.

그는 "그걸로 끝나지 않는다. 자율주행 시대는 확실히 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자동차가 아닌 IT 기업과도 경쟁해야 하는데 일부에서는 이미 그들에게 끌려다니고 있다는 자조가 나오고 있다. 정통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비교적 쉽게 생산 시스템 구축이 가능한 전기차에 자율주행 기술이 접목된 자동차 시대, 그래서 기존의 자동차 회사의 몰락이 가까워졌다는 예측도 가능해졌다"라고 말했다.

"사람이 타지 않고도 주행이 가능한 완전 자율주행의 최종 단계를 레벨5로 보고 있지만 그건 가봐야 안다"고도 말했다. 마차보다 조금 빨랐던 자동차가 비행기와 맞먹는 속도까지 도달할 것이라고 봤던 사람이 없었던 것처럼, 자율주행 기술 역시 레벨로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도달하기 위한 무한 경쟁이 뻔해 보인다.

그렇다고 내연기관에서 손을 떼기도 힘들다. 그는 "전년 대비 몇 % 감소나 증가라는 수치보다 미래 시장을 읽고 대비해야 하는데 내연기관 전기차 수소전기차 또는 다른 대안에도 대비해야 하니까 자본 또는 기술이 부족하거나 뒤처지면 망하기 딱 십상일 때가 지금"이라고 말했다.

지금과 같이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어떤 형태가 끌고 나갈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벤츠나 토요타, 현대차나 GM의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빅뱅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감하기 때문에 걱정이 크다. 이런 저런 소송에서 기업 부담을 키우는 판결이 나오고 세계 최고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는 노조가 월급을 올려 달라며 파업을 이어가는 상황으로 봤을 때 '국산차'가 연명할 수 있을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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