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쏘가 '수소폭탄?' 수소전기차 LPG 차보다 안전하고 정숙

  • 입력 2019.02.21 10:07
  • 수정 2019.02.21 10:23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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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폭탄요?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능력을 갖추고 있지도 않은데 수소 전기차가 수소 폭탄이면 그건 대단한 거죠" 충남 홍성군 내포 수소 스테이션에서 만난 충남 테크노파크 자동차 센터 정진배 연구원(사진)은 최근 불거진 수소 전기차의 위험성 논란을 일축했다.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 1호로 국회의사당을 포함한 도심 4곳에 수소 충전소 설치를 결정하고 2040년까지 누적 620만대의 수소전기차를 생산 판매하고 14개인 수소충전소를 1200개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수소 전기차에 몰방하는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인지와 함께 안전성 여부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9일, 세계 최초의 양산형 수소 전기차 전용 모델인 현대차 넥쏘를 몰고 충남 홍성에 있는 수소 충전소를 다녀왔다. 그곳에서 만난 정 연구원은 "수소 충전소 구조도 일반 LPG나 CNG 충전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비슷한 종류의 연료와 사용 안전성에 차이가 없지만, 수소 전기차나 충전소는 사용 부품이나 자재 등에 조금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더 안전하다"라고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부드럽고 정숙한 승차감

넥쏘는 수소 연료를 이용해서 발전하고 여기에서 얻어지는 전기로 구동되기 때문에 전기차와 다르지 않은 구동 특성이 있다. 따라서 일반 내연기관에서 발생하는 진동 소음이 없기 때문에 부드럽게 움직인다. 힘도 충분했다. 내연기관 식으로 환산했을 때의 최고 출력은 154마력(3000~45000rpm), 최대 토크는 40.3kgf.m으로 비슷한 차급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모터의 반응이 내연기관보다 빠르기 때문에 순발력은 더 좋았다.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은 노면의 상태나 굽은 정도를 가리지 않고 차체의 가동을 만족한 수준에서 적절하게 통제했다. 국내 자동차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돼 있다는 것도 넥쏘의 장점이다. 고속도로에서 짧은 시간이기는 해도 조금은 긴 시간 완벽한 자율주행 능력을 보여줬다.

넥쏘는 4670mm의 길이와 1860mm의 너비, 그리고 2790mm의 축간거리로 여유 있는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 대시보드가 아주 얇고 여기에 통합형 디스플레이 그리고 대형 브릿지 타입 센터 콘솔을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바이오 플라스틱, 패브릭, 식물성 도료와 같은 친환경 소재가 많이 사용됐고 밝은 투톤으로 마감해 실내는 더없이 쾌적하다.

외관에도 차별화된 요소가 가득하다. 전조등이나 방향지시등의 디자인이 아주 독특하고 가까이 가면 손잡이가 나오는 오토 플러시 도어핸들도 현대차 중에서는 처음 도입이 됐다.  SUV 차체를 가졌지만, 전면부는 아주 플랫하게 디자인을 했고 D 필러 에어커튼 같은 것을 통해서 공력 효율성을 높인 것도 특징이다. 지난해 12월 넥쏘를 구입했다는 한 운전자는 "조용한 승차감, 자율주행, 그리고 저렴한 연료비"를 넥쏘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서울에서 홍성을 오가며 총 224.3km 주행한 넥쏘의 연비는 80.8km/kg, 즉 1kg의 수소로 이 거리를 달렸다는 얘기다. 이날 내포 충전소의 수소 가격은 kg당 7840원, 연비와 주행 거리를 따져 계산해보면 2만 1763원의 비용이 든 셈이다. 리터당 가격 1350원, 연비를 10.0km/ℓ로 잡아 계산했을 때 비슷한 차급의 가솔린 모델 연료비는 3만원 이상이 나온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거리를 달린 넥쏘가 153kL의 공기를 정화하고 32.1kg의 CO2를 감축시켰다는 점이다.

수소 폭탄과 수소 전기차는 다르다.

수소를 얻는 방법이 몇 개 있다. 물의 전기분해로도 얻을 수 있고 지금 넥쏘와 같은 수소 전기차에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수소처럼 원유를 증류시키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혼합물 나프타를 분해한 것도 있고 천연가스에서도 추출할 수 있다. 그러나 수소 전기차의 수소는 수소폭탄에 사용되는 중수소 또는 삼중수소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수소폭탄처럼 터질 염려도 없고 만약 누출된다고 해도 공기보다 14배나 가볍기 때문에 바로 공기 중으로 확산을 해 버리기 때문에 일반적인 '폭발'의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수소차나 수소 충전소는 일반 가스보다 높은 방폭 기준을 적용해서 설치하고 제조를 하기 때문에 폭발이나 화재 위험이 현저하게 낮다"라고 말했다.

방폭 등급은 수소가 누출된다고 해도 화재나 폭발로 이어지지 않도록 설비나 용기가 압력에 견디도록 온도 또는 정전기와 같은 스파크 발생에 대비하는 인증을 받은 제품만 사용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정 연구원은 또 "수소는 공기 중으로 나오면 바로 확산을 한다. 같은 공간이라도 LPG처럼 축적이 됐다가 발화가 되면 폭발해 버리는 것과 다르기 때문에 예전에 봤던 LPG 충전소나 일반 주택처럼 큰 화재나 대형 폭발로 이어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수소 전기차도 다르지 않다. 특히 고압의 수소를 저장하는 탱크는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극한의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현대차에 따르면 수소저장 탱크는 화염에 총격 테스트까지 모두 14개 항목의 시험을 거친다. 이 탱크는 철보다 10배나 강한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서 수심 7000m는 물론이고, 무게가 7300t이나 되는 에펠탑도 견딜 수 있다. 어떤 형태의 외부 충격에도 버텨 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가능성은 적지만 만약 탱크가 훼손돼 수소가 누출된다고 해도 우주에서 가장 가벼운 기체이기 때문에 누출이 되면 바로 공기 중으로 확산하는 특성이 있어 탄화수소 계열 연료보다 오히려 안전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얘기다.미국 연료 전기 전문 테스트 기관인 BTI, 캘리포니아주 연료전지 사업 관련 민·관 합동기구인 CaFC와 같은 세계 여러 전문 기관에서도 수소는 다른 일반적인 연료보다 안전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미국 화학공학회는 휘발유, LPG, 도시가스, 수소를 대상으로 위험도를 분석한 결과 수소의 위험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수소 경제의 비판은 타당한가

안전성과는 별개로 전기차가 있는데 수소전기차에 왜 올인을 하냐는 지적이 요즘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있다. 그냥 전기를 쓰면 되지 굳이 위험한 수소로 전기를 생산해서 사용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환경 오염이 더 심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수소 경제는 화석연료의 고갈에 대비하고 또 전기차하고 구동 원리가 다르지 않기 때문에 서로 떼어내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 역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치 않은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엄청난 양의 셰일 가스가 매장돼 있기 때문에 당분간 화석연료가 고갈되는 일은 없을 거라는 얘기도 있다. 그건 채굴 과정이나 채굴에 들어가는 비용을 몰라서 하는 얘기다. 셰일 가스는 원유를 채굴하는 과정보다 더 엄청난 환경 파괴가 따라야만 가능하고 비용 역시 천문학적이다.

현대차 경쟁사들은 전기차에 몰방하고 있는데 왜 혼자만 역주행하고 있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전 세계 주요 브랜드 가운데 어떤 브랜드도 수소전기차 개발을 뒤로 미뤄놓고 전기차에만 몰방하는 곳은 없다. 토요타, 지엠, 폭스바겐, 벤츠 등 대부분이 수소 전기차 개발에 주력하고 있지만, 현대차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 보니 드러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정부나 기업 모두 뭔가 잘 된다고 하면 모방이나 후속 개발로 따라가는 추격자의 입장에 있었다. 따라서 미래 에너지 산업을 통째로 바꿀 수 있는 수소 분야를 선도해 나가고 있다는 것은 비판할 일이 아니다. 잘되든 못되든, 또 어느 정도의 손실을 본다고 해도 독보적인 분야에서 앞서 나갈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치고 있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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