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타타에 4조 원대 ‘적자 폭탄’ 떠안긴 재규어 랜드로버

  • 입력 2019.02.18 11:47
  • 기자명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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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최대의 기업이자 자동차 업체 중 하나인 타타(Tata)자동차가 지난 4분기 자그마치 38억 달러(한화 약 4조 292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인도 역사상 상장사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다. 대규모 적자의 배경에는 계열사인 재규어 랜드로버의 부진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타타차는 지난 8일 자사의 2018년 4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타타차의 4분기 순손실액은 약 2700억 루피, 한화 4조 2920억 원 규모다. 이는 61억 달러(한화 약 6조 8890억 원)에 달하는 타타차 시가총액의 절반이 넘는 수치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4분기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기에 시장의 충격은 상당했다. 실적 발표 당일 타타차 주가는 장중 최대 30% 폭락했다. 자동차 산업 전체를 통틀어서도 전례 없는 적자의 원인은 재규어 랜드로버의 판매 부진이다.

앞서 재규어랜드로버는 2018년 4분기 34억 파운드(한화 약 4조 9247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 역시 재규어 랜드로버 역사 상 최대 규모의 적자다. 타타차 영업이익의 80%를 담당하고 있는 재규어 랜드로버가 초유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타타차 실적도 따라 곤두박질을 쳤다.

이처럼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것은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 때문이다. 지난 해 재규어 랜드로버의 중국 시장 판매량은 22% 감소해 중국 진출 28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미·중 간 무역전쟁으로 인한 중국 경기 둔화 등 외부적 요인도 있었지만, 중국에서 생산된 재규어랜드로버 차량의 품질 문제가 더 큰 원인이 됐다.

합작 공장에서 생산되는 레인지로버 이보크, 디스커버리, XE, XF 등 주력 모델들이 잇따른 품질 불량 및 결함에 시달리고 있다. 재규어 랜드로버는 중국 시장에서 2017년 한 해에만 13차례 리콜을 진행했다. 상하이에 있는 재규어 랜드로버 중국 본사 앞에는 아예 정기적으로 소비자들의 항의 집회가 열리고 있을 정도다.

이처럼 품질 문제가 불거지자 현지 딜러에서는 30% 넘는 할인 판매를 단행하고, 이로 인해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되면서 구매 선호도가 떨어지는 악순환을 겪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주요 판매처인 미국과 유럽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수입차 관세 인상이 초읽기인데다 유럽 내 많은 판매를 담당했던 디젤차의 인기 감소, 브렉시트 협상의 난항으로 인한 영국산 자동차의 유럽 수출 위기 등 여러 악재가 겹쳤다.

이에 따라 재규어 랜드로버는 공장 운영을 중단하고 최대 5000명의 인력을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공장 설비 등에 대한 조기 상각 처리가 이뤄졌고, 이것이 지난 4분기 실적에 반영되면서 적자 폭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 상각 비용을 제외한 재규어 랜드로버의 적자는 2억 7300파운드(한화 약 3954억 원)에 불과(?)하다는 게 재규어 랜드로버의 설명이다.

회계 처리에 따른 과대지출이 재규어 랜드로버와 타타차 적자의 주 원인이지만, 그렇다고 이들 회사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을 상황은 아니다. 중국 시장의 상황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프리미엄 자동차와 미래차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재규어랜드로버는 고강도의 구조조정과 상품성 강화, 비용 절감으로 당면한 위기를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당장 수익성이 떨어지는 레인지로버 SV 쿠페와 디스커버리 SVX 등 한정판 모델의 양산 계획을 모두 취소했다. 또 전기차,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이런 자구책에도 불구하고 재규어랜 드로버와 모회사인 타타차에 대한 우려는 쉬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중국 내 판매 부진과 브렉시트로 인한 불확실성 증가가 타타차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타타차의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때 놀라운 성장세를 기록했던 재규어 랜드로버와 타타차가 이번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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