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도 못 믿는 자동차 통계, 당장 바꿔라

  • 입력 2012.06.18 09:28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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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국GM이 매월 발표한 판매실적이 상당 기간 동안 사실과 달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실적 집계 방식에 전면적인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GM은 "담당 직원의 단순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며 의도적인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현재 집계 방식에서는 실수든 의도된 것이든 앞으로 얼마든지 사실과 다른 통계가 계속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월 초, 완성차 업체들이 발표하는 실적은 영업사원이 소비자와 판매 계약서를 체결한 후 각 판매 거검에서 이를 전산으로 입력한 것을 기본 데이터로 한다. 자동차회사들이 얘기하는 판매대수가 소비자에게 최종 전달된 상품이 아닌 계약 건수로 집계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얘기다.

정확한 '판매'의 정의와 기준이 무엇인지를 따지기 전에 자동차는 소비자가 최종 잔금을 전달하고 상품을 인도 받기 이전에 계약을 철회하거나 변심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수 천만원대의 자동차가 단 돈 10만원을 내고 계약서를 작성한 후 실적 해당월까지 유지가 된다면 나중에 계약을 철회해도 그 달 판매실적에 포함될 수 있다.

단순 계약까지 판매 통계로 잡는 이런 방식은 각종 편법이 가능하게 하는 수단으로도 악용된다. 영업사원 또는 대리점이나 지점들이 우선 수치로 보여지는 실적 달성을 위해 친인척과 지인의 명의를 이용해 계약서를 작성하고 이를 실적으로 버젓이 발표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구입 의사가 전혀없는 허위 계약서, 선출고, 밀어내기 등과 같은 편법이 난무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완성차 지점장으로 발령이 나면 가장 먼저 1000만원짜리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야 한다고 한다. 한 지점장은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지점장은 근무평가가 달라지고 영업사원은 실적달성금에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유혹을 떨쳐버리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할당된 목표 달성을 위해 월말이면 이런 계약서를 수 십개씩 작성해 실적으로 보고하고 자동차를 출고해 여기저기에 보관을 하는 가 하면 출고차 할인, 심지어 한 번 출고된 차를 정상적인 것처럼 속여 파는 일이 자주 발생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수입차 업체와 같이 판매가 아닌 등록대수를 진짜 실적으로 보고 발표하면 될 일이다. 인위적으로 실적을 부풀리거나 오류가 있을 수 없고 상품의 특성상 일단 소비자가 자동차를 인도 받아 등록을 했다면 환불이 불가능한 만큼 가장 정확한 판매 통계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현대차나 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최고 임원들도 인식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몽구 회장을 비롯한 완성차 CEO들은 판매가 아닌 등록기준으로 실적을 보고 받고 있다.

그들 스스로가 매월 발표되고 있는 판매실적을 믿지 못하면서 소비자들에게는 믿지 못할 통계를 내 놓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행 방식이 소비자와 시장을 속이고 있는 만큼 자동차 판매 실적은 적어도 등록대수 기준, 또는 병기하는 방식으로 당장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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