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역사의 시작 #29. 스와치모빌로 불렸던 MCC 스마트 시티 쿠페

  • 입력 2019.02.11 07:45
  • 수정 2019.02.11 09:08
  • 기자명 류청희 칼럼니스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레바논 출신의 미국계 사업가 니콜라스 하이엑(Nicolas Hayek)은 1983년, 캐주얼한 시계 브랜드 스와치(Swatch)를 만들어 큰 성공을 거뒀다. 그는 스와치의 성공에 밑거름이 된 생산 및 개인화 전략을 현대적 도시형 소형차 생산에도 반영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중세 시대부터 이어진 구도심과 현대적 신도시가 뒤섞인 유럽 주요 도시의 교통환경에 어울리는 새로운 개념의 도시형 차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스와치처럼 단순하면서 사용자의 개성을 반영할 수 있는 친환경 초소형 차를 구상했다. 초기에 그의 아이디어는 '스와치모빌(Swatchmobile)'로 불렸고 직접 세운 회사에서 설계를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기존 자동차 업체와 협업을 추진한다. 개발비용과 판매망 구축에 들어가는 부담을 덜려는 의도도 있었다. 초기에 관심을 가진 곳은 폭스바겐, 그러나 제품전략 문제로 제휴는 불발됐다. 

하이엑이 다른 협력업체를 물색하던 중, 메르세데스-벤츠를 만드는 다임러-벤츠(지금의 다임러)가 협력제안에 응했다. 소형차 영역으로 발을 넓히고 싶었던 다임러-벤츠에게 스와치와의 제휴는 좋은 기회로 여겨졌다. 제품 개발과 생산을 위해 두 회사는 다임러-벤츠가 51%, 스와치의 모기업 SMH가 49%를 출자한 합자회사 MCC(Micro Compact Car)를 세웠다.

MCC는 본사를 스위스에 두고 프랑스 앙바크(Hambach)에 공장을 세웠다. 예상보다 많은 비용이 필요해지면서 개발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다임러-벤츠는 지분 비율을 81%로 높이며 투자를 늘렸고 대신 기술적 주도권을 가져가면서 원래 하이엑이 생각했던 친환경 차와 거리가 멀어지게 되었다. 전동 또는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갖춘 차를 고집했던 하이엑은 다임러-벤츠를 꾸준히 설득했지만, 1998년에 완성된 양산 모델 스마트(smart)는 일반적인 내연기관을 얹게 되었다.

이에 실망한 하이엑은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 결국 출시 직후인 1999년 1월 1일부로 MCC는 MCC 스마트로 이름을 바꾸고 다임러(당시에는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완전 자회사가 됐다. 처음 출시된 모델은 길이 2.5m, 휠베이스 1.81m에 불과한 2인승으로 쿠페(시티 쿠페)와 카브리올레(시티 카브리올레) 두 가지 차체로 나왔다. 두 모델은 기본적으로는 같았지만 카브리올레는 탈착식 지붕과 뒤로 접을 수 있는 캔버스 톱으로 구분됐다.

작은 차체에 필요한 실내공간을 갖추기 위해 좌석을 높게 배치했고, 메르세데스-벤츠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강성이 높은 소재로 만든 골격을 갖추고 있었다. 겉으로 드러나 있는 이 골격은 트라이돈(Tridon)이라는 이름으로 불렸고, 이후 스마트의 중요한 디자인 요소로 이어지게 된다. 트라이돈 구조를 제외한 나머지 차체 패널은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탈착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매끄러운 디자인 덕분에 공기저항계수는 0.37로 비교적 우수했다. 뒤 차축 위에 놓인 엔진은 직렬 3기통 599cc 가솔린 터보로, 45마력, 51마력, 61마력으로 달리 조율해 선택할 수 있었다. 원래는 1999년에 출시할 계획으로 하이브리드 구동계 개발도 추진됐지만 중간에 중단된다. 변속기는 게트락(Getrag)에서 개발한 전자제어 6단 자동화 수동(AMT), 클러치 페달이 없어 센터 터널에 있는 기어 레버로 변속하거나 자동 모드로 달릴 수 있었다.

서스펜션은 앞 스트럿, 뒤 드 디옹 튜브 형식, 브레이크는 앞 솔리드 디스크, 뒤 드럼 방식으로 단순했다. 주행안정성을 고려해 트랙은 앞보다 뒤가 더 넓었다. 뒤 엔진 뒷바퀴 굴림 방식을 쓴 덕분에 좌석 뒤의 엔진룸 위에도 짐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지만, 200ℓ 용량의 트렁크는 보닛 아래에 있었고 동반석 등받이를 접으면 적재공간을 더 넓힐 수 있었다.

차체 패널과 마찬가지로 실내 주요 내장재는 다양한 색과 재질을 선택하거나 교체할 수 있었고, 운전석 및 동반석 에어백과 ABS, 도난방지 장치 등이 기본사항에 포함되었지만 에어컨은 선택사항이었다. 원래 하이엑의 아이디어만큼은 아니지만, MCC 스마트는 여러 부분에서 친환경적 접근이 돋보였다. 트라이돈 구조에 자동차 최초로 파우더 코팅 도장법을 쓴 것이 대표적이다. 이 공법은 물을 쓰지 않아 폐수도 없으며 페인트 찌꺼기나 용매로 인한 공해도 없다. 아울러 생산과정에서도 저공해와 재활용에 신경을 쓰는 등 업계의 모범이 됐다.

그러나 안전성과 친환경성을 높인 만큼 값싼 차는 아니었다. 출시 당시의 값은 최소 네 명이 탈 수 있는 폭스바겐 루포, 포드 카, 르노 트윙고 등과 견줄 수 있는 8000유로부터 시작했다. 판매도 잘 된 것은 아니었다. 연간 20만 대는 팔릴 것으로 예측했지만, 비싼 값과 기술적 문제가 겹쳐 1999년 9만 대에 그쳤고 이후로도 오랫동안 목표를 밑돌았다. 그럼에도 스마트 브랜드는 지금까지 명맥을 잇고 있으며 무엇보다 현대적 도시형 차의 개념과 기준을 세웠고 친환경 생산방식을 선도한 브랜드로 인정을 받고 있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