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샌드박스도 규제' 그래도 속도를 높여라

김 필 수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19.02.10 10:38
  • 수정 2019.02.10 10:43
  • 기자명 김필수 대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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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책은 지난 수십년 간 포지티브 정책이 좌우했다. 지금도 예외는 아니어서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창조적인 새로운 산업을 규제하고 억누르고 있다. 반면, 일본이나 미국, 중국 등은 네거티브 정책으로 신산업의 진입을 자유롭게 해 규모를 키우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같이 심지어 먼저 시작을 해도 제도적 제약과 규제로 자꾸만 뒤쳐지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개선하겠다며 역대 정권이 공언해왔지만 사실은 모두 허언이 됐다. 반면 이번 정부는 가장 강력한 규제 샌드박스 정책을 약속했다. 그 약속은 지켜지고 있는가. 놀이터에 있는 모래더미의 안전성을 얘기하는 규제 샌드박스는 2년간 한시적으로 허용해 제도적 한계를 넘어 산업화는 물론 주도적인 선점을 하는 정책을 지칭한다. 

정부가 최근 제출된 대표적인 규제 중 20건을 우선 심의하고 개선해 발표했다. 현재의 제도로는 시행이 어려운 신사업이 대부분이다. 국민의 안전이나 환경적 영향을 입증하지 못했다며 그동안 불가 판정을 내렸던 항목들이다. 극히 작은 시작이지만 현 정부의 개선의지가 보인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국내에서 사업하기라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얽힌 규제가 서로 상충되고 부처간 이기주의로 나타나기도 한다. 부처 간 뺑뺑이 돌리기로 허송세월 보낸 사례도 즐비하다. 고인 물 썩지 못하게 한다며 순환보직 근무를 해마다  하다보니 고위직 국실장은 물론이고 주무관이 한꺼번에 바뀌어 정책 모두가 정지되는 웃지 못할 사례도 많았다.

세금은 높고 경직된 노동법과 노동자 프랜들리 정책이 줄을 잇고 있고 부자가 푸대접받는 흐름 속에서 기업 투자를 이끌기는 불가능하다. 신사업을 하기에 최악의 구조가 중첩된 시장에 투자할 필요가 없고 다양한 혜택이 기다리고 있는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은 그래서 당연한 일이 됐다. 

그래서 규제 샌드박스 정책이 시작됐다는 것은 신선하다. 현재 제기된 안건은 하루에 약 6건 정도를 심의하고 있다. 건당 한 시간 이상 소요될 정도로 여러 법이 얽혀있고 기존 유사 사안과 비교되다보니 결정이 쉽지 않은 탓이다. 일부에서는 규제 샌드박스 자체가 규제라는 지적도 하고 있다. 과학부와 산업부가 각각 나누어 진행하다보니 한정된 영역 속에서 의논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IT분야는 과학부에서 산업분야는 산업부에서 진행하고 있다. 최근의 신산업 분야가 대부분 모두가 섞인 융합적인 모델임을 고려하면 사안을 나누어 하는 것 자체가 규제다. 이렇게 10여건의 최종 사안이 올라오기까지 다양한 전문가 의견을 거쳐 나오는 과정 자체도 사실은 규제다. 따라서 간단한 것은 일선에서 판단해 허용한다면 굳이 어려운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도록 해볼 필요가 있다. 

이번 규제 샌드박스 정책의 허용 대상 1호는 수소 충전소가 될 전망이다. 최근 수소 경제를 대표하는 수소차를 충전할 수 있는 수소충전소의 도심지 진입을 허용하는 안건이다. 그 만큼 상징적이고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최근 국내 경기를 최악으로 가고 있다. 자동차 분야를 필두로 고비용 저생산 구조와 강성노조와 노조파업 등 악재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방관하고 있고 국내 투자는 줄고 있다. 일자리도 급격히 계속 줄어 미래를 위한 젊은이의 희망은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책임의 몫은 일차적으로 정부에 있다. 제도적 법적 완화와 기업의 투자 여건 조성, 젊은이들이 노력만 하면 성공할 수 있는 희망 등 다양한 활성화 조건이 필요하다. 이번 규제 샌드박스 정책이 네거티브 정책의 시금석이 돼 활력과 희망이 넘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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