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도요타86', F1 서킷 무한 질주

  • 입력 2012.06.17 20:52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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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암] 아버지의 강요로 도요타의 구형 AE86을 타고 매일 두부를 배달하는 탁미. 어느 날 두부 배달을 하던 중 아카나산(하루나산)에서 아마추어 레이서가 운전하는 스포츠 카와 경주를 벌이게 된다.

아카나산의 험준한 커브길을 현란한 기술로 질주하며 상대를 따돌린 탁미는 그날 이후 레이싱에 묘한 매력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 소문을 듣고 일본 전역의 유명 레이서들이 아카나산에서 탁미에게 도전을 하지만 결국 무릎을 끓고 만다는 만화 '이니셜D'.

일본에서만 4600만부 이상 팔린 이 만화에서 탁미의 애마로 등장하는 AE86은 이후 전설적인 차가 됐다. '도요타86'은 AE86과 모든 면에서 전혀 다른 차다. 그러나 AE86이 보여줬던 제조사와 오너간의 공조관계, 그리고 스포츠 800, 2000GT 등 도요타의 전설적인 스포츠 카 DNA를 물려 받았다는 점은 분명하다.

▲ 나카바야시 히사오 한국도요타 사장

한국도요타는 지난 15일, 이니셜D의 실제 주인공으로 오해를 받았던 유명 레이서 타니구치 노부테루 (Nobuteru Taniguchi)와 타다 테츠야(Tada Tetsuya) 수석 엔지니어를 한국으로 직접 초청해 도요타86 미디어 시승행사를 열었다. 실제로 타니구치 노부테루(40세)는 이니셜D가 나오기 이전부터 AE86을 타고 두부 배달을 한 경험을 갖고 있다.

전남 영암 국제자동차경기장에서 진행된 이날 도요타 86 시승행사에서 나카바야시 히사오 사장은 "도요타 86은 비싸지 않은 가격, 일반 타이어를 끼고 달릴 수 있는 가장 대중적인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 카"라며 "따라서 도요타86은 더 이상 스포츠카가 따분하고 비싸며 운전까지 쉽지 않은 부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도요타 86은 스포츠카와 세단의 경계를 절묘하게 넘나들고 있다. 최대화한 플레어 펜더와 낮은 후드, 매섭게 쏘아보는 듯한 헤드램프와 정갈한 라디에이터 그릴로 전면부는 일반 세단의 실루엣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 타다 테츠야 도요타 수석엔지니어

그러나 측면과 후면은 스포츠 카 특유의 역동적인 라인으로 가득하다. 낮고 리듬감있는 루프라인, 짧은 전후 오버항, 차량의 전면부와 후면부의 높이를 수평에 가깝도록하고 2000GT에서 영감을 받은 사이드 윈도우 윤곽으로 도도해 보이도록 한 것이 측면의 특징이다.

스포티한 트윈 머플러와 에어 스포일러로 멋을 부린 후면은 범퍼를 이중 컬러와 구조로 디자인해 강렬한 이미지로 완성됐다. 운전석의 시트 높이는 지상에서 400mm에 불과하다. 스티어링 휠 사이즈 역시 365mm로 작아 포지션이 익숙한 일반 승용차보다 조금 답답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쉬프트 노브와 패들 쉬프트, 사이드 브레이크의 각도 등을 운전자 중심으로 배치하고 플레어 팬더에 볼륨을 줘 운전은 물론 차체와 타이어의 위치를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해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특히 세계 최초로 적용된 프레임리스 스포츠 룸 미러로 확보된 후방 시야도 또렷하다.

욕심 같아서는 수동변속기 차량으로 서킷을 달려보고 싶었지만 이날 시승에는 모두 자동변속기 모델이 제공됐고 서킷 주행은 4회가 허용됐다. 일반 도로가 아닌 서킷에서 도요타86은 상상을 초월하는 능력을 보여줬다.

▲ 레이서 타니구치 노부테루

낮은 속도로 피트(Pit)를 빠져나와 곧 만난 고속 주행로에서 엑셀레이터 페달에 최대한 힘을 주자 86은 굉음을 내며 달리기 시작했다. 86의 심장에서 들려오는 사운드는 고급 스포츠카와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로 강렬하고 깊었다. 급경사에서 속도를 줄일 때 엔진브레이크와 함께 들려오는 사운드는 전율이 날 정도의 흥분감을 선사한다. 그리고 회전구간을 통과한 후 차체의 복원속도와 안정감 역시 빠르고 완벽했다.

스바루의 수평대향 박서 엔진에 도요타의 직분사 시스템인 D-4S가 결합된 엔진을 세계 최초로 탑재, 특유의 저중심 구조와 53대47의 최적의 차체 중량 배분 등 도요타86에 숨겨진 스포츠카의 본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지금껏 이곳 서킷에서 달려 본 자동차 가운데 도요타 86은 최고의 성능과 능력을 보여줬다. 

 

타다 테츠야 도요타 수석엔지니어는 "하치로쿠(86)는 출시 이후 많은 전문가들이 튜닝을 하면서 사용자에 의해 명차가 된, 즉 사용자가 주역인 스포츠카"라며 "수치가 아니라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극한 즐거움을 추구하는 차로 개발됐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처럼 도요타86은 국내 스포츠카, 아니 일반 자동차 마니아들에게도 새로운 즐거움과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충분한 요소를 갖추고 있었다. 도요타 86이 서킷에서 완벽한 능력을 발휘하기는 했지만 일반 도로에서의 평가는 뒤로 미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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