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역사의 시작 #19. 독일 국민차 '폭스바겐 타입 1'
브랜드 역사의 시작 #19. 독일 국민차 '폭스바겐 타입 1'
  • 류청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1.28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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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3년에 독일 정권을 쥔 히틀러는 자동차의 보급을 국가 차원의 중요한 사업으로 추진하면서 이른바 '국민차' 기준을 제시했다. 1000 제국마르크(RM) 이하의 값으로 살 수 있는, 두 명의 어른과 세 명의 어린이를 태우고 최고속도 시속 100km를 낼 수 있으며 7ℓ 미만의 연료로 100km를 달릴 수 있는 차를 보급하겠다는 것이었다.

독일 자동차 업계가 개발을 주저하자 히틀러는 나치당 주도로 차를 생산하겠다며 설계자를 찾았고, '독일 혈통의 독립 설계자'라는 기준에 맞는 설계자로 페르디난트 포르쉐(Ferdinand Porsche)가 뽑혔다. 포르쉐는 1930년대 초반부터 이미 대중을 위한 소형차 개발에 관심을 갖고 췬다프(Zündapp)와 NSU에서 시제차를 만든 경험이 있었다.

포르쉐는 자신의 설계 팀과 함께 앞서 설계한 차들과 체코 타트라(Tatra)의 V570을 참고해 1935년부터 1938년에 걸쳐 여러 시제차를 만들고 설계를 다듬었다. 그리고 1939년에 최종 양산 설계의 VW39를 만들었다. 이 차는 KdF 바겐이라는 이름으로 생산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으로 계획은 실현되지 않았고, 전쟁이 끝난 뒤에야 공장이 있던 지역을 점령한 영국군에 의해 현지 조달 물자로 생산되기 시작했다.

이것이 나중에 폭스바겐 비틀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해진 타입 1이다. 타입 1은 몇몇 부품을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VW39와 같았다. 차체는 평면에 가까운 바닥 가운데에 세로 방향으로 프레임 역할을 하는 터널 형태의 구조를 더한 플랫폼에 부드러운 곡면으로 이루어진 2도어 형태의 차체를 18개의 볼트로 결합해 만들었다. 딱정벌레를 연상케 하는 유선형 차체는 공기저항계수가 당시 기준으로는 꽤 우수한 0.41Cd.

VW39에는 공랭식 수평대향 4기통 985cc 엔진이 올라갔지만, 타입 1에는 같은 형식에 배기량을 1131cc로 키운 엔진이 쓰였다. 이 엔진은 985cc 엔진의 보어를 5mm 키운 것으로, 최고출력은 985cc 엔진과 같은 24마력이었다. 변속기는 동기치합기구(싱크로메시)가 없는 수동 4단으로, 엔진 앞쪽에 놓여 뒷바퀴로 동력을 전달했다. 엔진과 변속기 등에는 경합금이 폭넓게 쓰였고, 오일 쿨러가 설치되어 비교적 내구성이 뛰어났다.

엔진의 뛰어난 내구성은 전쟁 중 아프리카 전선에서 이미 입증되었다. 앞 서스펜션은 토션 바를 스프링으로 쓰는 독립식이었고, 뒤쪽은 세로 방향 푸시로드가 차체 프레임에 달린 토션 바와 연결된 스윙 액슬 방식 '펜덜럼(pendulum, 시계추)' 서스펜션이었다. 뒤 서스펜션은 1930년대 아우토 우니온 경주차에 쓴 설계를 응용한 것이었다. 브레이크는 네 바퀴 모두 드럼으로, 초기에는 케이블로 작동하는 기계식이었다.

전기 시스템은 당시 흔했던 6V 시스템이었고, 방향지시등을 대신해 B 필러에서 막대가 튀어나와 진행 방향을 알렸다. 내장재는 특별한 것 없이 페인트한 철판이 거의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초기 모델에는 대시보드 가운데에 대형 원형 계기가 하나 있었고, 앞 도어 유리는 쪽유리를 틀어 통풍할 수 있도록 했다. 뒷좌석 유리는 고정된 것이 기본으로, 밖으로 접어 올릴 수 있는 기능을 선택사항으로 마련했다.

편의장비는 엔진 열을 이용한 히터와 스페어 타이어 공기압으로 작동하는 와이퍼 정도가 전부였다. 적재공간은 보닛 아래와 뒷좌석 뒤에 있었지만 짐을 싣기에는 턱없이 작은 크기였다. 영국군의 명령으로 현지 독일인들은 1945년 5월까지 남아있는 부품으로 두 대의 타입 1을 만들었고, 1945년에 56대를 더 만들었다. 이후 공장을 재정비해 본격 생산이 시작되면서 타입 1은 1년 사이에 1만 대 이상 생산되었다.

그리고 2003년에 멕시코에서 생산이 중단될 때까지 7만 8000곳 이상 개선이 이루어지며 2150만 대 넘게 팔린 역사적 차가 되었다. 데뷔 때부터 첨단 기술과는 거리가 멀었던 타입 1은 처음에는 신뢰성 높고 내구성이 뛰어난 간단한 탈것으로, 나중에는 고전적 스타일이 돋보이는 색다른 차로 인기를 끌어 폭스바겐을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시킨 주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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