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역사의 시작 #16. 시작은 저렴했던 'SS 재규어 설룬'
브랜드 역사의 시작 #16. 시작은 저렴했던 'SS 재규어 설룬'
  • 류청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1.23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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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2년에 영국에서 세워진 스왈로우 사이드카 컴퍼니(Swallow Sidecar Company)는 윌리엄 라이언즈(William Lyons)와 윌리엄 웜슬리(William Walmsley)가 손잡고 만든 모터사이클용 사이드카 제작 회사였다. 이들은 사이드카를 만들면서 익힌 차체 제작 노하우를 바탕으로 자동차 차체 제작 즉 코치빌딩으로 영역을 넓혔고, 1920년대 후반으로 접어들며 회사 이름을 스왈로우 코치빌딩 컴퍼니로 이름을 바꿔 차체 제작을 주력 사업으로 삼았다.

그리고 1930년대 들어 궁극적으로 꿈꾸었던 자동차 생산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1931년에 영국 자동차 회사인 스탠다드(Standard)로부터 엔진과 섀시를 공급받아 자체 제작한 차체를 얹어 만든 독자 모델 SS 1과 SS 2가 그들의 첫 결실이었다. 그러나 1934년 말에 웜슬리가 회사를 떠나자 라이언즈는 투자자를 모아 S.S. 카즈(Cars)를 설립해 자동차 회사로 거듭나고, 1935년 9월에 이르러 첫 모델을 완성했다.

1935년 런던 모터쇼를 며칠 앞두고 라이언즈는 기자를 포함한 몇몇 사람들을 초청해 런던 메이페어 호텔에서 새로운 모델을 선보였다. 관람객들은 새 차의 값을 대략 600파운드로 짐작했다. 그러나 그들은 라이언즈가 실제 값을 밝혔을 때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예상을 훨씬 밑도는 385파운드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처음 선보일 당시 광고 문구는 '벤틀리와 같은 스타일에 포드와 같은 가격(Styled like a Bentley and priced like a Ford)' 이었다.

나중에 나올 재규어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표현이었다. S. S. 카즈의 새 차에는 SS 재규어라는 이름이 붙었다. 강력한 힘과 우아함을 겸비한 동물의 이미지를 가져온 것이었다. 처음에는 스탠다드가 만든 두 가지 엔진을 얹었다. 엔진 배기량에 따라 모델은 1 1/2리터와 2 1/2리터의 두 가지로 나뉘었다.

이 가운데 1 1/2리터는 스탠다드의 직렬 4기통 1,608cc 65마력 엔진을 그대로 얹었지만, 2 1/2리터는 스탠다드의 구식 직렬 6기통 2664cc 엔진을 윌리엄 헤인즈(William Heynes)와 해리 웨슬레이크(Harry Weslake)가 설계한 헤드로 개선해 최고출력을 70마력에서 100마력으로 높였다. 변속기는 모두 수동 4단으로, 1단을 제외한 나머지 단에 모두 동기치합 기구(싱크로메시)가 있었다.

앞뒤 서스펜션은 곡면 판 스프링을 라이브 액슬에 결합했고, 걸링(Girling)에서 만든 기계식 드럼 브레이크 시스템이 네 바퀴에 모두 쓰였다. 섀시 구성만 보면 당대 고급차에 비해 단순하고 구식이었지만, 우아한 겉모습과 더불어 고급 목재 및 가죽으로 꾸민 실내가 소비자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커다란 헤드램프와 와이어 스포츠 휠은 차의 모습을 세련되어 보이게 만들었다.

섀시와 차체는 S. S. 카즈가 자체 개발했다. 초기 모델의 섀시는 전통적 방식을 따라 물푸레나무로 만든 프레임을 알루미늄과 철제 패널로 보강한 것이었지만, 1938년 이후로는 철제 섀시로 바뀌었다. 섀시 재질의 변화와 더불어 스포츠 설룬(세단) 외에 드롭헤드 쿠페(컨버터블)가 추가되었고 직렬 6기통 3,485cc 125마력 엔진을 얹은 3 1/2리터 모델도 나왔다.

또한, 탑승공간 크기를 같게 하면서 엔진에 따라 휠베이스와 차체 길이를 달리해, 휠베이스가 1 1/2리터는 2860mm였고 2 1/2리터는 3020mm였다. SS 재규어는 날렵하고 세련된 모습과 꾸밈새 덕분에 제2차 세계대전 전에 나온 영국차 중 가장 돋보이고 아름다운 것 중 하나로 손꼽히고, 전쟁이 끝난 뒤에는 재규어 마크 IV라는 이름으로 계속 생산되어 1940년대 후반까지 명맥을 이었다.

이 가운데 SS 재규어 2 1/2리터 모델에 올라간 엔진은 앞서 나온 2인승 컨버터블인 SS 90에서 발전한 모델인 SS 재규어 100에도 올라갔다. SS 재규어 100은 시속 100마일(160km)의 최고속도를 낼 수 있는 차라는 뜻으로 지어진 이름으로, 고성능 브랜드 이미지를 만든 일등공신이었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 중 악명 높았던 나치 친위대를 연상케 한다는 이유에서 S. S. 카즈는 회사 이름을 재규어 카즈(Jaguar Cars)로 바꿨다. 모델 이름이 회사와 브랜드 이름으로 바뀐 것이다.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재규어라는 이름과 차의 성격을 처음 보여줌으로써 SS 재규어 설룬은 진정한 재규어의 첫 차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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