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플래그십' 인기, 가성비 앞세워 새로운 영역 구축

  • 입력 2019.01.22 12:20
  • 기자명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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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대형차 인기가 치솟으면서 대형 플래그십 세단의 판매량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1억 원 이상의 가격대를 형성하는 플래그십 세단도 가격 대비 넓은 공간과 풍부한 사양으로 무장한 ‘가성비’ 모델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대형 세단은 3만 3853대다. 177만 대 선인 국내 신차 시장 규모에서 대형 세단의 비율은 2%에 불과하지만, 2만 5684대가 팔린 2017년 대비 무려 31.8%가 늘어 다른 세그먼트에 비해 월등히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눈에 띄는 건 모델 별 판매량의 변화다. 기존의 고가 플래그십 모델 판매량은 큰 폭의 증감이 없는 반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6000~8000만 원대 플래그십 세단의 판매량이 크게 늘어났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기아차 K9이다.

2018년 4월 출시된 신형 K9은 9개월만에 1만 1630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2017년 1553대에 불과했던 판매량이 1년 만에 7.5배나 증가했다. 제네시스 EQ900과 G90의 판매량을 합친 것(9709대)보다도 많다. 기아차 K9은 플래그십 세단 중 가장 저렴한 모델이기도 하다.

K9의 가격은 5389~9159만 원으로, 플래그십 세단 중 유일하게 5000만 원대 구입이 가능하다. 풀옵션인 5.0 퀀텀의 경우도 유일한 옵션 썬루프를 추가해도 9238만 원이다. 따라서 국내에서 유일한 1억 원 미만 8기통 플래그십 세단으로 인기가 높다.

수입차 시장에서도 1억 원 미만 플래그십의 성장세는 꾸준하다. 캐딜락 CT6와 링컨 컨티넨탈은 지난해 각각 951대, 654대 팔렸다. 이는 2017년 대비 각각 17.9%, 19.2% 증가한 판매량이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등 다른 수입 플래그십 세단이 전년과 거의 같거나 오히려 소폭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처럼 대형 세단 시장에서 ‘가성비’ 열풍이 부는 데에는 소비자의 구매패턴 다변화가 주요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에는 대형 세단이 장년층 이상 소비자나 법인 소비자 중심으로 판매됐다면, 최근에는 대형 세단 수요층도 보다 다양하게 세분화됐다. 

특히 30~40대의 청년 및 중년층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대형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넓은 공간과 다양한 편의사양을 누릴 수 있는 모델들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가령 기아차 K9의 경우, 가장 저렴한 3.8GDI 플래티넘I 트림에도 첨단 주행보조 기능인 드라이브와이즈, 풀 LED 헤드램프, 천연가죽 시트, 12.3인치 디스플레이 및 UVO 내비게이션 등이 기본 사양으로 탑재돼 우수한 가성비를 자랑한다.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등 체급이 작은 수입세단의 기본 모델과 비교해 봐도 K9이 1000만 원 가량 저렴하다. 또 장·노년층 및 법인 소비자들 중에서도 브랜드 이미지보다는 실속 있는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면서 앞으로도 1억 원 미만의 ‘저렴한 플래그십’의 인기는 꾸준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흥미로운 것은 가성비 좋은 플래그십 세단이 고가 플래그십 세단을 대체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대형 세단의 파이를 늘렸다는 것”이라며 “갈수록 소비자들의 대형차 선호 경향이 강해지면서 중저가 대형 세단 판매는 꾸준히 순항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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