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역사의 시작 #14. 삼총사가 만든 크라이슬러 모델 B-70
브랜드 역사의 시작 #14. 삼총사가 만든 크라이슬러 모델 B-70
  • 류청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1.21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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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와 자동차 경영자로 성공한 월터 크라이슬러(Walter P. Chrysler)는 GM에서 뷰익의 성공을 이끌며 당대 최고의 보수를 받았다. 그러나 GM 총수였던 윌리엄 듀런트(William C.  Durant)와의 마찰로 회사를 그만두면서 엄청난 주식을 퇴직금으로 받았다. 그는 이후 경영난을 겪고 있던 윌리스 오버랜드(Willys-Overland), 맥스웰 차머스(Maxwell-Chalmers)를 회생시켜 성공한 경영자로서 미국 최고 갑부 중 하나가 되었다.

여러 회사를 거치면서 자신의 이름으로 차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윌리스 오버랜드에서 알게 된 프레드 제더(Fred Zeder), 오웬 스켈턴(Owen Skelton), 칼 브리어(Carl Breer)에게 맥스웰 차머스의 새 모델 개발을 맡겼다. 크라이슬러가 '삼총사'라고 부른 세 사람이 설계한 새 모델은 1923년 9월 1일에 시제차 '모델 B-70'이 만들어졌고, 1924년 뉴욕 오토쇼에 맞춰 양산차가 완성됐다. 

그러나 실제 판매할 수 있도록 양산된 차가 아니라는 이유로 오토쇼에 전시할 수 없게 되자, 크라이슬러는 모터쇼 본부인 호텔 로비를 빌려 자신의 차를 전시했다. 전시된 차는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당시 인기 모델이던 뷰익 식스(Six)와 값이 비슷했지만 무게는 300kg 이상 가벼웠다. 자동차 엔진 성능이 비슷하던 시기인 만큼 가벼운 차의 성능이 더 뛰어난 것은 당연했다. 직렬 6기통 3294cc 엔진은 압축비가 4.7:1로 뷰익의 3.5:1보다 높았고, 68마력의 최고출력을 냈다. 

당시에 이렇게 압축비가 높은 엔진을 쓴 중형 승용차는 미국에 없었다. 영국 리카르도(Ricardo)의 영향을 받은 L-헤드 연소실은 스파크 플러그가 연소실 가운데 맨 꼭대기에 놓인 것이 특징으로 노킹 방지 효과가 있었다. 변속기는 건식 클러치를 쓴 수동 3단이었다.

당시 양산차에 흔치 않았던 기술도 폭넓게 쓰였다. 알루미늄 피스톤, 완전 가압식 윤활, 튜브식 앞 차축, 에어 클리너 등이 그랬고, 교체식 엔진 오일 필터를 쓴 것도 이 차가 처음이었다. 유압 쇼크 업소버도 기본 장비에 포함되었다. 유압 브레이크는 록히드(Lockheed) 설계의 시스템을 바탕으로 독자 개발했다. 록히드가 특허받은 설계는 실제로는 작동을 하지 않았다.

다만 경쟁차와 비교하면 비교적 크기가 작았다. 휠베이스는 2864mm로 뷰익 식스보다 훨씬 더 짧았고, 범퍼를 제외한 길이는 4064mm에 불과했다. 게다가 크라이슬러가 시장에 나온 시기는 동급 시장에서 경쟁이 절정기에 이르러 여러 회사가 문을 닫는 일이 많았던 때였다.

그러나 약점보다 강점이 많았다. 값에 비해 고급스러운 실내외 디자인과 꾸밈새가 대표적이었다. 고급스러운 모습은 나중에 크라이슬러 엠블럼을 디자인한 올리버 클라크(Oliver Clark)가 그렸고, 차체는 코치빌더 피셔 보디(Fisher Body)가 만들었다. 차체는 5인승 투어링에서 고급스러운 타운카에 이르기까지 아홉 가지나 되었다.

뛰어난 성능은 이 차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시속 113km인 최고속도는 경쟁 모델인 뷰익 식스보다 훨씬 더 높았을 뿐 아니라, 값이 두 배 이상이던 패커드 스트레이트 에이트(Packard Straight Eight)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었다. 크라이슬러는 이 차가 7초 안에 시속 8km에서 시속 40km까지 가속할 수 있다고 광고했다. 1924년 기준으로는 놀라운 성능이다. 

가벼운 무게도 뛰어난 성능을 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게다가 유압식 브레이크를 써, 속도에 비해 제동 성능이 뛰어났다. 6기통 엔진을 얹었다는 뜻으로 식스(Six)라고도 불린 크라이슬러의 첫 차는 큰 성공을 거뒀다. 첫 해에만 3만3000여 대가 생산되어 당시로서는 최고의 기록을 세웠다. 이 차의 성공을 바탕으로 월터 크라이슬러가 맥스웰 차머스의 경영권을 쥐면서 회사 이름은 1925년 6월 '크라이슬러'로 바뀌었다. 자동차 브랜드로서 크라이슬러의 역사는 이처럼 화려하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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