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SUV에 밀려난 '준중형' 미국처럼 ‘멸종' 위기 직면
소형 SUV에 밀려난 '준중형' 미국처럼 ‘멸종' 위기 직면
  • 김주영 기자
  • 승인 2019.01.16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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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산차 시장에서 소형 SUV 판매량은 꾸준히 늘어난 반면, 준중형 세단과 해치백의 판매량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준중형차 소비자들이 소형 SUV로 이동하는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장기적으로 한국에서도 미국처럼 승용 모델이 ‘멸종’하는 것 아니냐는 극단적인 관측도 제기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산 소형 SUV 판매량은 15만 2635대로, 전년 대비 8.7% 증가했다. 국산차 전체 시장 규모는 2017년 대비 거의 늘어나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증가폭이다.

반면 같은 기간 준중형 승용차(세단, 해치백) 판매량은 14만 3257대로, 전년 대비 2.4% 감소했다. 쉐보레 ‘크루즈’ 단종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소폭 감소에 그쳤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판매량이 꾸준히 감소해 올해에도 감소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모델 편중 심해지고 신차효과 적어진 준중형차

지난해 준중형차 시장은 일부 모델에 수요가 집중되는 모델 편중 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현대자동차 ‘아반떼’는 8만 3861대, 기아자동차 ‘K3’는 2만 8165대 팔렸다. 전체 준중형차 판매 중 이들 두 차종의 비율은 76.2%였다. 반면 2018년에는 아반떼가 7만 5831대, K3가 4만4514대 팔리면서 두 차종의 비율이 84.0%로 늘어났다. 준중형 신차 10대 중 8대 이상이 두 모델이었다.

이 같은 현상의 주요 원인은 경쟁 모델들의 경쟁력 약화다. 우선은 시장의 3인자였던 쉐보레 ‘크루즈’가 지난해 2월, 군산공장 사태를 겪으며 연초 생산 중단됐다. 상반기에는 생산재고를 소진하며 판매가 이어졌지만, 9월부터는 판매량이 급감하며 단종 수순을 밟았다. 현대차 ‘i30’ 역시 4630대를 팔았던 2017년 대비 크게 감소한 3225대 판매에 그쳤다.

르노삼성 ‘SM3’는 2017년 5199대를 판 것에 비해 소폭 증가한 5250대를 팔았지만, 모델 노후화로 인해 경쟁력을 잃었다는 평가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SM3는 2009년 출시된 2세대 모델로, 올해로 출시 10년차를 맞는다. 즉, 경쟁 모델들이 가격이나 상품성 측면에서 경쟁력을 상실하면서 소비자들이 일부 모델로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신차효과도 이전만 못했다. 기아차 ‘K3’는 풀체인지 이후 판매가 크게 늘어났지만, 5652대를 판 4월 이후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 ‘아반떼’ 역시 9월 부분변경을 거쳤지만, 오히려 부분변경 전에 비해 판매가 줄어들면서 신차효과를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친환경 트렌드에 소형 SUV도 수혜 ‘톡톡’

반면 소형 SUV 시장은 분위기가 좋다. 쌍용자동차 ‘티볼리’와 현대차 ‘코나’라는 쌍두마차가 판매를 주도하는 가운데, 기아차의 ‘니로’와 ‘스토닉’, 쉐보레 ‘트랙스’, 르노삼성 ‘QM3’ 등 여러 차종의 판매가 비교적 고르게 분포돼 있다. 즉, 모델 편중 현상이 준중형차 시장보다 덜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양한 차종이 팔릴 뿐 아니라 매년 10%대의 고성장세를 보이면서 판매 환경이 안정적이었다.

특히 지난해 소형 SUV 판매 성장에 크게 기여한 건 친환경 트렌드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소형 SUV 차체를 활용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판매도 덩달아 증가했다.

1만 1193대가 팔려 전기차 판매 1위로 올라선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EV)’, 3433대 팔린 기아차 ‘니로 EV’ 등 전기차와 1만 9002대의 판매량을 기록한 기아차 ‘니로 하이브리드’ 등이 판매를 견인했다. 소형 SUV 전체 판매량 중 이들 친환경차의 비율은 22.2%에 달했다.

준중형차 시장에도 현대차 ‘아이오닉’, 쉐보레 ‘볼트P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짧은 주행거리 등 단점으로 인해 준중형차 판매량 중 친환경차 비율은 7.3%에 그쳤다.

갈수록 위축되는 준중형차의 생존 전략은?

이런 현상은 한국 시장만의 특징은 아니다. 미국, 유럽, 중국 등지에서도 SUV 인기가 치솟으면서 전통적인 세단과 해치백의 판매가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해 국내에서 단종된 쉐보레 ‘크루즈’는 연말, 한국지엠의 미국 본사인 GM의 대규모 구조조정 발표와 더불어 미국에서도 단종이 예고됐으며, 포드는 2022년까지 미국 시장에서 모든 승용 모델을 단종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미국 시장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준중형차가 ‘멸종’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SUV의 인기가 빠르게 늘고 있긴 하지만, 보수적인 소비자층은 여전히 개성 강한 소형 SUV보다는 세단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가격 면에서도 준중형 세단이 비슷한 사양의 소형 SUV에 비해 200~300만 원 저렴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경제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은 준중형차를 꾸준히 찾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SUV에 비해 모델 선택의 다양성이 떨어지는 게 준중형차 부진의 한 원인이라고 지목한다. 다양한 차종이 포진해 소비자 스펙트럼이 넓은 소형 SUV와 달리, 준중형차는 차종과 엔진 라인업의 제약으로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의견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여전히 준중형차의 실속과 주행감각을 원하는 소비자가 많다”면서 “스포츠 모델, 고급화된 모델 등 라인업 다변화를 통해 소형 SUV와 차별화하는 것이 준중형차 생존의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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