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역사의 시작 #11 스타트 모터 첫 적용 '쉐보레 타입 C'

  • 입력 2019.01.16 08:55
  • 수정 2019.01.28 08:26
  • 기자명 류청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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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년부터 자동차 역사에 등장한 쉐보레는 GM을 창업한 윌리엄 듀런트(William C. Durant)가 투자자들에 의해 퇴출된 뒤에 세운 회사다. 듀런트는 새 자동차 회사를 만들기 위해 이름난 자동차 경주 선수이면서 엔지니어이기도 했던 루이 쉐보레(Louis Chevrolet)와 손을 잡았고, 그의 이름이 곧 회사 이름이 되었다.

쉐보레 브랜드의 첫 차는 타입 C로, 당대에는 쉐보레 브랜드로 나온 처음이자 유일한 모델이어서 그냥 쉐보레라고 불리기도 했고, 1914년에 모델 H와 L이 나온 뒤에 구분을 위해 클래식 식스 시리즈 C, 모델 C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타입 C는 루이 쉐보레의 지도 아래에 프랑스 출신인 에티엔 플랑쉬(Etienne Planche)가 설계했다.

1911년 말에 시험제작한 첫 차가 나왔을 때, 루이 쉐보레는 직접 차를 몰고 디트로이트 거리에서 시험주행을 했다. 요즘 볼 수 있는 주행시험장이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그 뒤로 1년 남짓한 개선 작업을 거쳐, 1912년 말에 열린 뉴욕 오토쇼에 양산 모델이 1913년형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타입 C는 유럽 차를 연상케 하는 세련된 디자인과 낮은 차체가 특징이었다. 원래 듀런트는 3년 전에 출시되어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던 포드 모델 T에 경쟁할 수 있는 차를 생각했다. 그러나 쉐보레는 높은 완성도와 성능을 더 중시했고, 그 결과 타입 C는 다양한 최신 기술과 최고속도 105km의 탁월한 성능을 내는 모델로 완성되었다. 물론 최소 2150달러, 최대 2500달러에 이르는 값은 포드 모델 T는 물론 당시 최신 모델이던 캐딜락 30보다도 더 비쌌다.

쉐보레의 첫 엔진은 액랭식 직렬 6기통 4900cc로, 당시 엔진으로서는 아주 큰 배기량이었다. 심지어 1958년에 V8 5.7리터 엔진이 등장할 때까지 쉐보레 엔진 중 가장 배기량이 컸다. 직렬 6기통 실린더 배치는 2기통 주철 실린더 블록 세 개를 결합한 것이었다.

실린더 헤드는 이른바 T-헤드 구성이었다. 사이드 밸브 방식 T-헤드 엔진은 당시에 많이 쓰인 L-헤드 엔진과 비교해 밸브 배치로 구분되었다. 흡기 밸브와 배기 밸브가 실린더 블록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기 때문에, 단면을 보면 T자 모양이어서 T-헤드라는 이름이 붙었다. 당시로서는 무척 복잡한 설계로, 흡기와 배기 밸브를 작동하려면 캠샤프트를 따로 갖춰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중에 나온 L-헤드에 비해 생산비용도 비쌌다. 현대적 엔진에 비하면 효율은 낮았지만, 당시에는 연료특성이 지금과 달랐기 때문에 오히려 신뢰성은 더 높았고 그것이 높은 인기를 얻는 이유가 되었다. 이 엔진은 쉐보레 차 가운데 시리즈 C에만 쓰였다.

엔진 뒤에는 가죽으로 만든 원뿔형 클러치가 있었고, 3단 수동변속기는 뒤 디퍼렌셜에 직접 연결되어 운전석에 있는 긴 레버로 조절했다. 78ℓ 크기의 연료탱크는 운전석 쿠션 바로 아래에 놓였다. 시동은 당시로서는 최신 기술인 스타터 모터를 이용해 걸었다. 

전기식 스타터 모터는 찰스 케터링(Charles Kettering)이 발명해 1911년에 캐딜락에 가장 먼저 쓰인 것으로, 위험한 시동 크랭크를 대신하면서 높은 안전성과 편리한 시동을 가능하게 만든 혁신적 기술이었다. 그와 더불어 차체 앞쪽에 달린 전기 헤드램프도 당시에는 최고급 차에만 쓰일 정도로 흔치 않은 장비 중 하나였다.

타입 C가 비교적 성공을 거두면서 쉐보레 브랜드는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 앞선 기술과 높은 신뢰성으로 '제 값을 하는 차'라는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준 덕분이었다. 다만 루이 쉐보레는 타입 C를 둘러싼 갈등으로 듀런트와 결별했다. 그래서 타입 C는 쉐보레 브랜드로 나온 차 가운데 루이 쉐보레가 유일하게 개발에 관여한 차가 되었다. 

아울러 타입 C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쉐보레의 보 타이(나비 넥타이) 엠블럼을 쓰지 않은 유일한 차이기도 하다. 보 타이 엠블럼은 1913년에 만들어져 1914년에 나온 다른 모델부터 쓰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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