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 바꾸고 가격 내려도” 쉐보레 말리부 신차효과 실종

  • 입력 2019.01.14 13:00
  • 기자명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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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말리부가 부분변경 이후 판매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통상 신차가 출시되면 초기에 판매가 급등하는 ‘신차효과’를 누리기 마련이지만, 기대 이하의 시장 반응에 말리부가 신차효과를 아예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GM에 따르면 11월 26일 출시된 더 뉴 말리부는 출시 첫 달인 12월 1817대 팔렸다. 1651대를 팔았던 전월에 비해 166대 늘긴 했지만, 신차라는 것을 고려하면 기대에 못 미친다. 특히 2016년 4월 기존 말리부 출시 당시 1만대 넘는 사전계약을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실적이다.

가격 인하에도 냉랭한 소비자 반응

쉐보레는 더 뉴 말리부를 출시하면서 주력 트림의 가격을 동결하거나 소폭 인하했다. 1.35L 터보 엔진이 적용된 E-터보의 LS 트림은 가격 동결, LT와 프리미어, 퍼펙트 블랙 등 상위 트림은 최대 100만원의 인하가 이뤄졌다. 2.0L 터보 라인업 역시 신규 사양 추가에도 가격을 동결했다.

에어백 추가, 디지털 계기판과 8인치 디스플레이 등 신규 사양이 대거 추가되고 기본 사양도 강화되면서 가격이 동결된 트림도 이른바 ‘사실 상 가격 인하’ 효과를 냈다. 또 개소세 인하분이 적용돼 12월 신차 판매가 활발했음에도, 말리부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같은 기간 경쟁 중형세단들의 판매량을 비교해 봐도 시장에 큰 악재는 없었다. 현대 쏘나타와 기아 K5는 각각 4909대, 4417대 팔려 전월 대비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다. 르노삼성 SM6와 SM5는 각각 2956대, 883대의 판매량을 기록, 전월 대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즉, 중형세단 시장 자체의 위축 탓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주력 트림 파워트레인 변경, 약일까 독일까?

시장 환경보다는 말리부의 파워트레인 변경이 오히려 말리부 판매에 악재가 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기존 1.5L 터보 엔진을 대체하는 1.35L 터보 엔진과 무단변속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크다는 의견이다. 1.35L 터보 엔진은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에 최초로 적용된 것으로, 156마력을 내는 3기통 터보 엔진이다.

성능 상으로는 크게 뒤처지지 않지만, 흔히 ‘경차 엔진’으로 여겨지는 3기통 엔진인 만큼 소비자들의 평가가 갈리는 상황. 여기에 변속기 또한 이질감이 있는 무단변속기가 적용되면서 배기량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중형세단 소비자층에게는 거부감이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반면 고성능 모델인 2.0L 터보 라인업은 엔진과 변속기 모두 기존과 동일하다. 그 결과 2.0L 터보 모델에 미국과 동일한 8단 변속기가 적용되길 기대했던 고성능 수요층도 충족시키지 못했다. 또 미세먼지,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 이슈로 디젤차 판매가 줄어드는 와중에 뒤늦게 투입된 디젤 엔진 역시 소비자들의 수요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평가다.

제품보다 한국GM 불안 요인 작용

그렇지만 말리부가 부분변경에도 신차효과를 충분히 누리지 못한 근본적인 원인은 한국GM의 경영 불안정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지난해 군산공장 폐쇄를 시작으로 한국GM은 누적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경영정상화에 나섰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큰 상황이다.

특히 군산공장 사태가 수습된 뒤에도 연구개발법인 분리로 인한 노사 갈등, GM 본사의 북미 지역 내 대규모 구조조정 등으로 여전히 한국GM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결국 판매량 회복을 위해서는 한국GM의 국내 잔류에 대한 소비자들의 확신이 필요하다는 것.

실제로 말리부 구입을 고려했던 소비자 K씨는 “원래부터 쉐보레 차량을 선호했고 신형 말리부 자체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지만 운행 중 한국GM이 철수하면 중고차 가격 하락이나 A/S가 우려된다”며 타 차량을 구입한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군산공장 사태 이후 한국GM이 상품 경쟁력 강화와 라인업 확장에 힘쓰고 있지만 그보다 선행돼야 할 것은 소비자 신뢰 회복”이라며, “노사 갈등을 최소화하고 외부 환경으로 인한 사업 철수 우려를 불식시켜야만 판매량도 다시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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