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역사의 시작 #8 캐딜락의 모델 A '러너바웃과 토노'
브랜드 역사의 시작 #8 캐딜락의 모델 A '러너바웃과 토노'
  • 류청희 칼럼리스트
  • 승인 2019.01.11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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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년, 헨리 포드의 자동차 사업에 투자했던 윌리엄 머피(William Murphy)와 르뮤엘 보웬(Lemuel W. Bowen)은 포드의 개발 방향에 불만을 갖고 회사를 청산하려고 했다. 그들은 이미 갖춰 놓은 공장과 설비를 매각하기 위해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을 초빙해 왔다. 평가를 마친 그는 머피와 보웬에게 설비를 매각하지 말고 새 자동차 회사를 만들라고 부추겼다. 그러면서 자신이 개발해 올즈모빌에 납품하려다가 거절당한 엔진을 보여줬다.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두 사람은 1902년 8월에 새로운 자동차 회사를 세웠다. 회사 이름은 디트로이트 지역을 발견한 프랑스 탐험가의 이름을 가져온 캐딜락(Cadillac)이었고, 캐딜락의 탄생에 기폭제 역할을 한 인물은 헨리 릴랜드(Henry M. Leland)였다.

캐딜락의 첫 차는 당연히 릴랜드의 설계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1902년 10월 17일에 치러진 첫 시험주행은 릴랜드의 회사인 릴랜드 & 폴코너(Leland & Faulconer) 소속 기술자인 앨런슨 브러시(Alanson P. Brush)가 맡았다. 엔진은 실제로는 운전석 아래에 있었지만, 차체 앞쪽에는 곡선으로 기울어진 가짜 보닛과 라디에이터가 있었다.

실린더가 뒤쪽을 향해 수평 방향으로 놓인 단기통 1609cc 엔진은 6.5마력의 힘을 낸다고 광고했지만 실제 출력은 10마력에 가까왔다. 이 엔진은 실린더와 실린더 헤드를 분해 조립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흡기 밸브는 위쪽, 배기 밸브는 아래쪽을 향하고 있었고 연료는 중력에 의해 운전석 아래에 있는 연료탱크에서 공급됐다. 흡기 밸브는 가변 리프트 장치가 달려 있어, 스티어링 컬럼에 있는 레버로 밸브 열림량을 조절하고 스로틀 역할을 겸했다.

실린더 주변은 구리로 만든 워터 재킷이 감싸고 있었다. 시동은 차체 옆에 있는 크랭크를 돌리면 걸렸다. 독특한 엔진과 달리 변속기와 체인 구동장치는 다른 차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었다. 변속기는 2단 플래니터리 기어를 사용했는데, 저속 기어는 왼쪽 페달을 밟아 넣고 고속 및 후진 기어는 운전석 오른쪽 레버로 작동시켰다.

변속기를 거친 엔진 동력은 체인으로 뒷바퀴에 전달됐다. 브레이크는 페달을 밟으면 뒤 차축 안쪽 장치가 작동하는 기계식이었다. 제동할 때 기어를 후진 위치로 넣으면 더 효과적으로 제동할 수 있었다. 차체는 지붕이 없는 2인승 러너바웃(Runabout)과 뒷좌석에 지붕을 씌우거나 벗길 수 있는 4인승 토노(Tonneau)의 두 가지였다. 처음 출시됐을 때에는 따로 이름이 붙지 않고, 차체 형태를 따라 단순히 캐딜락 러너바웃과 캐딜락 토노로 불렸다.

러너바웃과 토노는 1908년까지 여러 차례 개선되며 꾸준히 생산됐는데, 1903년에 나온 첫 모델은 이듬해 모델 B가 나온 뒤에야 구분을 위해 모델 A로 불리기 시작했다. 초기 모델은 엔진과 변속기, 스티어링 등 주요 부분의 특허를 앨런슨 브러시가 갖고 있었기 때문에, 나중에 나온 모델은 특허권을 피하기 위해 꾸준히 설계 변경이 이루어졌다.

모델 A는 1903년 1월에 열린 뉴욕 오토쇼에 맞춰 세 대가 완성되었는데, 세 대 모두 현장에서 판매된 것은 물론 2000대가 넘는 추가 주문까지 받았다. 당시 캐딜락 세일즈 매니저로 일했던 올즈모빌 출신 윌리엄 메츠거(William E. Metzger)의 뛰어난 수완 덕분이었다. 모델 A는 초기에는 리랜드 & 폴코너 공장에서 생산됐고, 나중에 캐딜락 공장에서도 생산이 이루어졌다.

1년 동안 판매된 모델 A는 2000대에 약간 못 미쳤다. 당시 2인승 러너바웃의 값은 750달러였고 4인승 토노는 850달러였다. 모델 A는 정교한 제작기술을 바탕으로 한 높은 신뢰성과 편의성, 유지비 등으로 높은 평가를 얻었고, 언덕 오르기와 견인에 탁월한 능력을 지닌 차로 알려졌다. 또한, 동시대 다른 차들보다 유지관리가 편리해 캐딜락 브랜드의 이미지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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