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역사의 시작 #6 오펠 파텐트 모토바겐 시스템 루츠만
브랜드 역사의 시작 #6 오펠 파텐트 모토바겐 시스템 루츠만
  • 류청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1.09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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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펠 창업자 아담 오펠(Adam Opel)은 1895년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부인과 두 아들 카를(Karl)과 빌헬름(Wilhelm)이 가업을 물려받아 계속 꾸려 나가고 있었다. 재봉틀을 중심으로 다양한 기계류를 만들어 성공을 거둔 오펠 가문은 19세기가 막바지로 접어들 무렵, 자전거에 이어 자동차 분야로 진출한다. 때마침 오펠은 발명가인 프리드리히 루츠만(Friedrich Lutzmann)이 세운 회사를 인수함으로써 자동차로 발을 넓혔다. 

루츠만은 1893년 처음 자동차를 발명해 1895년 데사우(Dessau)에서 자동차 생산을 시작했고 독특한 설계로 나름의 입지를 갖고 있었다. 오펠은 1898년 프랑크푸르트 부근의 뤼셀스하임(Rüsselsheim)에 공장을 세우고, 1899년부터 루츠만의 특허 설계를 바탕으로 첫 차인 파텐트 모토바겐 시스템 루츠만(Patent Motorwagen System Lutzmann)의 생산을 시작했다. 루츠만은 오펠의 회사에서 자동차 생산 책임자로 일했다. 

오펠의 첫 차는 루츠만이 1897년에 만든 파일(Pfeil, 화살) 모델의 설계를 바탕으로 했다. 오펠에서는 새 기술자들이 루츠만의 기본 설계에 몇 가지 혁신적 기술을 더했다. 체인 방식으로 작동하는 스티어링을 다시 설계했고, 차의 안정성을 높이고 무게 중심을 낮추기 위해 세로 방향 프레임을 더 키웠다. 프레임은 두 개의 철제 파이프가 세로 방향으로 뻗어 있고, 나무로 된 구조 아래에 네 개의 리프 스프링이 앞뒤 차축을 받치는 구조였다. 

가죽 벤치 시트는 등받이와 암레스트가 있어 두 사람이 앉을 수 있었고, 추가로 간이 좌석을 주문해 달 수도 있었다. 루츠만의 차는 목제 휠에 통고무 타이어를 끼웠지만 오펠의 첫 차는 공기주입식 타이어를 썼다. 차체 뒤쪽에 실린 수랭식 4행정 단기통 1543cc 엔진은 2밸브 구조에 650rpm에서 3.5마력의 힘을 냈다. 엔진은 운전석 뒤에 노출되어 있었고, 커넥팅 로드와 크랭크샤프트도 노출되어 있었다. 시동은 원래 플라이휠을 손으로 돌려 걸었지만, 차체 뒤쪽에 있는 크랭크 핸들을 돌리는 방식으로 개선됐다. 

두 개의 물 탱크에 담긴 냉각수는 엔진을 거쳐 라디에이터로 전달돼 냉각됐다. 점화는 배터리의 전기를 이용해 유도 코일을 이용했다. 연료탱크는 카뷰레터 역할도 했다. 기어 레버는 조향 핸들 아래에 있었다. 그 핸들로 전진 3단 변속기의 기어 단을 선택하거나 공회전 상태로 조절할 수 있었다. 벨트 동력전달장치는 가죽으로 되어 있어 변속 때 울컥거리는 충격을 흡수할 수 있었다. 동력 전달은 가죽 구동벨트, 카운터샤프트, 플래니터리 기어, 체인을 거쳐 뒷바퀴로 이어졌다. 

스티어링 컬럼은 운전석에 수직으로 세워진 막대 아래에 달려있는 기어를 앞바퀴에 있는 스티어링 레버와 체인으로 연결해 크랭크처럼 돌리는 방식이었다. 디퍼렌셜이 없었기 때문에 회전반경이 컸고, 브레이크는 밴드 브레이크로 카운터샤프트에 연결돼 발로도 작동할 수 있었다. 전비중량 520kg 정도인 차는 시속 20km의 속도를 무리없이 낼 수 있었고, 숙련된 운전자라면 시속 30km까지 달릴 수 있었다.

생산은 한 대씩 이루어졌고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계속 개선됐기 때문에, 초기에 만들어진 차와 후기에 만들어진 차는 부품은 물론 성능에 차이가 있었다. 초기 3.5마력 엔진은 이후 4마력, 5마력, 6마력으로 높아졌고, 이후 2기통 8마력 엔진도 올라갔다. 

그러나 기술 발전이 워낙 빨랐던 탓에, 루츠만의 설계는 금세 시대에 뒤처진다.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65대를 생산한 뒤 시스템 루츠만의 생산은 중단됐고, 오펠은 프랑스 다라크(Darracq)와 계약을 맺어 오펠-다라크 브와튜레트(Voiturette)를 생산하면서 독자 모델 개발도 병행하기 시작했다. 시스템 루츠만은 당시 자동차 산업이 겪고 있던 변화의 과정과 속도를 짐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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