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역사의 시작 #4 르노의 초고속 '브와튜레트 타입 A'
브랜드 역사의 시작 #4 르노의 초고속 '브와튜레트 타입 A'
  • 류청희 칼럼리스트
  • 승인 2019.01.0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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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 르노(Alfred Renault)의 여섯 형제자매 가운데 넷째로 태어난 루이 르노(Louis Renault)는 어릴 적부터 기계와 공학에 관심이 많았다. 10대에 프랑스 자동차의 선구자 중 하나인 파나르(Panhard)의 엔진을 연구하는 한편, 증기자동차로 이름을 알린 레옹 세르폴레(Leon Serpollet)의 공방에 드나들며 기술을 익혔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파리 근교 불로뉴 비앙쿠르(Boulogne-Billancourt)의 집에 있는 정원에 작은 작업실을 차리고, 개인적으로 쓰기 위한 독자 설계의 단순한 작은 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르노가 두 명의 기술자와 함께 첫 차를 완성한 것은 1898년 크리스마스 이브로, 그의 나이 21살 때였다. 브와튜레트(Voiturette) 즉 '작은 차'라는 이름이 붙은 그의 차는 나중에 르노 타입 A로 불리게 된다. 

많은 초기 자동차가 그랬듯, 타입 A의 섀시는 자전거에 바탕을 두었다. 철제 파이프를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 자르고 굽힌 것을 여러 겹으로 용접해 최종적으로 형태를 갖췄다. 처음 완성한 차에 올라간 엔진은 드 디옹 부통(De Dion-Bouton)이 삼륜차에 쓰기 위해 만든 단기통198cc로, 최고출력 0.75마력에 사이드 밸브와 점화코일 방식 점화 시스템이 쓰였다. 동력은 가죽 클러치와 체인을 통해 뒷바퀴로 전달되었다. 

조향은 수직으로 곧게 선 스티어링 컬럼에 달린 반원형 스티어링 휠로 두 개의 앞바퀴를 조절해 이루어졌다. 앞뒤 차축에는 차체 길이 방향으로 반원형 판 스프링이 달려 있어 충격을 흡수했다. 르노는 자신이 만든 차의 성능을 시험하고 알리기 위해 형인 마르셀 르노(Marcel Renault)와 몇몇 지인을 초청해 파리 몽마르트 부근으로 갔다. 유명한 뤼 레픽(Rue Lepic)의 가파른 언덕을 오를 수 있을 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많은 사람이 모인 가운데 르노 타입 A는 13도 경사의 언덕을 여러 차례 거뜬히 올랐고, 그 자리에 모인 부유한 사람들에게서 곧바로 주문이 쏟아졌다. 첫 차를 산 사람은 루이의 아버지 친구였다. 가능성을 확인한 르노는 두 달 뒤인 1899년 2월에 형제들을 중심으로 한 투자에 힘입어 르노 형제 회사를 세우고 본격적인 자동차 생산에 착수했다. 르노 공장에서 만든 첫 차는 기본적으로 뤼 레픽을 오른 것과 같았지만, 몇 가지 개선이 이루어졌다. 

공랭식 엔진은 같은 드 디옹 부통에서 만들었지만 배기량이 273cc로 커지면서 출력도 1.75마력으로 높아졌다. 엔진 위에는 둥근 보닛이 있었고 뒤쪽에는 벤치 시트를 달았는데, 등받이와 팔 받침도 갖췄다. 스티어링 휠은 오른쪽에 달려 있었다.

체인 구동 방식은 프로펠러 샤프트(카르단 샤프트) 구동 방식으로 바뀌었다. 차체 앞쪽에 엔진을 놓고 프로펠러 샤프트와 디퍼렌셜을 통해 뒷바퀴로 동력을 전달하는 구동계 배치는 당시로서는 혁신적이었다. 파나르 에 르바소(Panhard et Levassor) 차에 처음 쓰여 시스템 파나르(Systeme Panhard)라는 이름으로 유명해진 이 배치는 당시 유행했던 '말 없는 마차' 즉 엔진이 운전석 아래나 뒤에 있고 앞에는 대시보드(앞에서 흙이 튀는 것을 막는 판)가 있는 설계에서 벗어난 현대적 자동차 구동계의 시초로 알려져 있다.

변속기는 전진 3단과 후진 1단 기어로 구성했고, 브레이크는 뒷바퀴와 프로펠러 샤프트에 연결되었다. 시속 32km였던 최고속도는 공장에서 생산된 모델에서는 시속 45km까지 높아졌다. 르노는 변속기와 프로펠러 샤프트 방식 구동계의 특허를 갖고 있어, 특허권 사용료를 아낄 수 있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차의 값은 당시 일반 노동자의 10년치 월급에 해당하는 3500프랑이나 됐다. 1901년까지 290대가 생산된 타입 A의 성공 비결은 단순함에 있었다. 견고하고 관리하기 쉬울뿐 아니라 경쟁 업체보다 생산하기도 쉬웠다. 타입 A의 성공에 힘입어, 르노는 자동차 산업을 발전시킬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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