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역사의 시작 #1 메르세데스 벤츠 '파텐트 모토바겐'

  • 입력 2019.01.02 10:12
  • 수정 2019.01.28 08:27
  • 기자명 류청희 칼럼니스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일 남서부 슈투트가르트 메르세데스가에 있는 메르세데스 벤츠 박물관

미국의 유명 강연가 레스 브라운의 명언 가운데 하나 "출발하기 위해 위대해질 필요는 없지만 위대해지려면 출발부터 해야 한다". 성경에도 있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위대하거나 창대한 미래를 꿈꾸지 않고 뭔가를 도모하거나 시작했거나 출발선을 박차고 나간 이가 있을까. 자동차의 역사도 다르지 않다. 세계 최초이든 아니든 어느 브랜드나 많이 팔거나 혹은 경쟁자를 제쳐 버리겠다거나 아예 판도를 바꿔보겠다는 따위의 원대한 꿈을 안고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 이치가 그런 것처럼 결과는 달랐다. 이미 결딴이 나버린 곳도 있고 망해가는 곳도 있고 다시 기회를 잡거나 100년 넘게 시장을 지배하거나 짧은 역사에도 무섭게 성장한 브랜드도 있다. 오토헤럴드의 신년 기획은 그래서 브랜드의 역사와 함께 탄생한 '최초의 모델'을 다뤄보는 것으로 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시작이 된 칼 벤츠의 '파텐트 모토바겐', 피아트와 쉐보레와 같이 잘 알려진 브랜드의 첫차 그리고 로버, 올즈모빌과 같이 사라진 브랜드의 첫차까지. 총 30개 브랜드의 첫차를 정리하는데 자동차 글쟁이 류청희가 모든 수고를 해줬다. [편집자 주]

#1 메르세데스 벤츠의 파텐트 모토바겐

역사상 첫 자동차가 무엇이냐에 관한 논란은 아직 남아있지만, 가장 일반적으로 꼽는 것은 벤츠 파텐트 모토바겐(Benz Patent Motorwagen)이다. 1885년에 카를 벤츠(Carl Benz)가 완성해 1886년에 특허 등록한 3륜차가 바로 그것이다. 당시에는 내연기관 이론을 바탕으로 실용화에 관한 연구가 다양하게 이루어지면서 원시적 형태의 2행정과 4행정 엔진이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었다. 아울러 엔진을 이용해 탈것을 만들려고 시도한 사람도 많았고 벤츠도 그 중 한 명이었다.

독일 만하임에서 연구하고 있던 그가 1885년에 완성한 첫 차는 단기통 엔진의 힘으로 두 개의 뒷바퀴를 굴리는 삼륜차였다. 이 차는 뼈대와 모습 모두 당대 다른 기술자들이 추구하던 '말 없는 마차'와 큰 차이가 있었다. 이는 차츰 저변이 넓어지고 있던 자전거의 부품과 특징이 어느 정도 반영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차체 프레임을 구성하는 철제 파이프와 휠의 림(테두리), 앞바퀴 축에 물리는 베어링 등은 자전거 공장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철제 파이프 프레임은 위에서 보았을 때 앞이 뾰족한 삼각형에 가까왔고, 꼭지점에 해당하는 앞쪽에는 자전거와 비슷한 형태의 포크에 앞바퀴가 물려 있었다. 앞바퀴에는 조향기구가 달려 있었고, 뒤쪽에 있는 조향용 막대와 기어로 연결되어 막대를 돌리면 앞바퀴가 좌우로 회전하는 식으로 주행 방향을 바꿨다. 앞바퀴 쪽에서 시작해 좌우로 뻗은 프레임 사이에는 나무 판을 깔았고, 차체 가운데 부분에 두 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 커다란 양쪽 뒷바퀴를 사이에 두고 엔진이 누워 있었다. 뒷바퀴와 차체 사이에는 스프링이 있어 서스펜션 역할을 했다. 벤츠의 첫 자동차에는 벤츠가 직접 개발한 배기량 954cc의 단기통 휘발유 엔진이 쓰였다. 이 엔진은출력이 400rpm에서 약 0.7마력 정도였지만 현대적 가솔린 엔진의 기본 요소가 대부분 들어가 있었다. 배터리와 스파크 플러그를 쓰는 전기식 점화장치, 수랭식 냉각 시스템, 카운터웨이트(평형추)가 달린 크랭크샤프트 등이 대표적이었다. 

초기 배터리의 낮은 성능 때문에, 벤츠는 불꽃을 만들 만큼 전압을 높이기 위해 점화 유도장치를 개조했고, 스파크 플러그는 직접 만들었다. 냉각 시스템도 직접 개발했다. 엔진 표면에 물이 닿았을 때 증발하면서 열을 빼앗아가는 단순한 방식이었지만, 출력이 낮은 그의 엔진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옆으로 누운 엔진은 흡기가 위쪽, 배기가 아래쪽으로 이루어졌다. 흡기는 슬라이드 밸브로 조절했고, 1.5리터 크기의 연료탱크에 벤츠가 개발한 표면기화기(surface carburetor)를 달아 혼합기를 만들었다. 배기는 크랭크샤프트에 연결된 캠 디스크와 로커 암, 푸시로드를 이용해 포핏 밸브를 여닫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엔진의 회전력은 베벨 기어로 좌우로 배분되어 체인을 통해 양쪽 바퀴에 달린 스프로켓으로 전달되었다. 

클러치 역할을 겸하는 변속기는 레버를 이용해 가죽 벨트를 공회전 위치와 주행 위치로 옮겨 동력전달을 조절했다. 시동은 좌석 아래에 있는 스위치로 점화를 시작하고 공기량을 조절한 뒤 엔진처럼 옆으로 누워 있는 커다란 플라이 휠을 힘껏 돌려야 걸렸다. 제동은 차체 옆에 있는 기어 레버를 잡아당기면 엔진과 반대방향으로 회전하는 풀리가 작동하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최고속도는 시속 16km 정도로 빠른 말을 따라잡기 어려웠지만, 멈추는 것만큼은 말보다 더 빨리 할 수 있었다.

1885년 말에 벤츠가 신청한 특허가 승인된 것은 1886년 1월 29일이었고, 그는 1886년 7월 3일에 자신의 발명품을 만하임에서 시험 주행하며 사람들에게 공개했다. 이 차는 이후 여러 차례 개선을 거치며 1893년까지 약 25대가 생산되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세계 최초의 자동차에 관한 논란과는 별개로, 벤츠 파텐트 모토바겐이 상품으로 만들어져 팔린 첫 자동차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