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차량 화재 원인, 정부 조사 발표가 남긴 숙제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18.12.30 09:27
  • 수정 2018.12.30 09:29
  • 기자명 오토헤럴드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가 BMW 차량 화재에 대한 조사 결과를 지난 24일 발표했다. 차량 설계에 문제가 있다는 최종 결론이 나오자 BMW는 EGR 쿨러의 누수가 직접적인 원인이고 따라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리콜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최종 조사 결과에는 몇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꼭지가 있다. 모든 것이 다는 아니겠지만 정부 차원의 공신력 있는 발표고 향후의 진행 상황에 따라 전 세계로 리콜이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4개월간 국토교통부 민관조사단은 시간이 부족했다. 따라서 아직 미흡한 부분을 보강해야 할 필요가 있다. 검경 수사에서 보완적인 부분도 나올 것이고 BMW의 향후 소명에 따른 재보완도 예상된다. 특히 BMW의 엔진 설계 잘못이라는 내용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EGR 쿨러 냉각수량이 얼마나 부족한지 다른 차량 대비 측정치가 나와야 할 것이고 EGR 밸브 등 각종 부품에 가해진 무리한 운용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의 입증도 필요하다.

예전부터 BMW 차량의 EGR 쿨러 냉각수가 다른 메이커의 차량 대비 40~50%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EGR 밸브나 바이패스 밸브 등을 다른 차량 대비 무리하게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했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확실한 보완이 필요하다. BMW의 충분한 소명도 필요하다. 합리적이고 공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본사 차원의 대답이 요구된다. 즉 정부의 최종 발표에 대한 반박할 수 있는 확실한 소명이 이뤄져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향후 진행될 검경의 조사가 진행되면 확실한 소명은 중요한 해결과제가 될 것이다.

대한민국에서만 독특하게 화재가 발생한 이유도 살펴봐야 한다. 독일이나 영국 등과 유사한 비율로 화재가 발생한다고 했지만 이렇게 직접 차량이 불에 타는 경우는 없었다. 이에 대한 정부의 설명은 미흡했고 또 누구도 이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 물론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화재가 발생하고 있는 BMW 차량은 센서가 동작해 화재 전 운전자에게 경고하거나 인지시키는 부분이 중요하다. 발표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이 부분은 운전자가 화재를 예상하고 비상 대피하는 시간적 여유를 주지 못했다.

EGR 냉각수가 부족해도 센서 동작이 없는 것도 확인됐다. 이 부분이 직접적인 화재 인지를 못 하게 할 수도 있고 무리한 소프트웨어의 운행이 이러한 화재를 키울 수 있다. 항상 지적했던 것처럼 소프트웨어는 최종 발표에서 나왔던EGR 밸브의 문제와도 상통하는 얘기다. 즉 EGR 밸브의 작동은 모두 소프트웨어의 명령에 의해 동작하는 만큼 완전히 닫히지 못하고 틈이 벌어져서 배기가스가 유입되는 원인도 바로 잘못된 소프트웨어가 원인일 공산이 크다.

일각에서 언급하는 소프트웨어 조작 의혹은 완전히 다른 얘기다. 지난 4년 전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당시에는 인위적인 조작 프로그램으로 범죄라고 할 수 있었으나 이번 프로그램은 조작이 아니라 무리하게 EGR 시스템을 동작시키도록 소프트웨어를 설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EGR 밸브의 세밀한 여닫이 프로그램 설계가 문제일 수도 있고 질소산화물 저감을 높이기 위하여 무리하게 뜨거운 배기가스를 유입량을 늘려 EGR 쿨러 누수 등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

논란이 가장 많은 EGR 쿨러의 문제도 짚어본다. 양질의 부품을 무리하게 사용한 측면이 강하다. 정부 발표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양질의 EGR 쿨러를 설계 잘못으로 뜨거운 배기가스 유입에 대하여 적은 냉각수량으로 견디지 못하고 쿨러 외부로 누수되거나 무리한 프로그램으로 역시 누수가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부분은 냉각수가 끓어오르는 현상인 ‘보일링’과도 상통한다. 즉 보일링 계수가 다른 메이커 차량 대비 크게 부족하다. 독일에서는 EGR밸브 회사와 BMW가 서로 간에 치열한 소송전을 통하여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독일에서는 화재의 원인을 EGR밸브 회사에 전가하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EGR 쿨러 회사에 전가하고 있다.

부품사를 희생양으로 본사 책임을 면하려는 인상이 짙다. 따라서 BMW본사가 차량을 잘못 설계하지 않았다는 점을 BMW 본사가 모두 소명해야 한다. 본사에서 잘못 제작한 차량의 책임을 BMW 코리아가 모든 문제를 안고 가야 하는 안타까움도 있다. 지난 20년간 국내 자동차와 교통 문화 발전에 가장 큰 공헌을 했지만 본사의 잘못 때문에  무너지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고 할 수 있다. 검경에서 잘못된 부분은 모두 따지겠지만 과연 잘못된 지시로 인한 본사의 잘못이 있으면 최종 책임을 질 본사 임원이 소환돼 조사를 받거나 처벌을 받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현재 리콜을 진행하고 있고 정부는 추가 조사를 통하여 리콜방법을 달리할 수도 있다고 했지만 필자가 예전에 언급한 바와 같이 아예 리콜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현재의 리콜과 같이 무리가 간 EGR 모듈을 교체하면 화재가 발생하는 시간은 벌겠지만 다시 불이 발생할 공산이 크다. 일반 자동차 화재와 섞이면서 자연스럽게 BMW 차량 화재는 없어졌다고 할 수 있지만 이제는 그렇게 되지 못한다. EGR 모듈 교체와 함께 프로그램 업데이트로 뜨거운 배기가스 유입량을 줄이면 당연히 화재는 없어지겠지만 질소산화물 저감이 줄어들면서 대기환경보전법 위반으로 운행이 정지될 수도 있다.

즉 제대로 된 리콜 방법이 아예 없을 수도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질 가능성이 크고 따라서 BMW가 정부 발표를 거부하고 그대로 리콜을 진행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이런 상태가 지속하고 운행된다면 다가오는 여름 폭염 때는 다시 한번 BMW 차량 화재가 재연될 수 있다. 최종 발표 이후에도 리콜 받은 차량에 다시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여름 폭염 때 1~2도의 차이는 중요한 자동차 화재 변수가 될 수 있어 더 우려스럽다. 제대로 해결해 내년 여름 BMW 차량 화재 얘기가 더는 들리지 않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