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중 자동차 시장, FTA로 문 열고 협력해야 할 때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18.12.22 08:30
  • 기자명 오토헤럴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가 경제 살리기 움직임을 시작하고 있으나 늦은 감이 있다. 여기에 근본적인 비즈니스 프랜들리 정책은 아니어서 국내 투자 욕구를 자극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자동차 분야는 워낙 고비용 저생산 구조가 고착돼 더는 국내 자동차 생산시설을 늘리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게 됐다. 광주 일자리 프로젝트도 노조의 반대로 동력원을 잃었고 한국GM도 결국 원하는 대로 법인 분리를 마쳤다.

회사가 의도하는대로 효율적으로 운영이 될 것인지 ‘그들만의 리그’의 의미로 끝날 수도 있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나마 르노가 스페인에 있던 초소형 전기차 모델인 트위지 생산 시설을 부산으로 옮기기로 한 것이 가뭄의 단비다. 현대차 그룹도 새로운 인적 자원 쇄신은 물론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쉽지 않은 시기인 만큼 고민이 깊어 보인다.

특히 중국 시장은 글로벌 시장 중 매우 중요한 시장이나 점차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어서 고민이 클 것이다. 신차종 투입 등 중국인의 입맛에 맞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사드 이전의 8~9% 점유율로 가기는 쉽지 않다. 중국 토종기업은 디자인과 기술, 옵션, 가격 등 여러 면에서 상당 수준까지 쫓아왔다. 중국 제품보다 20~30% 비싼 가격에 일반 대중 브랜드를 구매할 이유가 많이 사라지고 있다.

현대ㆍ기아차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니라 대중 브랜드인 만큼 가성비 측면에서 크게 앞서지 못한다. 그 만큼 중국산 브랜드는 여러 부분에서 눈부신 상승을 하고 있고 어느 부분에서는 역전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도 고민은 많다. 미ㆍ중 무역전쟁이 진행 중이고 선진형 자동차 기술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이고 해외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야 하는데 자동차 분야는 일부 동남아 또는 중동 시장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아직 선진 시장은 제대로 접근을 못 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우리나라와 합작을 제의하는 일이 늘고 있다. 우리 시장이 커서 공략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안전과 환경적 기준을 통과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의 이름으로 세계 공략이 가능하게 되기 때문이다. 즉 일부 부품은 중국산으로 제작 구매하고 핵심 부품을 우리 것으로 무장해 국내에서 제작 판매하는 윈윈 개념의 모델 제의가 늘고 있다.

즉 우리나라를 글로벌 시장을 위한 ‘게이트웨이’로 하고 이윤을 공유하는 모델이다. 가장 고민해야 할 부분이 바로 한ㆍ중 FTA다. 협약 이후 이미 여러 해가 지났지만 가장 핵심적인 자동차 분야는 빠져있다. 당시에만 해도 자동차 분야는 서로가 두려워하여 제외해놨다. 우리는 중국산 저가 자동차 등이 무분별하게 수입되는 것을 두려워했고 중국은 제네시스와 같은 고급 브랜드의 시장을 열어주는 부담을 가지고 있었다.

지난 20년간 중국과 해외 메이커의 합작 형태로 자국 판매 모델에 유일하게 자동차 시장을 열어준 만큼 관세 없는 완성차 수입은 부담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다르다. 우리는 고비용 저생산 구조로 단순 부품을 생산하기에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고 따라서 혼자의 힘이 아니라 서로 간에 시너지를 내서 이윤을 나눠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적과 동침은 기본이고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덤벼드는 세상이다. 결국 우리가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는 만큼 중국의 장점과 우리의 장점을 모아 세계 공략을 할 수 있는 복합적인 모델을 개발하고 공유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 됐다. 따라서 한ㆍ중 FTA에서 자동차 분야를 적극적으로 포함하는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각종 단품이나 일정 수준의 제품은 수입하고 핵심부품이나 제품의 완성도를 위한 시험 등은 우리가 진행해 이윤은 나누고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방법도 찾아야 한다.

어느 정도 지나면 중국산 북경현대차가 국내로 역수입돼 치열한 점유율 다툼을 벌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중국산 볼보 S90이 내년부터 수입 판매되는 만큼 앞으로 품질이 좋은 다양한 중국산 자동차의 역수입도 많아질 전망이다. 따라서 이제는 역량을 강화해 최고의 제품만이 살아 남는다는 것을 인지하고 단순히 중국에 자동차를 판매하기보다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함께 구축해 먹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고민은 많을수록 좋을 것이다.

키워드
#자동차 #FTA #중국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