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130년의 자동차 생태계를 바꿀 현대차 수소 전략

  • 입력 2018.12.12 09:09
  • 수정 2018.12.12 09:21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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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이 있지만, 자동차의 역사는 1886년 칼 벤츠의 모터바겐을 시작으로 본다. 그가 만든 내연기관의 원리로 132년이 지난 오늘까지 전 세계에 13억대 이상의 자동차가 달리고 있다. 그러나 내연기관은 에너지를 고갈시키고 지구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퇴출 위기에 몰렸다.

대안으로 모터로 달리거나 지원을 받는 전동차가 등장했지만,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 막혀 완벽한 친환경 차로 동의받지 못하고 있다. '궁극의 미래 차'로 불리는 것은 산소와 수소를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 모터로 구동되는 '수소 전기차'다. 

수소전기차가 '궁극의 에코카'로 불리기도 하는 이유는 무한 에너지로 수소를 만들어 내고 자동차가 구동될 때 어떤 오염물질도 나오지 않아서다. 그런데도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는 수소전기차의 적극적인 진입을 꺼려왔다.

연구 개발, 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에 엄청난 비용이 필요하고 전기차의 1.5배인 가격 때문에 당장 팔릴 차가 아니라고 판단해서다. 전 세계 자동차 메이커 가운데 유일하게 현대차는 수소전기차를 강력한 의지로 밀어붙였다.

2013년 세계 최초의 수소전기차 양산 차인 투싼ix FCEV를 내놨고 올해 3월 전용 모델 넥쏘를 출시했다. 반응은 해외에서 먼저 시작됐다. 스위스 수소 에너지기업 'H2Energy'에 1000대의 수소 전기 트럭, 프랑스 에어리퀴드, 엔지와 2025년까지 5000대의 수소 전기차 공급 계약을 맺었다.

국내에서도 2022년 1000대 이상의 수소 버스 운행을 추진하고 있고 충전 불편이 여전하고 보조금을 받아도 전기차보다 비싼 넥쏘를 사겠다며 4000명 이상이 줄을 섰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는 2030년 수소전기차 생산을 연간 50만대로 확장하겠다는 새로운 플랜을 어제(11일) 발표했다.

7조6000억 원을 투자해 수소전기차의 핵심인 수소 연료전지시스템 생산 시설을 구축해 2022년 연간 4만 대, 2030년 70만대의 생산 체제를 갖추는 것이 골자다. 이 연료전지는 드론, 선박, 철도, 지게차 등 다양한 운송 수단과 발전용, 건물용으로도 공급된다.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연간 생산 능력은 현재 3000대 규모다.

2030년 국내 50만대 수소전기차 생산체제가 구축될 경우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엄청나다. 연간 경제효과는 약 25조 원, 간접 고용을 모두 포함한 고용은 약 22만 명에 달할 전망이다. 현대차가 수소전기차 개발을 주도하면서 관련 부품의 국산화율은 99%나 된다. 

수소전기차 확산에 따른 경제적 효과 대부분을 국내에서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실제 파급은 더 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가 수소 연료전지 대량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면 현재 1600만 원 수준인 수소 전기차 가격도 크게 낮아지게 된다.

2020년에는 400만 원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와 있다. 이렇게 되면 전기차와 비슷한 가격이 되고 따라서 급속하게 시장을 장악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9월,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의 ‘수소가 디지털을 만나다’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수소 기술이 100만대에서 최대 150만대의 자율주행 택시, 30만대에서 최대 70만대의 자율주행 셔틀 등에 적용될 것으로 봤다. 

또 약 300만대에서 최대 400만대에 이르는 트럭과 밴에 수소 기술이 들어가고, 4000대에서 8000대의 수직이착륙 항공기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등이 장착될 것으로 예상했다. 2030년 수소 연료전지의 수요가 650만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130년을 자동차 산업의 생태계를 이끈 내연기관의 퇴출이 불과 10여년 후 현실화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현대차가 11일 발표한 수소 전략 ‘FCEV 비전 2030’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 언론은 현대차의 전략에 맞춰 수소 전기차 시장의 동향과 미래 전망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라고 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이날 “현대차그룹은 머지않아 다가올 수소 경제라는 신산업 분야의 ‘퍼스트 무버’로서 수소가 주요 에너지인 수소 사회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토요타와 혼다가 미라이와 클래리티를 만들었고 해외 유수의 브랜드가 수소전기차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고 무엇보다 중국 토종의 추격이 거세다. 또 하나 현대차 수소 전략이 세계 자동차 산업의 생태계를 바꿀 것이라는 기대에 앞서 필요한 곳에 충전소 하나 제대로 설치하지 못하는 규제부터 당장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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