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팰리세이드 솔직 평가 '정체성이 분명하다'

  • 입력 2018.12.12 08:00
  • 수정 2018.12.12 15:16
  • 기자명 김훈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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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베라크루즈'를 생각하거나 수입 프리미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감안하고 현대자동차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PALISADE)'를 마주한다면 기대만큼 실망이 크겠다. 편도 약 68km의 거리를 1시간 30분가량 직접 달려본 뒤 첫 느낌은 현대차 SUV 라인업 중 최상단에 위치한 모델로써 정체성이 분명하다는 것. 앞서 지난달 LA 모터쇼를 통해 내외관 디자인이 처음 공개되고 사진과 영상을 통해 실제로 마주하는 것 이상으로 신차에 대한 정보가 자세하게 전달됐지만, 국도와 고속도로를 포함해 일부 오프로드 구간을 달려본 후 팰리세이드 느낌은 기대했던 것보다 조금 못 미쳤다.

이전 맥스크루즈를 대체하는 차종으로서 역할에 충실할 뿐 차급을 뛰어넘는 고급스러움이나 혁신을 찾기는 힘들다. 사진과 영상을 통해 봤던 것보다 실제로 손으로 만져보고 버튼을 누르다 보니 차량의 성향이 쉽게 파악됐다. 다만 어느틈에 기본기가 탄탄한 대형 SUV 신모델을 자신 있게 내놓을 만큼 상품 구성에선 '엘리트 장학생'으로 발전한 현대차의 현주소를 마주할 수 있었다. 일부에서 신차 출시에 앞서 공개된 예정 판매 가격을 놓고 사양에 비해 저렴하다고 평가했지만 실제로는 딱 적당하게 책정된 가격 정책으로 느껴진다.

단도직입적으로 팰리세이드는 현대차 SUV 라인업 최상단에 위치한 모델로서 역할에 충실하게 제작됐다. 향후 현대차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SUV 라인업 추가 계획이 확정된 만큼 현대차 엠블럼을 단 차량에서 제네시스급의 고급감과 상품성 우위를 기대하기는 불가능한 시점을 마주하게 된 것. 현대차 쏘나타와 그랜저에서 제네시스 G70, G80의 품질을 경험할 수 없듯 우리는 현대차의 '플래그십 대형 SUV 출시'라는 화려한 타이틀 아래 이러한 사실들을 잠깐 망각했던 게 아닌지 모르겠다. 예상보다 화려하고 기대보다 많은 사양들이 탑재됐지만 정확히 그 만큼의 가격이 책정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의미에서 국내외 시장에서 현대차 팰리세이드의 경쟁상대는 명확하다. 사실 애당초 국내 시장보다는 북미를 겨냥해 만들어진 차량인 만큼 대중차 브랜드의 대형 SUV 모델 중 포드 익스플로러와 혼다 파일럿, 닛산 패스파인더 등을 꼽을 수 있다. 여기에 2, 3열 공간과 승차감을 감안하고 슬라이딩 도어의 이점을 생략한다면 기아차 카니발 및 일부 토요타와 혼다의 미니밴까지 리스트에 오르겠다.

먼저 팰리세이드의 차체 사이즈는 전장, 전폭, 전고가 각각 4980mm, 1975mm, 1750mm에 휠베이스 2900mm로 전체적인 비율에서 차체가 유독 낮아 보이는 대형 SUV 혹은 미니밴을 연상시킨다. 팰리세이드의 차체는 경쟁모델인 익스플로러와 파일럿 등과 비교해도 가장 긴 휠베이스를 자랑하며 동급에서도 여유로운 실내 공간이 특징이다. 익스플로러와 비교 시 전장이 80mm 짧고, 전폭 역시 20mm가 좁으며, 전고는 25mm가 낮지만 휠베이스는 무려 40mm가 길다.

이를 통해 실내는 2, 3열 각각의 좌석 어디에 앉아도 불편함을 느낄 수 없는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고 2열 레그룸의 경우 1077mm로 확보해 실용성을 높였다. 또한 3열은 넉넉한 헤드룸 뿐 아니라 동급에서 드물게 후방 10도까지 뒤로 젖힐 수 있는 리클라이닝 기능을 더해 유명무실하게 이용되던 3열 공간을 실제 사람이 타고 이동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또한 트렁크 측면에 위치한 3열 파워 폴딩 시트 버튼을 통해서는 3열 좌석을 쉽고 간단히 접고 펼 수 있어 편리하다. 여기에 2열 좌석 역시 스마트 원터치 워크인 앤 폴딩 버튼을 넣어 3열에 승객이 탑승할 경우 2열 좌석이 쉽게 앞으로 이동하면서 접혀 승차 편의성을 높였다. 이외에도 2열 시트 후방 트렁크 화물 적재 용량의 경우 1297리터로 동급 최대를 자랑하며 3열 시트 후방에는 28인치 캐리어 2개를 넣어도 될 만큼 기본 트렁크 공간도 여유로운 부분은 팰리세이드의 장점이다. 특히 1열 후방 시트는 모두 평평하게 접을 수 있고 최대 2447리터의 공간을 만들 수 있음은 역시 가장 큰 매력. 

이미 잘 알려진 팰리세이드의 외관 디자인은 거대한 크기의 대형 캐스캐이딩 그릴을 시작으로 분리형 헤드램프 및 수직으로 연결된 주간주행등(DRL), 볼륨감 넘치는 후드 디자인을 통해 앞서 선보인 현대차 SUV 라인업 중에서도 가장 독창적인 모습을 띄고 있다. 대부분의 대형 SUV들이 가로 배치 요소들을 통해 차량을 더욱 넓고 웅장해 보이려 디자인하는 것과는 조금은 다른 모습이나 초반 시장 반응은 꽤 긍정적인 분위기다. 그릴과 램프의 교차 라인이 어색하게 보일 수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강인한 이미지를 연출하며 차급에 맞는 디자인을 선보인다.

팰리세이드의 후면부는 전면과 통일감을 강조한 수직형 테일램프를 비롯해 미등 점등 시 리어 가니쉬 램프가 점등되는 독특한 디자인 등 기존 SUV와도 차별화된 혁신적 모습을 구현했다. 또한 번호판 위치를 트렁크 중간까지 끌어 올리고 차명과 현대차 엠블럼을 그 위쪽으로 새겨 넣으며 다소 밋밋할 수 있는 후면부의 긴장감을 더했다. 

실내는 수평형 와이드 레이아웃을 바탕으로 버튼식 전자식 변속기와 브릿지 타입 하이콘솔을 통해 SUV보다는 미니밴의 느낌이 강하다. 속도계 등 각종 주행정보를 고해상도 7인치 컬러 LCD로 구현한 계기판은 우수한 시인성은 물론 좌우 방향지시등을 작동할 경우 앞서 출시된 기아차 K9과 제네시스 G90를 통해 선보인 후측방 카메라(BVM) 기능 등으로 만족감을 더했다.

센터페시아 상단에 자리한 10.25인치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을 이용하듯 조작감이 매우 직관적이고 내비게이션 안내 중에도 다른 미디어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는 와이드 분할 화면, 내비게이션과 연동해 터널 진입 시 윈도우를 닫고 공조를 내기 순환으로 자동 전환하는 터널 연동 윈도우 공조 제어,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 등의 최첨단 IT 편의사양이 더해지며 만족감을 높였다.

다만 전반적으로 일일이 다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다양한 편의 및 안전 사양이 더해져 만족스러웠던 팰리세이드의 실내 중 아쉬운 부분은 사진과 영상을 통해 미쳐 확인하지 못했던 내장재와 관련된 부분이다. 대시보드와 센터콘솔 등 손이 빈번하게 닿고 시선이 머무는 곳의 소재들이 예외 없이 한 눈에도 저렴해 보이는 플라스틱과 가죽 흉내를 낸 것. 느낌만 나무인 것들로 채워졌다. 특히 다양한 버튼으로 채워졌던 센터페시아 컨트롤 패널들의 버튼들은 조작감이 떨어질 뿐 아니라 어색한 무늬의 플라스틱으로 마감된 가니쉬에 싸여 차량에 대한 전반적 만족감을 반감시켰다.

이날의 시승은 디젤 R2.2 e-VGT와 가솔린 람다 3.8 GDi 등 2가지 엔진으로 운영되는 팰리세이드 라인업 중 디젤 2.2 모델로 전자식 AWD 시스템인 '에이치트랙(HTRAC)'까지 탑재한 화이트 크림 외장 색상에 버건디 나파가죽 시트와 전반적으로 짙은 회색톤의 내장재로 구성된 프레스티지 풀옵션 사양이다. 해당 엔진은 앞서 출시된 현대차 신형 싼타페에 탑재된 것과 동일한 구성으로 최고출력 202마력, 최대토크 45.0kg.m을 발휘한다. 여기에 전륜 8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렸다.

현대차는 해당 엔진의 경우 성능 개선을 통해 연비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특히 요소수를 활용한 선택적 환원 촉매저감장치(SCR) 적용으로 유로 6 배출가스 기준을 만족시켰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날 시승한 시승차의 경우 복합 연비 11.5km/ℓ를 기록하며 동일 파워트레인의 싼타페와 비교해서도 0.5km/ℓ 수준의 소폭 향상된 연비를 기록하고 있느니 커진 차체와 추가된 시스템을 고려해도 놀라운 일이다. 참고로 팰리세이드의 공차 중량은 디젤 2.2 모델 1945kg, 가솔린 3.8은 1870kg로 동급 중에서 가장 가볍다.

실제 주행 경험은 제원상 느껴지는 동작보다 초반 민첩성은 조금 떨어지나 중고속에서 고속영역으로 이어지는 속도감이 거침없는 파워를 고스란히 전달한다. 이때 정차는 물론 중고속 영역까지 수준 높은 N.V.H. 성능 또한 만족스러워 기본에 충실한 세팅을 맛볼 수 있다. 또한 저단에서는 기어비가 촘촘하고 후반으로 갈수록 넓어져 동력 손실을 줄이려는 노력도 살짝 느껴진다.

서스펜션 세팅은 SUV 차량이지만 패밀리카 성향에 맞춰져 승차감은 2, 3열에서도 줄곧 부드럽다. 운전대를 잡고 장시간 운전을 해봐도 적당히 노면 정보를 걸러주는 세팅과 고속 크루징의 안정성, 편안한 시트로 인해 피로감은 덜하다. 특히 다양한 노면(MUD, SAND, SNOW)의 주행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도록 한 험로 주행 모드(Multi Terrain Control) 추가한 부분은 동급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국도와 고속도로를 포함 약 68km의 거리를 달린 후 팰리세이드의 계기판 연비는 12.5ℓ/100km를 기록해 국내 단위로 환산 시 8km/ℓ로 예상을 밑도는 수치를 보였다.(팰리세이드 계기판 연비로 인해 독차분들에게 혼선을 드렸습니다. 해당 연비는 국내 단위로 환산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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