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마루타? 자동차 정책 소비자 중심으로 변화해야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18.12.09 07:28
  • 수정 2018.12.09 07:30
  • 기자명 오토헤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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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경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모든 지수가 하강 국면이고 더욱이 가장 대표적인 바로미터인 자동차 산업의 하강국면이 이어지면서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 다른 산업에 비하여 수직 하청 구조가 강하고 관련 산업이나 후방산업 등 전방위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는 자동차 산업은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고민이 깊다. 

최근의 국내 상황은 최악으로 가고 있다. 고비용 저생산, 저효율, 저수익의 1고 3저가 현저하고 강성노조로 대표되는 연례적인 노사분규 문제, 여기에 노동자 프랜들리가 강한 정부의 연속적인 경착륙 모델 등도 최악의 상황을 만들고 있다. 현대차 그룹의 순수 영업이익률은 최악이고 한국GM도 공장자금이 투입됐지만 불협화음이 여전하고 광주 일자리 공장 역시 쉽지가 않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위기가 계속되고 있고 반등요소도 보이지 않는다. 이와는 반대로 지난 여름 BMW 차량 화재사건으로 인한 소비자 불만이 극에 달하면서 자연스럽게 소비자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적 입안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이른바 징벌적 손해 배상제 도입과 자동차의 결함을 메이커가 입증해야 하는 책임 등은 물론 내년 초부터 신차 교환 환불 프로그램인 한국형 레몬법도 시작점을 기다리고 있다. 

이러다보니 자동차 산업계의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가장 어려운 시기에 소비자 정책이 강화되면서 더욱 산업 활성화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국내의 자동차 소비자 상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다른 분야와 달리 자동차에 대한 국내의 소비자 권익보호는 최근 많이 올라갔다고 할 수 있지만 아직도 소비자가 봉이고 마루타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 만큼 자동차 소비자는 홀대를 받았고 푸대접을 받은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신차 교환은 문제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교환이나 환불이 된 사례는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고 무작정 잡아떼거나 정비센터에 오라고만 하고 그렇다고 이에 대한 소비자 보상은 거의 없었다. 신차를 구입하고 각종 문제로 정비센터를 밥 먹듯이 왕래하여야 하는 불편함은 언급하기 힘들 정도로 많았다. 그렇다고 그 많은 시간과 정신적 피해를 보상해주는 국가도 아니고 낙후된 관련법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방법도 전혀 없었다. 

자동차 산업은 최악의 길로 가고 있지만 소비자 권리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어 기업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됐다. 그러나 소비자의 불만과 문제해결은 기업의 당연한 책임이다. 제품에 문제가 있으면 당연하게 개선하고 해결을 해줘야 한다. 심각하면 교환이나 환불을 해주는 것도 다르지 않다.

징벌적 손해 배상제의 경우도 소비자를 불편하게 하고 문제를 심각하게 만든 책임에 대한 기본적인 임무를 나열한 것이고 자동차 결함유무를 당연히 메이커가 지워야 하는 부분도 당연한 책무라 할 수 있다. 의료 사고의 과실 여부를 병원이 입증하는 방향으로 넘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동차도 문외한인 운전자나 소유자가 결함을 입증하기 보다는 당연히 해당 자동차를 만든 메이커가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진행하는 부분을 특별히 우리만 하는 듯이 편협되게 봐서는 안된다. 소비자를 배려하고 보호하고 그 입장에서 판단하고 대한다면 자사 제품에 대한 충성고객이 느는 만큼 오히려 마케팅 측면에서 활용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적극적으로 개입해 소비자를 보호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몸만 사리고 부처간의 이기주의도 버려야 한다.

리콜에 대한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사례와 분석이 필요하고 애매모호한 사안에 대한 정확한 결과도출이 필요한 만큼 정부의 할 일도 많다. 상황에 따라 블랙 컨슈머를 차단할 수 있는 방법도 마련돼야 하고 억울한 소비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묘안도 필요하다.

강화되는 소비자 보호 제도가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핵심적인 역할은 정부에 있다. 어느 편이기보다는 국민이 우선이고 보편타당성과 합리성은 물론이고 공감대가 가는 정책적 준비가 필요하다. 보다 확실한 것은 자동차 분야 소비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메이커가 소비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변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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