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악한 탈세범으로 전락한 닛산 부활의 영웅

  • 입력 2018.11.20 12:46
  • 수정 2018.11.20 15:13
  • 기자명 김흥식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54년 브라질에서 태어난 카를로스 곤은 프랑스 최고 명문 에콜폴리테크니크를 졸업한 수재다.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등 5개 국어에 능통한 그는 1985년 31살의 나이로 미쉐린의 남미 사업을 총괄했고 4년 후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1996년 르노는 카를로스 곤을 연구개발 및 제조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했고 1999년 2조 원이 넘는 부채로 경영 위기에 빠진 일본 닛산을 인수하면서 업무최고책임자(COO) 자리에 그를 앉혔다. 취임 직후 곤은 2002년까지 총부채의 절반을 줄이겠다는 '닛산 리바이벌 플랜'을 발표한다.

이후 가혹한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사업성이 없는 부문을 과감히 없애고 불필요한 자산은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닛산 전체 직원의 14%인 2만1000여 명이 회사를 떠났고 여러 공장이 문을 닫았다. 혁신적인 비용 절감으로 '코스트 킬러(cost-killer)'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이때다.

리바이벌 플랜이 성공을 거두면서 닛산은 2001년 흑자 전환에 성공한다. 카를로스 곤은 닛산을 부활시킨 영웅이 됐고 2001년 최고 경영자 자리에 올랐다. 2005년부터는 동맹 관계인 르노의 경영까지 총괄하고 있고 한국의 르노삼성, 일본의 미쓰비시도 그의 책임하에 있다.

꽃길만 걷던 그가 19일 일본 하네다 공항에 착륙한 비행기 안에서 일본 검찰에 의해 체포됐다. 앞서 검찰은 요코하마에 있는 닛산 본사, 도쿄 미나토구에 있는 그의 자택을 압수 수색했다. 수입을 축소 신고했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와 레바논 베이루트 프랑스 파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호화 주택을 구매하는데 들어간 수백억 원대의 자금을 사비가 아닌 닛산이 냈다는 혐의다.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곤 회장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약 1000억 원이 넘는 보수를 받았지만, 절반으로 줄여 소득을 신고했다. 매년 평균 200억 원 가량의 연봉을 받았다는 얘기도 된다. 연초마다 발표되는 자동차 CEO 연봉 순위를 살펴보면 곤 회장의 이름은 한 참 아래에 표시됐다.

2017년을 기준으로 자동차 업체 CEO 연봉 1위는 포드 마크 필즈가 받은 2210만 달러다. GM 메라 바라는 2190만 달러, 얼마 전 작고한 FCA 세르조 마르치오네는 600만 달러를 받았다. 곤 회장의 최근 연봉은 우리 돈으로 100억 원 이상으로 알려져 왔다. 세계 1위를 다투는 토요타 토요타 아키오는 30억 원을 조금 넘고 폭스바겐 마티아스 뮐러는 80억 원 가량을 받는다.

2017년 제조사별 자동차 매출액 순위
2017년 제조사별 자동차 매출액 순위

곤 회장이 수입을 절반이나 줄여 신고한 것이 드러나면서 그의 연봉이 지엠과 포드 CEO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고 따라서 그의 고액 연봉에 대한 비난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닛산의 2017년 영업 이익은 5조원으로 토요타와 폭스바겐 등 경쟁업체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한 상황에서 고액의 연봉을 받았고 세금까지 탈루까지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의 강도는 세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회삿돈으로 전세계 곳곳에 호화 주택을 사들였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기업인의 도덕성에 예민한 일본 국민들의 원성도 높아지고 있다. 닛산 직원들도 "곤 회장이 그렇게 많은 연봉을 받고 있는지 몰랐다.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놀라고 있다.

일각에서는 닛산과 미쓰비시가 기다렸다는 듯이 곤 회장을 해임하겠다고 나서면서 그의 체포가 일본을 대표하는 닛산을 장기 집권하고 있는데 따른 견제용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곤 회장 체포 직후 가진 닛산 기자간담회에서도 "권력이 집중된 그(곤 회장)를 제거하기 위한 쿠테타가 아닌가"라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닛산 직원들의 실망도 크다. 일본의 한 매체는 한 직원이 "그렇게 많은 사람을 잘라낸 댓가로 엄청난 연봉을 받아 챙기면서 회삿돈으로 호화저택을 샀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카를로스 곤은 미쓰비시를 인수하고 난 후 르노 닛산 미쓰비시 얼라이언스를 세계 1위 자동차로 만들 것이라는 목표를 거듭해서 밝혀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닛산 부활로 일본에서도 영웅 대접을 받았던 그는 목표 달성의 주인공이 되기에 앞서  추악하거나 씁쓸한 퇴장으로 결말로 될 공산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 르노와 닛산의 동맹관계도 위기를 맞고 있다. 그의 임기는 2022년까지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