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재난 수준 미세먼지, 주범 놓친 저감 대책

  • 입력 2018.11.19 09:11
  • 수정 2018.11.19 09:15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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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미세먼지는 '나쁨' 수준이다. 미세먼지보다 더 나쁜 '초미세먼지'도 내륙을 중심으로 '나쁨' 수준이다. 미세먼지를 국가적 재난으로 정의한 정부는 앞서 여러 대책을 내놨다. 화력발전소, 노후 경유차의 가동과 도심 진입을 제한하고 LPG 차량 구매 대상 제한을 풀기도 했다.

압권은 클린 디젤을 폐기한 것. 10년 이상 기구 온난화의 주범이라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다는 이유로 깨끗한 차로 대접을 받아왔던 디젤차 혜택을 몰수하고 2030년에는 공공기관에서 아예 없애버리는 '디젤 제로화'를 공언했다.

미세먼지 또는 초미세먼지가 사람의 건강에 어떤 위해 요소가 되고 있는지, 지구 환경에 어떤 악영향을 주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은 이제 새삼스럽다. 그렇다고 봤을 때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은 때가 늦어도 너무 늦었고 핵심은 잡았지만 놓치고 있는 것들이 적지 않다.

클린 디젤이라는 해괴한 용어를 탄생시키며 가장 강력한 환경 규제로 대접을 받는 유로 6가 미세먼지를 걸러내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환경 전문가 다수는 미세먼지 가운데 100nm 이하의 경유차 극(초)미세입자는 어떤 규제로도 걸러 낼 수 없다고 지적해왔다.

1μm(마이크로미터) 이하 초미세먼지는 비강이나 인두(입과 코)를 통해 폐의 일부인 폐포까지 들어와 쌓이면서 천식 등을 포함한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고, 어린이나 노약자 또는 호흡기와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조기 사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국립환경연구원의 보고서가 나온 때는 2013년이다.

유로6 규제가 어느 정도의 미세먼지를 걸러내면서 자연 인간에 더 치명적인 초미세먼지를 더 배출하게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10년간 1조2000억 원을 들여 노후 경유차에 배출가스 저감 장치를 달고 차량 교체 비용을 지원했는데도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이 전혀 줄지 않고 있다는 것에도 주목해야 한다.

대표적인 유발원이 중국발 스모그라는 것은 당연한 얘기지만 미세먼지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관용이고 민간용이고 노후 경유차 강제 폐차라는 초강수가 필요하다. 10월 기준 우리나라 경유차는 980만여 대, 이 가운데 관용차는 8만9000대다.

경유차가 몇 대인지 통계를 확인할 수 없었지만, 모두가 그렇다고 해도 공공기관 경유차 제로화의 효과는 분석을 해 보기도 민망한 정도에 불과하다. 국립환경연구원에 따르면 공공기관 중심의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민간으로 확대하면 초미세먼지 농도를 많게는 12%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0년 공공기관 디젤차 폐기가 '전시행정'에 불과한 보여주기식 정책으로 보이는 이유다. 매연 불투과율 97%, 일반 디젤 승용차의 19배나 되는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43만대 이상의 건설기계, 지게차 등이 아웃사이더가 된 것도 의아스럽다.

환경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기계의 미세먼지 배출 비중은 23%, 질소산화물은 21%나 된다. 배출원의 숫자는 작지만, 배출량에서는 무시하기 힘든데도 국가적 재난 미세먼지 대책에서 빠져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국내 전체 자동차 등록 대수의 약 2.1%에 불과한 건설기계가 도로와 비도로에서 운행되는 이동 오염원 전체의 미세먼지 배출량 2만7000여 톤의 23%인 6200여 톤을 배출하면서 전체 이동 오염원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의 48%가 비도로 이동오염원에 의한 것이고 이 가운데 약 38%는 건설기계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을 살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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