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딜러 줄이탈 조짐 '판매 부진에 수익 악화 겹쳐'

  • 입력 2018.11.15 12:26
  • 수정 2020.12.31 08:12
  • 기자명 김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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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과 8월, 잇따라 발생한 차량 화재로 BMW 코리아가 대규모 리콜을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태의 여파가 쉬 가라앉지 않고 있다. 판매와 서비스를 담당하는 딜러사가 수익성 악화와 이미지 훼손 등을 이유로 사업을 정리하고 있는 것. 이에 배출가스 소프트웨어 조작으로 판매중지 처분을 받았던 폭스바겐-아우디 코리아처럼 딜러사들의 대규모 이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BMW 코리아의 공식 딜러사인 신호모터스가 딜러사업을 조기 종료한다. 신호모터스 주주인 한미반도체는 지난 10월 10일, BMW로 발송한 공문을 통해 “낮은 수익률로 인해 사업 영위가 어려운 상황에서 화재사태로 손해가 커져 딜러사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이 공문에 따르면 신호모터스는 BMW 화재사태 이후 직원 고충이 가중되고 판매실적이 악화되는 등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또, 대표이사 명의로 차량 화재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제기되는 등 기업 이미지도 크게 실추됐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BMW가 운영에 대한 비전을 제기하기보다는 네트워크 확장을 요구해 사업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게 신호모터스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신호모터스는 올해 12월 31일까지만 딜러사업을 운영하고 청산 절차에 들어간다.

구로, 안양 영등포 등에 위치한 신호모터스 서비스센터와 딜러사는 사실 상 운영을 종료했다. 현재 서비스센터는 서비스 예약 접수를 받지 않고 최소인원으로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MW 화재사태 이후 딜러사가 이탈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딜러사가 사업을 접는 이유는 따로 있다. 수익성 악화다. 신호모터스는 딜러 사업 종료 사유를 화재사태 이후 경영 악화라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는 기존의 낮은 수익성에 대한 불만이 화재사태를 기점으로 터져 나온 결과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러한 딜러사 이탈은 예견된 수순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신호모터스는 이번에 입수된 공문에서 “2012년 딜러사업 시작 후 6년 간 총 1만 4110대를 팔아 8795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순이익은 6억 원에 불과했다”고 토로했다. 차 1대 당 이익이 겨우 4만 2000원 남짓이었다. 순이익율은 0.07%에 그쳤다.

신호모터스는 이미 매물로 나와 있다. 모기업인 한미반도체는 올해 초부터 신호모터스 매각을 준비해 지난 6월에는 NK물산을 우선협상자로 지정하고 매각 협상을 진행했지만, 7월 말경 화재사태가 터지면서 협상이 사실 상 무산됐다. 이런 상황에서 BMW가 수익성 개선이나 이미지 회복을 위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자 딜러사업 정리 수순에 돌입한 것이다.

딜러사의 수익성이 낮은 원인은 수천만원에 이르는 과도한 판매 프로모션과 인프라 확충 압박 등이다. 이에 딜러 업계서는 사실 상 밑지며 장사하는 형국이라는 볼멘 소리가 더욱 거세게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다른 딜러사들도 상황은 비슷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막대한 투자를 필요로 하는 딜러사업의 특성 상 사업 초기 투입 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기대 이하의 수익성에도 ‘울며 겨자 먹기’로 사업을 지속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BMW 화재사태나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사태와 같은 이슈가 터지면 손해를 감당하지 못하고 사업을 철수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딜러사 이탈은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판매 사후관리는 물론, 서비스센터 감소로 인해 해당 지역의 소비자들이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다른 서비스센터의 업무부담이 가중되면서 브랜드의 전체적인 서비스 품질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 딜러사들은 이러한 손해를 감수할 여력이 되지만, 소규모 딜러사들은 고질적인 수익성 문제로 부정적인 이슈를 감당할 여력이 부족하다”며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딜러사에 대한 고통 분담과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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