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812 슈퍼패스트 '15층 아파트를 순식간에'

  • 입력 2018.11.15 08:00
  • 기자명 김훈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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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순간 극도의 긴장 상태로 서킷을 돌고나니 운전대를 잡은 양손이 저리고 온몸에서 열이나기 시작했다. 티 안내려 무덤덤한 척 했으나 몸이 먼저 반응했고 종이컵을 움켜쥔 손이 계속해서 떨려 이내 흥분한 모습을 감출 수 없었다.

슈퍼카의 대명사 '페라리(Ferrari)' 라인업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는 '812 슈퍼패스트(Superfast)'에 올라 험난한 강원도 인제 서킷에서 감히 다뤄봤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제 서킷에 올랐다는 812 슈퍼패스트의 주행 성능은 페라리의 명성과 차명 그대로 '슈퍼패스트(무지빠른)'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긴장, 흥분, 희열로 이어진 순간의 기억들 그것이 바로 페라리다. 

정지상태에서 100km/h 도달까지 2.9초의 순발력은 굳이 100% 성능을 체험할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인제 서킷의 최대 고저차 42m. 15층 아파트 높이를 눈 깜짝할 사이에 오르락내리락. 점점 늙어가는 운전자 안색을 뒤로하고 페라리의 기함은 한 치 오차도 없이 달려나간다.

지난해 여름 국내 시장에 출시된 812 슈퍼패스트의 본격적인 고객 인도가 최근 시작됐다. 차량 구입 의사를 밝히고 주문을 넣은 뒤 1년 가까이 기다려야 만날 수 있으니 돈이 아무리 많아도 쉽게 얻을 수 없는 존재다.

812 슈퍼패스트의 외관은 여는 슈퍼카들이 그렇듯 공기 역학을 고려한 디자인이 곳곳에 적극 투입됐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지붕에서 트렁크까지 완만하게 이어지며 패스트백 스타일의 '하이 테일 투 박스' 형태. 시각적으로 후방 스포일러를 낮춰 다운포스를 확보한 이유로 마치 1969년 선보인 365GTB4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꼬리 부분이 짧은 측면 디자인과 날렵한 휠 아치는 812 슈퍼패스트의 강력한 성능을 암시하며 보닛 에어 인테이크 디자인과 조화를 이룬 LED 헤드램프는 프런트 휠까지 감싸며 차체 전면의 강인함을 더한다. 후면부 디퓨저는 위아래로 구분되는 이중 평면 날개로 변형시켜 디퓨저의 면적을 증가시켰다.

아래쪽 가변형 스플리터와 디퓨저 사이에는 공기가 빠져나갈 수 있게 디자인 된 부분도 눈에 띈다. 여기에 페라리의 전통적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은 4개의 라운드 테일램프는 수평으로 배치되며 차량 전체적으로 낮고 안정감 있는 모습을 완성한다.

실내는 순수 레이싱 혈통에서 이어진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이 특징으로 차량 대부분의 기능들이 운전대로 모여 마치 F1 머신의 그 것과 유사한 느낌이다. 수평의 대시보드는 라페라리의 콕핏과 같이 스타일리쉬하며 세련된 모습으로 중심을 이루고 여기에 비행기 엔진을 연상시키는 에어벤트의 경우 메탈 소재를 사용해 밝고 경쾌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812 슈퍼패스트의 새로운 시트는 더욱 스포티하고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됐다. 운전대와 대시보드, 최신형 인포테인먼트와 에어 컨디셔닝 유닛을 포함한 새로운 휴먼 머신 인터페이스(HMI) 또한 만족스럽다. 이 밖에 실내 운전대, 각종 제어 장치는 공간의 상호작용과 상반되는 소재의 사용으로 운전자를 향하고 있어 모든 구성 요소가 최적의 주행을 위한 디자인으로 마무리됐다.   

812 슈퍼패스트의 6500cc 12기통 엔진은 8500rpm에서 800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하며 리터당 123마력의 엄청난 힘을 쏟아낸다. 여기에 토크는 가속력과 순간 발휘되는 파워, 엔진 회전수 부분에서 F12 베를리네타를 능가하는 수치로 7000rpm에서 73.3kg.m의 최대토크를 보인다.

더 놀러운 것은 이 중 80%를 3500rpm에서 뿜어내며 전반적 주행성은 물론 일상의 저회전 구간에서도 가속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또 최대 8500rpm까지 지속 상승하는 출력 곡선, 낮은 관성을 통해 더욱 빨라지는 엔진 속도는 좀처럼 바닥을 알 수 없는 무한한 힘과 가속력을 자랑한다.

일반도로와 달리 차량 극한의 주행 성능을 느낄 수 있는 서킷 테스트에서 812 슈퍼패스트는 여는 차량과 비교 불가능한 가속성능은 물론이고 노면에 붙어 달리 듯 인상적인 로드 홀딩과 완벽에 가까운 핸들링, 이 모든 것이 가능하도록 세팅된 제동성능이 특히 눈에 띄었다.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이 장착된 최초의 페라리 모델인 812 슈퍼패스트는 핸들링 성능 뿐 아니라 F12tdf 개발에서 얻은 경험을 기반으로 전륜 조향 장치를 보조하는 후륜 조향 장치인 버추얼 쇼트 휠베이스 2.0 시스템이 탑재되고 이는 차체가 미끄러지는 것을 막아주는 사이드 슬립 컨트롤(SSC)의 최신 5.0 버전을 통합해 보다 나은 핸들링과 빠른 제어가 가능하다. 

여기에 EPS는 운전대를 통해 노면의 정보를 운전자에게 직접 전달하고 FPP로 불리는 '페라리 피크 퍼포먼스 시스템', 코너에서 오버스티어링 시 스티어링 휠 토크를 보조하는 FPO(Ferrari Power Oversteer) 등 다양한 보조장치를 통해 운전의 재미와 안전성 모두를 실현시켰다.

이번 서킷 주행에서 예상 보다 더한 실력을 보였던 제동과 관련해서는 812 슈퍼패스트를 위해 미쉐린과 피렐리에서 특별히 개발된 제품이 사용됐는데 이는 F12tdf에도 도입되던 타이어와 동일한 전 275, 후 315 크기가 탑재됐다.

또 슈퍼패스트에 사용된 브렘보 익스트림 디자인 브레이크는 라페라리에 장착된 것과 동일한 것으로 9.1 프리미엄 ESP의 고성능 ABS와 결합해 100km/h에서 F12 베를리네타 보다 5.8% 향상된 제동성능을 기록한다고 하니 확실히 달리기 성능에 부합된 시스템이 맞물렸다.

한편 공기 역학을 바탕으로 혁신적 디자인을 선보이는 812 슈퍼패스트는 운전 성능을 높이는 최상의 핸들링, 페라리 역사 중에서도 가장 강력하게 진화된 12기통 엔진, 프런트 미드 엔진형 스포츠카로 트랙은 물론 일반도로 어디에서든 가슴 뛰는 운전 경험, 장거리 여행에서도 부담없는 승차감 등 모든 것들을 충족시키는 '드림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이 모든 것들을 만족시키는 페라리 한 대를 구입하려면 약 4억 중ㆍ후반대에 이르는 댓가를 지불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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