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에 고전하는 중형 세단, 반전 열쇠는 ‘엔진 다양화'

  • 입력 2018.11.14 14:00
  • 수정 2018.11.14 16:37
  • 기자명 김대환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형 세단의 판매가 시들한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젊은 소비자들은 소형 SUV나 크로스오버로, 중장년층은 대형 SUV나 대형 세단으로 옮겨가면서 사이에 낀 중형 세단의 판매량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이 같은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제조사들은 중형 세단의 엔진을 무기로 들고 나섰다. 이미 검증된 엔진을 재활용해 가성비를 높이거나, 새로운 엔진을 적용해 성능과 효율을 높이는 등 방법은 제 각각이다.

르노삼성, SM6에 기존 SM5 엔진 추가..가성비 강조

첫번째 주자는 르노삼성자동차의 SM6다. 르노삼성은 지난 달, SM6 라인업에 ‘프라임’ 모델을 추가했다. SM6 프라임은 기존 SM5에 적용했던 엔진을 탑재한 모델이다. 더 저렴하고 검증된 엔진이며 이로써 보다 실속 있는 가격으로 구매 가능하다는 것이 회사의 이야기다. 주요 사양은 기존 SM6와 동일하지만, 엔진이 추가된 점이 가장 큰 변화다. 이전까지 SM6의 주력 엔진은 2.0L 가솔린 GDe 모델로, 150마력의 최고출력을 냈다.

반면 프라임 모델의 성능은 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19.7kg.m으로 다소 낮아졌다. SM5에 사용되던 2.0L 가솔린 CVTC II 엔진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변속기 역시 게트락 제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 대신 자트코 제 X-트로닉 CVT로 바뀌었다. 

같은 모델에 배기량과 연료 종류가 같은 두 가지 엔진이 동시에 적용돼 판매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오히려 비슷한 엔진이 적용되면 상호 간에 판매 간섭이 발생할 수 있어 한 차종 안에서는 연료나 성능을 다변화할 뿐, 동일 배기량에 거의 비슷한 성능의 엔진을 적용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M6에 구형 엔진이 적용된 건 ‘가성비’를 높이기 위해서다. 값비싼 직분사 엔진과 듀얼클러치 변속기(DCT) 대신 검증이 완료된 엔진과 변속기를 적용해 가격을 낮췄다. SM6 2.0 프라임의 기본 가격은 2268만 원으로 2.0 GDe의 기본가격(2405만 원)보다 137만 원 저렴하다. 또 상대적으로 소음·진동이 큰 직분사 엔진과 변속 충격이 발생하는 DCT 변속기 대신 친숙한 조합으로 보수적인 소비자들을 공략한다는 장점도 있다.

한국GM, 말리부 부분변경에 '라이트사이징' 신규 터보 엔진 탑재

한국GM 역시 쉐보레의 말리부 부분변경 모델에 차세대 파워트레인(동력계)을 적용한다. 쉐보레는 다운사이징을 넘어선 ‘라이트사이징(Rightsizing)’을 강조하며 이달 말 출시될 신형 말리부에 새로운 터보 엔진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트사이징의 핵심은 고효율 터보 시스템이다. 말리부에 더 발전된 터보 기술을 적용해 국내 터보 엔진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쉐보레는 자연흡기 엔진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미국 시장에서도 신차의 50%에 터보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구체적인 엔진 사양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서는 1.35L 3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의 탑재를 예상하고 있다. 1.35L 터보 엔진은 기존의 1.5L 터보 엔진을 대체하며, 최고출력 160마력, 최대토크 23.4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성능은 기존과 비슷하게 유지되 배기량을 줄여 더 효율적인 차를 만드는 것이다. 

현대ㆍ기아차, 내년 쏘나타·K5 신규 엔진 2종 적용

해당 시장 1, 2위를 다투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도 내년 즈음 신규 파워트레인을 공개한다. 현대차는 차세대 쏘나타를 출시하면서 세계 최초로 CVVD(연속가변밸브듀레이션) 기술이 적용된 1.6L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한다. 이 엔진은 기본 1.6 터보 GDi를 대체해 더 강력한 성능과 개선된 정숙성, 우수한 효율을 두루 갖췄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북미형 모델에는 앳킨슨 사이클과 주행 환경에 따라 직분사와 포트분사를 선택, 작동하는 듀얼 연료 분사 시스템이 적용된 2.5L 스마트스트림 GDi 엔진도 신규 탑재된다. 기아차의 K5도 뒤이어 같은 엔진을 적용할 전망이다. 

이러한 엔진 라인업 다변화 전략은 중형 세단들의 생존을 위한 자구책이다. 르노삼성 SM6의 경우 당초 SM5와의 차별화를 위해 고가 정책을 펼쳤으나, 신차효과가 사라지고 경쟁 모델들이 세대교체 되면서 경쟁력이 떨어졌다. 한때 SM6의 월간 판매량은 쏘나타를 앞지르기도 했으나, 올해는 월 3000대 미만의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저가 모델’의 상징인 택시와 프라임을 라인업해 추가해 판매를 부양하고 나선 것.

한국GM은 올해 초 군산공장 폐쇄 사태 이후 소비자 신뢰도가 급락하면서 판매 절벽을 겪었다. 지난 3월과 4월에는 월 판매량이 1000대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말리부 부분변경 모델이 서둘러 준비된 것도 이러한 시장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부분변경과 더불어 신규 엔진으로 쇄신하는 이미지를 강조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기아차 역시 중형 세단의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심 중이다. 중형 세단의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는 토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등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또, SUV 수요가 급증하면서 추가 경쟁력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풀체인지 모델에 신규 엔진을 적극 투입해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한다는 전략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전에는 차량 풀체인지 시 엔진은 그대로 유지하고, 부분변경 시 신규 엔진을 탑재하는 제품주기가 정형화돼 있었지만, 시장이 빠르게 변하면서 이런 법칙도 깨지고 있다”며 “특히 중형 세단들이 트렌드에 밀려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엔진 라인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