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렵한 짠돌이' 토요타 올 뉴 아발론 하이브리드

  • 입력 2018.11.12 08:00
  • 수정 2018.11.12 11:31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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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km 남짓한 거리를 달린 토요타 아발론 하이브리드의 연비가 25.0km/ℓ를 찍었다. 2년가량 된 휘발유 중형 세단으로 제아무리 용을 써도 평균 연비 14km/ℓ를 넘기지 못한 처지로 보면 부러운 수치다. 아발론 하이브리드의 차급이 준대형이고 같은 크기의 휘발유 모델과 비교하면 연비 효율성이 두 배쯤 되는 셈이다.

5세대 아발론은 생김새를 모두 바꾸고 여기에 새로운 플랫폼, 개선된 엔진과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해 모든 면모를 일신했다. 여기에 저 중심 설계로 주행 안정성을 높이고 연료 효율성까지 높여놨다는 것이 토요타의 설명이다. 풀 체인지 5세대 아발론의 하이브리드 버전을 미세먼지가 극심했던 날 시승했다. 

믿을 수 없는 공인연비 16.6km/ℓ

아발론 하이브리드의 연비는 복합 기준 16.6km/ℓ(도심 16.7/고속도로 16.4km/ℓ). 그러나 정속주행을 하면 20km/ℓ 정도는 어렵지 않게, 고속으로 거칠게 다뤄도 공인 연비 수준은 쉽게 넘나든다. 보다 조심스럽게 운전을 하면 그 이상, 최종 연비는 믿거나 말거나 25km/ℓ을 찍었다.

1.0ℓ 엔진을 올린 경차도 맛보기 힘든 연비고 공인연비로 따져도 같은 배기량(2487cc)의 디젤 세단조차 범접하기 힘든 수준이다. 비결은 파워 컨트롤 유닛과 트랜스 미션의 열효율이 기존 대비 20% 이상 개선된 것이다. 쉽게 말하면 엔진 회전력을 동력계로 전달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했다는 것이다.

자동차를 만드는 업체가 전력을 다해 연구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한국의 도로 특성과 운전 패턴을 고려해 조금 생소한 니켈 메탈 배터리를 탑재했고 디자인을 개선하고 전고를 낮춰 공기저항에 따른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한 것도 연비 성능을 향상하는데 도움을 줬다.

더 짚어볼 것이 배출가스다. 휘발유건 경유건 사용하는 연료의 양을 줄이면 연비는 물론 깨끗한 환경에도 기여하는 바가 크다. 왜, 자동차 제원에 이산화탄소 배출량만 표시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지만, 아발론 하이브리드는 km당 96g을 배출한다.

1.0ℓ 휘발유 엔진을 올린 모닝은 106.0g/km, 2.0ℓ 엔진을 올린 폭스바겐 파사트 디젤은 140.0g/km의 이산화탄소를 내 뿜는다. 국가적 재난을 초래(?)한 미세먼지, 불완전 연소된 탄화수소(HC),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NOx) 같은 치명적인 매연물질의 배출량이 그만큼 적다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아발론 하이브리드뿐만이 아니라 그랜저나 쏘나타를 살 때도 배기가스를 조금이라도 덜 배출하는 하이브리드를 선택하는 것,  이것이 애국 행동이다.

저 중심을 가능하게 한 TNGA 플랫폼

토요타가 더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해 야심 차게 개발한 플랫폼이 TNGA(Toyota New Global Architecture)다. TNGA 핵심은 다양한 크기의 차종이 플랫폼을 공유하고 중앙 무게 중심을 최대한 낮추는, 저 중심 설계로 재미있고 안정적인 운전을 할 수 있게 하자는데 있다.

2023년이면 TNGA를 공유하는 모델이 토요타 전체 라인업의 80%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프리우스 C-HR 캠리 RAV4 등 차종과 차급을 가리지 않고 TNGA를 공유한다. 토요타는 이를 통해 원가 절감, 제품 개발 기간 단축 등의 효과를 보고 있다. 

또 하나, 랜디 스티븐스 아발론 수석 엔지니어는 "TNGA 플랫폼의 장점은 서스펜션과 축, 시트, 엔진 등의 위치를 최대한 낮추는 저 중심 설계"라고 말했다.TNGA를 기반으로 아발론은 전장 4975mm, 전폭 1850mm, 전고 1435mm, 축간거리 2870mm의 크기를 갖췄다.

이전 세대보다 전고 25mm, 엔진 후드 30mm, 시트 높이가 각각 22mm 낮아졌다. 저 중심 설계의 효과는 뚜렷하다. 노면과의 밀착성이 강조되면서 차체의 불필요한 움직임이 억제돼 빠른 레인 체인지, 과격한 코너링 공략에도 반듯한 자세를 유지한다.

급제동 또는 급가속을 해도 차체의 앞쪽이나 뒤쪽이 들리는 듯한 느낌도 없다. 맥퍼슨 스트릿(전), 더블 위시본(후)으로 구성된 서스펜션의 강점, 사계절 타이어(235/55R 18)는 가을을 쫓고 겨울을 맞는 비가 제법 내린 노면을 빠르게 달려도 일관되게 바른 자세를 유지하게 해줬다.

넉넉한 파워, 확 트인 시야...재미있는 운전

아발론 하이브리드는 2.5ℓ D4-S 휘발유 엔진과 2개의 전기모터로 합산출력 218마력, 토크는 22.5kgm를 발휘한다. 출발부터 기분이 좋다. 모터로 구동되는 차분하고 정숙하며 군더더기없이 꽉찬 느낌으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배터리의 잔량이 충분하면 EV모드로 저속을 받아들이지만 오래가지는 않는다.

엔진이 돌기 시작해도 눈치를 채기는 쉽지 않다. 워낙 조용하게 바통을 넘겨주고 엔진 자체의 진동과 소음도 크지 않아서다. 그러나 가속 페달을 압박하면 전혀 다른 성깔을 보여준다. 톤이 굵은 사운드가 터져 나온다. 에코, 노멀 모드의 차이는 크지 않지만 스포츠 모드에서는 이런 성격이 더 또렷해진다.

시도 때도 없이 끼어들었던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개입은 최소화됐다. 예를 들면 감속을 할 때 회생 제동을 우선해 굴림 저항이 강해졌지만 5세대 아발론 하이브리드에서는 오히려 타력의 효율성이 더 강조됐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이전보다 확실히 긴 거리를 달려준다.

운전 중 인상적인 것은 시야다. 1열의 시트가 이전보다 밀려나고 아래로 내려났지만, 아발론 하이브리드는 전방과 측면의 시야를 충분히 확보해 준다. 특히 앞쪽 기둥의 중간 프레임을 없애고 아웃사이드 미러와 차체의 간격을 넓혀 앞바퀴 주변의 장애물이 쉽게 드러났다. 운전이 서툰 사람에게는 큰 도움이 될 듯하다.

과감해진 스타일, 풍부해진 사양의 가치

거리감이 있었던 토요타의 패밀리룩은 이제 낯설지 않다. 올 뉴 아발론 하이브리드의 대형 킨 룩(Keen Look)도 풍부해진 차체를 더 위엄있게 가꾸는데 일조를 한다. 여기에다 사진상으로 잘 보이지 않았던 입체감이 실물을 보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분명해 진다.

공기저항을 줄인다며 프런트 마스크를 밋밋하거나 평평하거나 또는 심심하게 만드는 추세에도 그릴과 범퍼, 헤드라이트의 패널과 주변의 입체감을 강조하고 또 과감해졌다. 특히 리어 라이트의 주변은 범퍼와의 사이에 협곡으로 봐도 좋을 정도의 굴곡이 있다. 전투기 제트엔진의 애프터 버너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이다.

3개의 LED로 이뤄진 헤드라이트와 후면의 리어 라이트는 요즘 추세대로 슬림하다. 헤드라이트에는 오토 하이빔 기능이 포함돼 있다. 낮아진 전고, 시트 위치의 변경에 맞춰 벨트 라인이 길고 날렵하게 디자인된 측면 실루엣이 특히 압권이다. 언뜻 보면 롱 후드의 스포츠카 느낌도 물씬하다. 

7인치 TFT 멀티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의 클러스터, 9인치 터치패널 멀티미디어 디스플레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실내는 의외로 단정하다. 에어벤트와 문손잡이, 대시보드 라인을 같은 높이에 수평으로 맞춰 놨고 플로팅 센터 스택과 엄청나게 높아진 센터 콘솔이 사용됐다.

높아진 센터 콘솔 그리고 2열 승객의 승차 여부에 따라 공조 장치의 세기가 달라지는 S-플로우(S-FLOW) 에어 컨디셔닝 시스템이 적용해 운전자와 동승자가 각각 별개의 공간을 사용하도록 배려한 것도 눈에 띈다.

공간은 실내나 트렁크나 충분하다. 배터리가 2열 시트 아래에 배치되면서 트렁크(기본 573ℓ)에는 골프가방 4개가 충분히 실리고 리어 시트의 60:40 폴딩으로 용량을 늘리거나 다양한 형태의 화물 수납이 가능하다.

안전 사양으로는 차선이탈 경고와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 긴급제동 보조, 오토매틱 하이빔으로 구성된 토요타 세이프티 센스와 10개의 에어백이 제공된다. 가격은 XLE 단일 트림에 4660만 원이다.

<총평>국가적 재난 미세먼지 잡으려면 혜택 늘려야 

현대차 그랜저의 사례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국내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버전이 가장 잘 팔리는 차급이 준대형이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1만9584대나 팔렸다. 같은 기간 7만1423대의 하이브리드카가 팔렸으니까 점유율로 따지면 준대형 세단이 27%를 넘는다.

비교적 무거운 차급에 하이브리드카 수요가 몰리는 이유는 크고 안전한 차를 가능한 경제적으로 타려는 욕구 때문이다. 작은 차보다 사양이 풍부한 것, 그리고 하이브리드카 성능이 순수 내연기관차 못지않게 발전하고 가격 차이를 좁힌 것도 도움이 됐다.

환경에 대한 심각성, 또 이런 저런 사태로 디젤차 거부감이 확산하고 있고 정부의 '클린디젤' 폐기 선언, 디젤차 규제 강화 등이 이어지면서 앞으로의 성장 전망도 밝다. 그런데도 토요타코리아는 아발론 하이브리드의 연간 판매목표를 1000대로 잡았다.

목표를 보수적으로 잡은 이유는 하이브리드카의 세제 지원 혜택이 내년 사라질 수 있어서다. 정부가 미세먼지를 국가적 재난 상황으로 선언하고 클린 디젤을 포기하면서 경차, 가솔린차, 디젤차보다 좋은 연비, 배출가스가 적은 친환경차 혜택을 줄이는 것은 모순이다. 

아발론 하이브리드와 같은 종류의 진짜 저공해 차량에 더 많은 혜택을 줘야만 디젤차가 사라진다. 그래야만 우리 하늘이 10월의 그 찬란했던 빛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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