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디젤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입력 2018.11.09 16:34
  • 수정 2018.11.09 16:44
  • 기자명 김훈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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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정부가 '비상ㆍ상시 미세먼지 관리 강화대책'의 일환으로 2009년 이후 사용된 클린디젤 정책의 공식 폐기를 선언했다. 당장 내년부터 저공해경유차 인정기준은 사라지고 주차료ㆍ혼잡통행료 감면 등 경유차 95만대에 부여되던 인센티브가 폐지된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경유차 감축 로드맵을 통해 노후 경유차 퇴출과 함께 신규 경유차를 억제하고 LPG차 사용제한 폐지 등을 통한 경유차 비중을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구체적 방안은 나오지 않았으나 친환경차 의무판매제도 도입 및 단계적 유류 상대가격 조정방안 연구 등이 따를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선 정부의 이번 클린디젤 정책 폐기를 두고 지난해 9월 내놓은 미세먼지관리 종합대책에 이어 정작 지난 2년여간 논의되던 유류 상대가격 조정을 비롯 대형화물차에 주는 유가보조금, 수송용 에너지 세제 개편 등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빠져 아쉽다는 반응이다.

다만 이번 '비상ㆍ상시 미세먼지 관리 강화대책'을 통해 정부의 경유차 퇴출을 위한 의지는 분명히 드러났다고 본다. 먼저 정부는 솔선수범의 자세로 공기관에서 경유차 감축을 위해 친환경차 구매비율을 2020년까지 100%로 달성하고, 2030년까지 경유차 '제로화(대체차종 없는 경우는 예외)'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자동차 업계는 당장은 효과가 덜하지만 정부의 경유차 퇴출 정책이 지속 강화될 경우 파급 효과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그 동안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고효율 디젤엔진을 앞세워 판매 우위를 점했던 독일차 브랜드들의 점유율은 현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사용연료별 국내 자동차 신규 등록 대수를 살펴보면 약 10년 전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휘발유 차량의 비중은 점차 오름세를 기록하던 경유차에 2013년을 고비로 역전됐다. 고유가 바람을 타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유를 사용하면서도 우수한 연료효율성을 자랑하던 경유차는 2015년경 약 53%에 육박하는 비중을 차지했으며 이 때 휘발유 차량 비중은 38%에 그쳤다. 또 이는 수입차 시장의 성장 곡선과 동일한 그래프를 그리고 있는 부분도 주목된다. 다만 2015년말 불거진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태를 계기로 경유차 오름세는 한풀 꺽인 추세다.

이런 현상은 올해 들어 더욱 뚜렷해져 올 1월부터 지난달까지 10개월간 사용연료별 자동차 신규 등록 누적 데이터를 살펴보면 휘발유차 64만3700여대, 경유차 67만여대로 휘발유와 경유차 비중이 거의 동일한 수준에 이르렀다. 또 지난달 연료별 등록 대수를 살펴보면 전년 동월과 비교해 전기와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차량이 각각 268%, 49%로 대폭 상승하고 휘발유차 역시 33%대 오른것에 비교해 경유차는 23% 상승에 머물며 자동차 업계에서도 점차 경유차 이용이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음이 확인된다.

한편 경유차 인기 하락은 미세먼지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우리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유럽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유럽 주요 15개국 경유차 점유율은 2011년 56.1%에서 2016년 50.2%, 지난해에는 45.7%로 하락했다. 글로벌 투자사 모건스탠리는 올해 유럽 시장의 경우차 점유율이 42%로, 시장조사기관 PwC오토팩트는 40%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 애스턴대 연구진은 지난해 전세계 시장에서 경유차 신규 수요는 전체 시장에서 17%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경유차에 대한 퇴출 정책은 국내 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어 해당 산업이 급속도로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프랑스 파리의 경우 2024년부터 경유차 운행을 전면 금지하고 여기에 더해 2030년에는 휘발유를 포함 내연기관차 운행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웃한 영국 역시 2040년까지 휘발유와 경유차 운행 중단을 선언했다. 이탈리아 로마는 2024년부터 디젤차 도심 진입을 전면 금지할 예정이며 올해 초 독일 연방행정법원은 지방자치단체의 경유차 운행 금지를 허용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결국 디젤차가 달릴 수 있는 도로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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