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말 보다 진정성 있는 결과를 보여 줄 때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18.11.04 08:10
  • 수정 2018.11.04 08:14
  • 기자명 오토헤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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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온갖 우려에도 한국GM은 법인 분리를 강행했다. 지난 4월 약 8000억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정부의 반대와 한국GM 노조의 총파업 경고도 소용이 없었다. 법인 분리를 강행한 한국GM은 문제가 없는지 그 이유와 전망을 짚어봤다.      

법인 분리가 한국GM이 주장하는 것처럼 효율적인 차량 개발과 활성화를 위한 방법인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제작사마다 방법은 있고 이유도 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도리어 지금의 방법은 몸을 섞고 함께 하여 좋고 가성비 좋은 차량을 개발 보급하여 크게 떨어진 점유율을 올려야 하는 것이 먼저다.

제작사의 가장 중요한 결과는 차량 판매라는 기본 원칙이다. 이렇게 한국GM의 경영상의 적자 누적 등 철수나 존립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법인 분리는 시기적으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아니다. 글로벌 제작사치고 이런 순간에 법인 분리를 하는 기업은 GM이 유일하다. 산업은행과 노조가 크게 반발하는 이유이다.

따라서 법인 분리는 가성비 좋은 부류와 처리해야 할 부류로 나눈 것으로 볼 수 있다. 5000 명 이상의 연구 개발직은 노조와는 무관하고 GM의 입장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우수하기도 하고 활용하기에 가장 좋은 대상이다. 부평의 시험시설이나 주행시설도 매우 뛰어나 연구 인력과 함께 가성비를 최고로 높일 수 있는 조직이다. 

우리가 각종 시설이나 조직 등을 마지막 처리할 때 쓸 만한 물건을 분리하고 확실하게 정리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이에 반해 생산직은 골치 아픈 분야이다. 이미 국내의 자동차 노조는 반복적인 파업과 시설 점거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극에 달한 상태다. GM 입장에서도 가장 골치 아픈 존재다. 

더욱이 고비용 저생산의 근본 원인이 노조라고 보고 있어 법인 분리로 추후 처리하고픈 생각이 굴뚝같았을 것이다.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를 낳은 책임은 분명 노조에 있다. 현대차 그룹 노조 등 대부분의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굳이 이런 상태에서 국내에 투자 한다는 생각은 접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국민의 혈세인 공적 자금을 투입한 정부는 국내에 10년 이상을 머물겠다는 계약서를 믿고 있으나 허점이 많다. 이번 같이 다양한 핑계를 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의미가 없다는 것을 미리 인지했어야 한다. 그래서 지금의 한국GM의 현황이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다. 

계약서상에 두 가지 차종 개발과 보급이라는 조건도 있지만 허울만 있는 신차가 아니라 소비자가 구입할 만한 가성비 좋은 제품이 우선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한국GM 신차를 보고 판매 결과를 보면 걱정부터 앞선다. 결국 일자리를 볼모로 공적자금만 날리고 수년 후 다시 한번 두세 배 이상의 공적자금을 요구할 수도 있고 또 하나의 호주 사례가 되지 않을지 염려된다.

한국GM 입장에서는 이번 법인 분리에 따른 효과가 클 전망이다. 구조조정이나 매각은 물론 M&A도 좋고 철수할 때 처리 절차도 수월해졌다. 물론 한국GM이 얘기하는 효율화도 생각에 따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GM 노조는 어떻게 될까? 힘은 약화하고 가성비 낮은 그룹에서 고비용 저생산을 지속하면서 투쟁의 강도를 높일 것이다.

자연스럽게 GM은 한국GM을 처리하고 싶은 욕구가 강해질 것이다. 노조는 생존에 대한 방법이 점차 줄어들고 어려워질 것이고 따라서 독자생존, 홀로서기를 해야 할 때가 오고 있다. GM CEO 메리 베라(사진 오른쪽)는 10% 미만의 영업이익률이 안되는 기업은 처리하고 효율화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을 선언한 바 있다.

이미 전 세계 약 15개 공장이 문을 닫았고 가성비가 떨어지는 기업은 정리해 흑자 기업으로 돌아섰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한국GM은 당연히 철수해야 한다. 따라서 공적자금으로 국내에 머무르는 것은 한계가 있다. 법인 분리는 GM 입장에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고 가장 좋은 방법을 선택한 셈이 된 것이다.  

다른 제작사도 지금의 한국GM의 법인 분리 방법을 눈여겨볼 것이다. 전혀 문제가 되지 않으면서 노조의 문제를 분리하면서 조치할 방법이 선행됐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 산업은 투자는 물론 사양길로 접어들 정도로 심각하다. 얼마 전에 나온 현대차 영업이익률 1%대의 심각성은 적자로 가는 시작점이라는 측면으로 볼 수 있다. 현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심각한 국내 경기를 다시 한번 올릴 방법은 있을까? 우선 정부부터 경제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혁신부터 시작해야 한다. 국내 투자 여건부터 바꾸어야 한다. 

한국GM이 진정성을 가지고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유일한 방법은 좋은 차를 만들어 판매와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철수는 없다고 강조만 하지 말고 진정성이 있는 결과를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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