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3] 불법 부추기는 '가변축'-임의 상승 조작 막아야

  • 입력 2018.10.29 09:36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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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3] 불법 부추기는 '가변축'-임의 상승 조작 막아야

1994년 10월 21일, 성수대교 붕괴로 등굣길 학생 등 32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친 이 참사는 당시 부실 시공과 관리 소홀, 그리고 교량 안전을 위협한 과적 차량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 때부터 도심에 과적차량 단속 검문소가 설치됐고 엄격한 관리가 시작됐다.

강력한 단속에 대한 화주와 차주의 반발이 이어지자 정부가 내 놓은 대책이 중대형 화물차의 '가변축' 허용이다. 2축에서 3축, 3축에서 4축 등으로 축을 추가해 많은 짐을 실으면 가변축을 내려 축하중을 낮춰 도로에 주는 부담을 덜게했다. 

그러나 가변축이 실상에서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은 어제오늘 나온 얘기가 아니다. 축하중이 10t(단속 기준은 11t)을 초과하면 가변축을 사용해야 하지만 상당수 화물차가 사용하지 않고 있어 오히려 과적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로교통공단이 2006년 화물차 운전자를 대상으로 과적을 한 경험이 있는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무려 74.7%가 '있다'고 답했다. 특히 응답자의 98.5%가 과적에 따른 위험성을 알면서도 화주나 회사의 강요 또는 수익을 올리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행위'로 보고 있다.

가변축이 과적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은 허술한 관리와 이를 적극적으로 감독하지 않고 있어서다. 현행법상 화물차의 가변축은 차량 외부에서 상승 또는 하강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실내에서 조작할 수 있도록 불법 장치를 설치해놨다.

오토헤럴드가 만난 대형 화물차도 실내에서 버튼 하나로 가변축을 올리고 내릴 수 있었다. 운전자는 "과적 단속이 뜨거나 고속도로 요금소와 같은 상시 측정 지역을 통과할 때 버튼을 누르면 가변축을 내려 축하중이 허용치를 초과하지 않도록 조작한다."고 실토했다.

그는 "누구도 어디서든, 가변축 하강 버튼이 실내에 있다는 이유로 단속이 되거나 제재를 받았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가변축 설치에 맞춰 화물을 싣고도 실제 사용을 하지 않고 일상적인 과적 운행을 하도록 방치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4월 입법 예고한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은 가변축의 편법 사용을 막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것이다. 개정안은 '허용 축중(10톤)을 초과하는 적재하중이 가해지면 자동으로 가변축을 하향시키고 상승 조작이 불가능한 구조로 할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대형 화물차의 가변축을 실내에서 조작할 수 있도록 설치한 버튼 

그러나 업계에서는 개정안 역시 차주가 가변축을 쉽게 조작할 수 있는 상황을 규제하지 않고 있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시중에서 몇 만 원이면 가변축 조작이 가능한 버튼을 운전석에 설치할 수 있다"라며 "가변축의 불법 조작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요소수를 사용하는 경유차 배출가스 저감 시스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요소수를 보충하지 않으면 차량의 출력을 강제로 낮추고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하는 것과 같이 축하중을 초과하고도 가변축을 임의로 상승시키면 같은 방식으로 차량 운행을 강제로 제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계기반에 축하중 정보를 자동으로 제공하고 스마트폰 등을 통해 공유하거나 임의 조작을 못 하게 하는 장치가 이미 나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장치를 커넥티비티 기술과 융합하면 고가의 축중기 같은 장비 없이 주행 중인 차량의 과적 여부와 가변축 조작 여부를 쉽게 가려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번 개정안이 2년 후 제작차부터 적용된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이번 개정안 100만대 이상의 운행차 과적은 방치하겠다는 것"이라며 "기존 운행차의 과적 행위나 가변축 편법 사용을 막아야만 과적에 따른 막대한 폐해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임 대표는 "매년 수백억 원의 예산이 과적차의 도로 파손 복구 비용으로 낭비되고 인명과 재산, 환경에 미치는 피해 규모는 그 이상으로 추정된다."면서 "운행차 과적 단속이 더 시급한 만큼, 정부 개정안의 보완과 함께 시행 시기 역시 미룰 이유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일본에서는 편법 사용이 만연한 가변축을 아예 폐지했고 유럽에서도 제한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면서 "우리도 가변축의 순기능은 사용하되 과적을 조장하는 데 악용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과적 단속 건수는 5만1401건에 달했다. 2015년 4만5347건, 2016년 4만8270건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가변축이라는 효과적인 과적 회피 수단이 없었다면 더 많았을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가변축이 수치상 축하중을 낮추는 데 악용되면서 좀처럼 과적행위가 줄지 않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 규칙을 보완하고 첨단 IT 시대에 맞는 효율적인 시스템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상시 과적 단속이 가능하도록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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