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음주운전 면허취소, 110일 정지로 바꾸는 법

  • 입력 2018.10.22 09:49
  • 수정 2018.10.22 13:02
  • 기자명 오토헤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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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행위자를 강력하게 처벌해 달라는 국민청원에 대한 정부 답변이 나왔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21일, SNS를 통한 청원 답변 52호에서 "상습 음주운전이나 사망·중상해 교통사고를 낸 음주 운전자를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하고 양형 기준 내 최고형을 구형하도록 검찰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또 "상습 음주 운전자의 차량을 압수하고, 삼진아웃제를 강화해 세 번 이상 음주운전이 적발되면 벌금형이 아닌 징역형 구형을 주문했다"라고도 밝혔다. 그러나 "음주운전 사고는 실수가 아니며 피해자와 그 가족의 삶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대책 마련을 요구한 문재인 대통령의 주문과 살인미수와 다름이 없고 따라서 그에 준하는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는 국민의 요구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은 '양형 기준 내 최고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교통사고 치상 및 치사에서 음주운전은 가중 요소가 더해져도 피해자가 다치면 징역 8년, 사망하면 최대 3년이다.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왔다가 음주 차량에 치여 뇌사 상태에 빠진 윤창호 씨의 가해자는 현행법을 엄중하게 양형 기준의 최고형을 적용해도 8개월 징역형이 최고다. 상습적으로 음주 운전을 하다 사람을 치어 사망하게 해도 3년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는 것이 한계다. 그나마 대부분은 음주운전 전문 변호사를 통해 집행유예 등으로 풀려 나온다. 징역형을 선고받은 음주운전자의 67%는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실제 실형은 7.2%만 살았다. 음주운전 처벌을 우습게 보는 이유다.

삼진아웃제라는 기준도 해괴하다. 음주운전을 초범과 재범자로 나눠 초범은 너그럽게 봐주고 재범은 더 강하게 그 이상은 강력하게 처벌한다는 것은 재범률이 50% 가까이 되는 상황에서 유용한 것이 아니다.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고 그 행위가 근절될 것으로 보는 개념이 어이가 없다. 음주운전의 싹을 완전히 잘라버리기 위해서는 초범자부터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이 때문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박 장관이 밝힌 대책으로는 음주운전 행위를 근절할 수 없다는 질책성 청원이 쏟아지고 있다.

음주운전 행위를 스스로 죄악시하지 않고 그래서 상습적이며 재범률이 높아지는 이유는 걸려봤자 며칠 운전 안하면 되고 (그나마 도로교통공단에서 교육을 받으면 운전면허 정지 기간을 절반 감경해 준다.), 벌금 좀 내고 변호사 사면 구제해주고, 대통령이 바뀌거나 국경일에 사면받으면 된다는 인식이 일조한 때문이다.

지금도 포털 사이트에서 음주운전으로 검색을 하면 재수 없이 걸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구제해 준다는 변호사들의 파워 콘텐츠가 줄줄이 나온다. '알면 쉽다! 110일 정지로 바꾸는 법', '면허취소 110일 정지로 구제받는 방법은', '음주운전 처벌과 구제방법' 따위다. 음주운전으로 적발이 되고 사람을 다치게 하고 죽게 해도 조금 불편할 뿐이지 '절대 다시 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보일리가 없다. 

교통 선진국의 음주 운전 기준과 처벌은 엄격하고 가혹하다. 혈중알코올농도 0.025%(우리나라는 0.05%)가 음주운전 처벌 기준인 일본은 적발되는 것만으로 2년 이하의 징역 처분을 내릴 수 있고 미국(혈중 알코올 농도 0.08%)은 초범이고 재범이고 예외 없이 면허를 정지시킨다. 브라질은 0.05% 미만 시 1년간 면허정지, 0.06% 이상이면 징역을 살아야 한다. 사고를 내지 않았어도 단순 적발 시 그렇다는 얘기다.

캐나다(0.05%)는 2회 적발 시 2주간 구금에 2년 면허정지, 3회 적발 시 3개월 구금에 3년 면허정지 처분을 내리고 혈중알코올농도가 0.08% 이상이면 최고 120일간 재판 없이 구금이 가능하다. 이런데도 장관의 음주운전 근절 대책이 지금 있는 법을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는 선에서 나왔다면 이건 너무 안이하다. 타인의 삶을 망가뜨리고도 가해자는 변호사를 선임해 면허취소를 110일 면허 정지로 바꾸고 벌금 몇 푼 내면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올 수 있는 우리나라가 좋은 나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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