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자만에 빠진 현대 상용차, 안방이 위험하다

  • 입력 2018.10.18 10:28
  • 수정 2018.10.18 10:41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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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상용차 시장 규모는 연간 22만대 정도다. 올해는 9월까지의 판매 누적 대수가 약 19만5000대를 기록하고 있어 23만대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상용차는 차종과 차급으로 봤을 때 중형, 준중형 승용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상용차도 경형에서 대형 카고, 덤프와 트랙터 등 특장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델이 있지만, 전체 수요의 80%는 1t 언저리에 있는 소형 상용차다. 따라서 누구나 알고 있는 현대차 포터와 기아차 봉고, 스타렉스가 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올해 들어 9월까지 신규 등록된 18만여 대의 상용차 가운데 15만 대가 이 세개의 모델이다. '독점의 폐해'를 지적하면서도 대안이 없는 소비자들이 매번 같은 차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 급 위 마이티와 메가 트럭이 포진한 중형 카고 시장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제 포터와 봉고, 스타렉스를 대체할만한 수입차가 연이어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베코의 뉴 데일리, 르노의 마스터가 그 주인공이다.

총 중량 3.5t부터 최대 7.2t, 적재용적 9㎥에서 최대 18㎥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라인업을 가진 뉴 데일리는 밴, 세미 윈도 밴, 섀시 캡, 섀시 카울, 크루 캡 등 다양한 형태의 화물 수송에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게 변신할 수 있다.

르노삼성차가 완제품으로 수입해 판매하기 시작한 마스터 역시 소형 상용차의 변화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차는 "소형 상용차 시장에서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선택권을 제한받았던 고객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현대차를 겨냥했다.

"박스형 적재함을 올린 낡은 방식"의 소형 카고 시장을 바꿔보겠다는 것인데 마스터가 가진 제품의 특성상 과장되게 들리지 않는다. 마스터는 리터당 10.8 km(마스터 S), 10.5km(마스터 L)의 뛰어난 복합연비에 첨단 안전 사양도 풍부하게 갖추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영세 사업자가 많이 사용하는 차종의 특성상 마스터가 가격 경쟁력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적재함에 탑을 씌우는 비용을 생각하면 해볼 만 하다는 것이 르노삼성차의 얘기다.

르노삼성차가 이 시장의 점유율을 10% 이상 목표로 하는 것도 이런 자신감에 따른 것이다. 중대형 카고 시장을 현대차가 지배하고 있지만, 트랙터와 건설장비 분야인 덤프 등의 특수 대형차 시장은 이미 수입차에 잠식을 당한 상태다. 

특장 차량도 다르지 않고 중국산, 유럽산이 진출한 버스 시장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만난 덤프 사업자는 초기 국산 차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고장이 잦아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조금 무리를 해서 수입차로 모두 교체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에서 고장이 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서비스센터의 무성의한 대응에 화가 나는 일이 더 많았다"고 말했다.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던 시절이면 몰라도 대안이 충분한 지금,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자만과 이런 불만들이 나와서는 안 된다.

현대차는 지금 국내외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 중국의 침체, 유럽의 경쟁 심화 등으로 시장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던 상용차 시장마저 무너지는 면면이 드러나고 있다.

연간 20만대가 넘는 우리 상용차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유럽과 중국, 일본 쪽 유수의 브랜드가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들이 노리는 것도 독과점의 횡포에 불만을 가진 소비자들의 불신이라는 점을 현대차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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