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란서 자동차 #25] 프랑스 한 달 살이에 관한 짧은 소회

  • 입력 2018.10.15 06:35
  • 수정 2018.10.15 08:20
  • 기자명 김훈기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주 목요일 오후 한국 도착 후 가장 먼저 현실 감각을 찾은 건 '입맛' 이였다. 정확히는 샤를 드골을 출발해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한 여정 중 러시아와 몽골 어디쯤에서 제공된 기내 서비스를 통해 맛봤던 '꼬마 김치'. 루프트한자의 저녁 식사 메뉴에 김치가 포함되어 있을 줄이야. 화이트 와인 한 잔과 꼬마 김치의 조합으로 지난 한 달을 프랑스에서 보냈으며 한국으로 향하고 있다는 현실을 체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건만 여전히 현실 감각을 찾지 못하는 건 시차. 지난 한 달간 규칙적으로 오전 일찍 눈을 떠 일정을 보내고 다음 날 새벽 1~2시 기사를 마감했던 패턴은 7시간이 당겨진 한국에 도착해서도 적응이 쉽지 않다. 지난 주말 충분한 수면 후에도 한 낮에는 병든 닭으로 돌변하길 수차례. 새벽 4~5시경 불현듯 눈이 떠지길 또 몇 차례. 수탉을 사랑하는 나라에서 역병이라도 걸린 것인지. 입맛을 포함한 육체는 이미 한국에 돌아왔건만 온전한 시차 적응은 여전히 대륙 어딘가를 떠돌고 있다.

한 달을 꽉 채우고 떠나온 프랑스의 기억들을 돌이켜, 길다면 길고 짧으면 짧았던 '출장'의 짧은 소회를 남긴다. 사실 한 달간의 경험으로 나라와 도시에 대해 평하긴 어리석은 짓. 극히 일부의 경험과 정확한 사실 확인이 어려웠던 현지 상황을 고려하고 내가 보고 느낀 것이 보편적이라 단언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지난 한 달의 소회를 남기는 것에는 프랑스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자동차는 물론 문화와 패션에서 '프랜치(french)'와 관련된 표현이 '스칸디나비안' 만큼 의미를 알 수 없던 내게 지난 경험들이 약간의 실마리를 주었기 때문이다. 또 독일 뿐 아니라 유럽 자동차의 한 축을 이루는 프랑스 자동차에 대해 관심을 갖을만한 이유를 찾았기 때문이다.  

먼저 프랑스 그 중에서도 파리는 우리보다 심각한 도시문제를 경험하고 있었다. 서울의 1/6에 해당하는 105㎢의 면적을 지닌 수도 파리는 1950년대 인구수가 약 290만명으로 절정에 달한 이후 계속 감소 추세를 보이다 최근 몇 년 동안은 다시 소폭 상승 중이다. 지난해 파리 인구수는 약 22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근교를 포함한 도시 인구는 1170만명을 넘어 세계 최대의 인구 밀도를 나타낸 도시 중 하나로 꼽힌다. 높은 인구 밀도와 오래된 건축물이 많은 도로는 혼잡하기로 악명이 높다. 시내 도로는 일방 통행로가 많았고 유럽 특유의 울퉁불퉁한 노면은 자동차 승차감은 물론 다수의 도로 소음을 발생시켰다. 여기에 차선 구분이 명확하지 않을 뿐더러 원형교차로 역시 많아 능숙한 운전자라도 파리 시내에선 진땀 빼기 일쑤다.

승용차 이용이 불편한 도시 파리는 이런 이유로 대중교통이 여느 도시 보다 발달해 지하철, 트램, 버스 등이 주요 교통수단으로 자리를 잡았다. 여기에 파리와 일드 프랑스 지역 대부분의 대중교통을 담당하는 파리교통공사(RATP)는 승용차 이용을 줄이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치며 대중교통 이용을 더욱 권장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차량을 이용해 파리 시내를 진입하면 승용차를 이용하기에 다른 도시에 비해 불편한 부분이 꽤 많다. 무엇보다 차량에 비해 주차구역이 턱없이 부족해 불법 주차가 성행했고 이를 막으려 도로와 인도 경계지역에는 쇠말뚝이 곳곳에 설치됐다. 이런 이유로 파리 도로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승용차는 주차에 편리한 작은 크기의 경차와 소형차가 주류를 이루고 글로벌 시장에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과 달리 여전히 경차와 해치백 등 실용성을 강조한 모델과 소형 SUV가 눈에 띄었다. 여기에 자동차를 이동 수단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 탓에 박물관에서 봄 직한 오랜 연식을 자랑하는 차량들이 거리에 즐비했다.

현실이 이렇자 파리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승용차를 구입해 비싼 보험료와 주차료 등 관련 유지비용을 지출하는 쪽보다는 카셰어링 형태의 자동차 공유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자동차뿐 아니라 소형 바이크, 일반 자전거 및 전동 자전거, 전동 킥보드까지 등장하며 사실상 대부분의 개인용 이동수단이 공유서비스를 통해 이뤄지고 있었다. 또 이런 서비스는 지역 거주자 뿐 아니라 다수의 관광객 역시 손쉽게 이용할 수 있었으며 한 번 회원 등록을 통해 이웃한 유럽 국가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이 부분에서 파리 뿐 아니라 지난해 모터쇼를 목적으로 일본 도쿄의 방문에서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카셰어링 활성화는 눈에 띄게 분명했다. 반면 일반 승용차 판매는 점차 둔화되는 모습이였다.

이런 분위기에 맞춰 프랑스 대표 자동차 그룹 르노는 지난 2일 프레스데이를 시작으로 개막한 '2018 파리 모터쇼'를 통해 로보 자동차 콘셉트의 3부작 중 마지막으로 '이지-얼티모EZ-ULTIMO)'를 공개했다. 이는 첫 번째 콘셉트카이자 전고객을 대상으로 한 도심형 공유 모빌리티 '이지-고(EZ-GO)'와 물류 운송용 라스트 마일 기술을 탑재한 '이지-프로(EZ-PRO)'에 이은 것으로 동일한 플랫폼에서 제작된다. 르노는 이지-얼티모에 대해 프리미엄 모빌리티 솔루션으로 고객들에게 이동 중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독특한 즐거움을 선사하며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의 이동 경험을 펼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프랜치 디자인에 대해 조금 엿 볼 수 있다. 특히 120년 역사를 자랑하며 국민 기업에 준하는 평가를 받고 있는 르노의 비전과 차량 디자인을 통해 이런 부분은 드러난다.

프랜치 디자인은 따뜻하면서도 감성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여기에 실용성 또한 빼놓지 않았다. 이는 프랑스와 파리 그리고 시민들을 닮았다. 차량 디자인을 보면 이런 부분이 잘 드러난다. 특히 인테리어에서 프랜치 감성의 요소가 잘 녹아있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기능적인 부분에서는 실용성이 돋보인다. 굳이 독일차와 비교 하자면 프랜치 디자인은 사람들에게 다가갈수 있는 편안함을 강조한다. 효율 중시의 독일차와 다른 부분이다. 결국 나라와 도시를 구성하는 건 시민이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