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렉서스 ES300h, 성깔 좀 있는 세단으로 변신

  • 입력 2018.10.05 10:48
  • 수정 2018.10.05 10:56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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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고급 브랜드 렉서스의 출범과 함께 1989년 등장한 ES는 지금까지 전 세계 시장에서 220만대 이상 팔린 베스트셀링카다. 역사로 봤을 때, 프리미엄 브랜드의 단일 모델이 거둔 실적이라고 믿기 힘든 수치다.

ES는 토요타가 북미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렉서스 브랜드를 출범시키고 1989년 열린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데뷔한 플래그십 LS400과 함께 선을 보인 곁다리 모델이었다. LS400 달랑 한 개의 모델만 전시하기에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정체성에 맞지 않다고 본 렉서스가 서둘러 개발해 구색을 갖춘 것.

태생은 그랬지만 벤츠 E 클래스, BMW의 5시리즈와 경쟁을 하면서도 ES는 대단한 성공을 거뒀다. ES가 처음부터 주목을 받은 것은 아니다. 첫 모델인 ES250은 LS의 그늘에 가려지고 토요타 캠리와 별반 다를 것이라는 평가를 들으며 판매도 부진했다.

이 때문에 1세대 ES는 1991년 2년 만에 세대교체가 이뤄진다. 파워트레인을 업그레이드하고 실내 공간, 인테리어의 소재를 고급스럽게 꾸미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2001년 등장한 4세대 ES는 북미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프리미엄 모델이 됐고 2012년 6세대부터 하이브리드 버전 300h가 추가됐다.

ES300h가 가장 많이 팔리는 시장은 중국, 그 다음이 한국이다. 인구수, 연간 자동차 수요를 생각하면 한국에서의 ES 판매는 기록적이다. 이런 만큼, 6년 만에 전면 변경으로 출시된 뉴 제네레이션 ES300h 공개 행사와 미디어 시승에는 일본 렉서스의 타쿠미(장인)가 직접 나와 제품을 소개하고 궁금증을 묻는 말에 답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토(ITO) 타쿠미 드라이버는 뉴 제네레이션 ES300h의 가장 큰 변화가 '깔끔하고 깊은 맛'이라고 수차례 반복했다. 깔끔하고 깊은 맛, 이 모호한 변화를 탐구해봤다.

도발적인 우아함...여기에 더해진 스포티함

신형 ES의 개발 컨셉은 난해하다. '도발적인 우아함', 이걸 어디에서 읽어내야 하는 것인지 모호했다. 렉서스 관계자는 도발적이라는 의미를 스포티함 또는 역동적으로 변화한 디자인에서 찾아보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전 세대와 비교해 신형 ES의 변화는 그 폭이 꽤 크다. 전장(4975mm)과 전폭(1865mm)이 늘어났고 전고(1455mm)는 낮아졌다. 휠 베이스는 2870mm로 커졌다. 차체 크기가 늘어나면서 비례감이 좋아졌다.

미려한 루프라인은 쿠페를 닮았고 시원하게 또 폭이 넓어진 벨트라인,  특히 앞쪽 차대의 위치를 후방으로 빼 후드를 더 길게 배분하고 엔진 후드의 높이를 낮춰 군살이 전혀 없는 매끈한 몸매를 보여준다.

강력한 인상은 전면과 후면에서 나온다. 에어 인테이크 홀까지 과장되게 영역을 넓힌 스핀들 그릴, 무사의 갑옷처럼 겹겹으로 처리되고 F 스포츠에서나 볼 수 있었던 범퍼(립)의 마감은 흔히 볼 수 있던 것이 아니다.

라디에이터 그릴 셔터는 주행이나 엔진냉각 상태에 따라 자동으로 열리고 셔터의 기능이 포함돼 있다. 강렬한 엣지에 렉서스의 아이덴터티를 상징하는 L자형 풀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도 깔끔했다.

1%가 아쉬운 실내...넉넉한 공간과 고급스러움

‘시트 인 컨트롤’, ES300h의 인테리어는 운전자가 자세를 유지한 상태에서 모든 기능을 조작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공을 들였다. 넉넉한 휠베이스로 확보한 공간이 기본적으로 풍부한 것도 있지만 운전석에서 동승자석으로 좁혀지는 듯한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실내를 더 넓어 보이게 하는 효과를 줬다.

시트는 완벽하다. 상하 2분할 시트는 고급가죽을 사용하고 골반의 각도까지 세밀하게 분석해 허리를 지지하거나 골반이 닿는 부분의 스트레스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 운전을 한 것은 아니지만 흔하게 있는 허리뼈의 불편함도 없었다.

2열도 다르지 않다, 1열에서 2열의 등받이 간격을 말하는 커플 디스턴스가 1M 이상인 덕분에 다리를 꼬고 있어도 공간이 남았다. 팔걸이에는 에어컨, 오디오, 열선 시트, 리어 선쉐이드까지 조정할 수 있는 컨트롤 기능이 적용됐다.

도어 팔걸이와 센터 콘솔의 표면은 고도의 가공 기술인 비스코텍스로 마감이 됐다. 철, 높이 차이, 두께를 표현하는 물결과 같은 입체적인 패턴이 사용돼 고급스러움이 물씬하다. 7인치 컬러 LCD 클러스터와 12.3인치 와이드 센터 디스플레이 그리고 그 주변부는 아쉽다.

클러스터의 구성이 단조롭고 크기가 작아 차급과 어울리지 않고 두 배나 큰 센터 디스플레이의 조작은 터치가 아닌 패드로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커서를 정확한 타깃으로 이동하는 일이 쉽지도 않다. 상당한 숙련이 필요하다. 클러스터는 에코와 스포츠, 노말 등 주행 모드에 따라 다양한 변화를 주는 요즘 트렌드와 달리, 배경색 정도만 달라진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의 선명도도 아쉬웠다.

빨라진 페달 반응...단단해진 리바운드

신형 ES300h에 탑재된 2.5ℓ 엔진은 시스템 총 출력 218마력(엔진 178마력,  모터 88마력/최대 토크 22.5kg.m)을 발휘한다. 연비는 복합 기준 17.0km/l. 렉서스는 완전히 새로 개발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통해 경차 수준의 연비 그리고 응답성과 경쾌한 가속감을 양립시켰다고 설명했다.

배터리의 재배치, 새로 개발한 GA-K(Global Architecture-K) 플랫폼, '스윙 밸브'라는 생소한 기술이 사용된 쇼크 업 소버가 더해지면서 ES300h는 자신의 성격을 완전히 바꿔 버렸다. 고속도로 위주의 시승이었지만 가속을 할 때의 페달 응답성은 내연기관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고속 직진에서의 균형감도 뛰어났고 짧은 국도 구간에서 거칠게 다룬 조향을 쉽게 받아들인다. 렉서스 코리아는 "세계 최초로 적용된 스윙 밸브 쇼크 업 소버는 저속 구간이나 고속 구간을 가리지 않고 차체의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해 적절한 감쇠력을 발생시켜, 주행 시 안정감과 뛰어난 승차감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차체 균형 유지 능력이 뛰어난 프런트 맥퍼슨 스트럿과 리어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의 구성이 더해져 주행 안정감이 아늑하고 신뢰할 만 하다. 다만, 급격한 레인 체인지 그리고 코너링에서는 ESC의 개입이 신중하지 못했다.

운전 중 확보되는 시야는 뛰어나다. 모터를 돌리는 배터리는 상하 폭을 대폭 줄여 2열 시트 아래에 배치했다. 답답했던 2열의 시야가 이전보다 좋아졌고 1열 포지션도 낮아졌지만 엔진 후드를 낮춰 역시 확 트인 개방감을 준다. 정숙성은 렉서스다웠다.

차선을 유지하고 이탈을 경고하는 그리고 선행 차량과의 안전 거리를 유지하고 돌발상황에서 긴급제동을 보조하는 첨단 안전 사양(렉서스 세이프티 시스템 플러스)도 적용됐다. 여기에는 오토매틱 하이빔도 포함이 됐다.

<총평>

렉서스 코리아가 큰 공을 들이지 않아도 꾸준하게 팔리는 차가 ES, 그중에서도 하이브리드 모델인 ES300h다. 프리미엄급 사양이야 비슷한 브랜드가 모두 갖추고 있지만, 렉서스는 이런 요소들을 절묘하게 섞어 눈에 띄게 해놓은 것이 어필한 때문이다. 여기에는 작은 구성품 하나에도 각별한 의미를 부여해 가치를 높이는 일본 특유의 정서가 큰 몫을 했다. 신형 ES300h도 다르지 않다. 깔끔해졌다는 의미는 찾지 못했지만 깊은 맛은 더해졌다. 여기에 더해 주행질감에서 제법 성깔이 느껴지기 시작한 것도 큰 변화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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