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역사 #7] 애스턴 마틴의 집착, 끝없이 부활하는 '라곤다'

  • 입력 2018.10.05 07:31
  • 수정 2018.10.05 07:32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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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라피드를 기반으로 한 라곤다(Lagonda) 세단, 2016년 부활한 라곤다 타라프, 올해 열린 제네바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라곤다 비전 컨셉트'는 애스턴 마틴이 1974년 처음 소개한 풀사이즈 4도어 살롱 '라곤다'의 차명을 부활시킨 것들이다.

라곤다는 1990면 단종이 될 때까지 4세대를 거쳐 진화했지만 온갖 비아냥을 들었던 외관 디자인의 원형을 고집스럽게 가져갔다. 라곤다가 혹평을 받았던 가장 큰 이유는 당시 대개의 자동차가 가지고 있는 전통과 거리가 먼 독특한 외관 때문이었다.

엔진 후드를 바싹 낮춘 것도 모자라 헤드램프와 그 사이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요즘 말로, 슬림한 일체형으로 디자인을 했다. 호사가들은 라곤다를 두고 '접힌 종이(Folded paper)', 같다고 했고 이후 나온 시리즈 역시 '쐐기', 그것도 모자라 1인승 카누 같다는 악평을 들었다.

워낙 기괴한 생김새 때문에 애스턴 마틴의 모델이 단골처럼 등장하는 영화 007시리즈에 단 한 번도 등장하지 못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블룸버그는 지난 50년간 출시된 자동차 가운데 가장 못생긴 차, 타임지는 역대 최악의 자동차로 라곤다를 지목했다.

1세대에 5.3ℓ DOHC V8 엔진을 탑재해 280마력의 최고 출력을 발휘한 라곤다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갈리기도 했다. 시대를 앞서가는 외관이라는 찬사와 함께 세대를 거듭하면서 디지털 클러스터와 터치 패드, 팝업 헤드라이트 등 혁신적인 첨단 사양과 인테리어의 최고급 소재 덕분에 페라리, 마세라티 등의 슈퍼카와 대등한 가격에 판매됐다.<위키피디아 참고>

12년간 645대라는 초라한 판매 실적에도 라곤다는 리무진과 슈팅 브레이크 등 다양한 버전으로 생산됐다. 애스턴 마틴은 오리지널 라곤다의 단종 이후 몇 차례 부활을 했고 올해 제네바 모터쇼에서는 애스턴 마틴 전동화 전략의 시작이 될 전기차를 '라곤다 비전 컨셉트(사진)'로 명명하며 라곤다라는 모델명에 강한 집착을 보였다. 

애스턴 마틴의 걸출한 모델이 가진 화려한 역사와 달리 초라하게 퇴장했던 모델이지만 "애스턴 마틴의 가장 상징적인 이름"이라는 스스로의 자부심 덕분에 라곤다의 흑역사는 다시 새롭게 정의될지도 모를 일이다.

라곤다는 1906년 영국에서 시작된 제조사로 르망24시 내구레이스 등 유럽의 각종 레이스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명성이 높았다. 1947년 애스턴마틴 산하 브랜드의 됐지만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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