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역사 #6] 폭스바겐 Type181, 민간차로 변신한 나치스의 차

  • 입력 2018.10.01 10:00
  • 수정 2018.10.01 10:04
  • 기자명 김흥식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폭스바겐 타입 181(Type181)은 2차 세계 대전 당시 히틀러의 요청으로 페르티난트 포르쉐가 비틀을 베이스로 개발한 독일군 다용도 전술차량 '퀴벨바겐(Kübelwagen)'이 원조다. 

도어가 없는 대신 버킷 시트로 탑승자의 추락을 방지할 수 있도록 한 퀴벨바겐은 2륜 구동 방식에도 550kg에 불과한 가벼운 무게와 ZF사 자동 차동 자금 장치, 그리고 하부 전체를 매끈한 패널로 마감하고 높은 지상고로 완벽한 오프로드 성능을 갖췄다.

1938년 프로토 타입이 처음 등장했고 이후 2차 세계 대전이 본격화되면서 몇 차례의 부분변경을 거치는 동안 대량 생산을 통해 독일군에 납품됐다. 1945년 종전과 함께 단종됐던 퀴벨바겐은 1969년 타입 181이라는 모델명으로 부활했다.

타입 181은 퀴벨바겐보다 차체의 크기와 중량이 크게 늘린 4도어 카브리올레(오픈카)로 차량 후미부에 1.5리터, 1.6리터 엔진을 탑재했고 4단 수동변속기를 적용했다. 

당초 서독 육군의 전술용 군용차로 부활했지만 영국과 미국, 멕시코 등에서 1980년대까지 민간에게도 판매가 됐다. 영국에서는 트랙커(Trekker), 미국에서는 씽(Thing)이라는 모델명으로 판매됐지만 목욕탕 욕조, 비스켓 깡통이라는 혹평을 들었다.

매끈하고 세련된 디자인의 세단과 SUV가 쏟아져 나오는 시기, 타입 181은 자연스럽게 못생긴 차(ugliest motoring)로 지목을 받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2차 세계 대전 나치가 저지른 악행이 떠오르는 차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워낙 뛰어난 기동력을 갖고 있던 덕분에 타입 181은 대체 차량이 개발되기 이전인 1980년대 초까지 서독군과 유럽 나토에 5만대 이상 공급됐다. 타입 181의 후속은 폭스바겐의 일티스(Iltis, 타입 183)로 이어져 지금까지 세계 여러나라의 전술 군용차로 사용되고 있다.

약 2500만 명의 전사자와 3000만명에 달하는 민간인 희생자, 그리고 홀로코스트의 악몽을 남긴 2차 세계 대전에서 독일군 주력 지휘용 차량이라는 흑역사를 갖고도 종전후 부활해 지금까지 파시즘을 상징하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