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란서 자동차 #18] 샹제리제에서 만난 르노 120년 헤리티지

  • 입력 2018.10.01 05:44
  • 수정 2018.10.01 07:06
  • 기자명 김훈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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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문에서 콩코르드 광장까지 1.9km의 샹제리제 거리는 문화와 예술 그리고 패션의 도시 '파리'를 상징하는 대표적 관광명소다. 현재는 전 세계 명품과 패션, 유수의 글로벌 브랜드들이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하며 그 화려함을 더욱 빛내고 있다. 당초 17세기 이전까지 샹제리제는 버려진 늪지로 이뤄져 있었으나 나무를 심고 길을 넓혀 걷기 좋은 도로로 재조성된다. 다만 길만 있고 사람이 살지 않아 도둑과 매춘이 성행했으며 이후 프랑스 혁명 과정을 통해 상류층이 모여들고 19세기 말 파리의 도시 정비가 대대적으로 이뤄지면서 상점과 갤러리, 식당 등이 자리를 잡아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다양한 신상품이 매년 쏟아져 나오는 샹제리제 거리는 그 화려함 뿐 아니라 이 곳을 찾는 전 세계 관광객을 대상으로 브랜드 헤리티지를 알리는 장소로도 이용된다. 최근 방문한 샹제리제 거리에서 일반 자동차 전시장과 차별화된 콘셉트로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프랑스를 대표하는 자동차 그룹 르노의 '르노 아틀리에(L'Atelier Renault)'를 찾아 방문해 봤다.

르노 아틀리에를 설명하기 위해선 브랜드 설립자 루이 르노를 빼놓을 수 없다. 그가 1910년 파리 샹제리제 거리에 위치한 현재 건물을 직접 구입한 연유로 르노 아틀리에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1899년 루이 르노, 마르셀 르노, 페르낭 르노 형제가 설립한 르노 자동차는 첫 양산차 타입 A, 그리고 1900년 세계 최초의 살롱으로 선보인 타입 B를 제작해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가업으로 단추 공장을 운영하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루이 르노는 13살 때 증기차 제작자인 레옹 세르폴레의 차량에 반해 스무살이 되던 해 시속 32km의 2인승 루이 르노 1호차 '타입 A'를 제작한다. 타입 A는 이전 벨트와 자전거 체인으로 구동력을 전달했던 방식과 달리 프로펠러 샤프트와 디퍼렌셜 기어를 탑재해 뒷바퀴로 구동되는 직접변속기 방식을 처음 적용한 차량이다. 루이 르노는 1899년 친형인 페르낭과 마르셀을 설득해 자동차 회사를 설립하고 같은해 파리 박람회에 르노 1호차를 출품하며 60대의 주문을 받아냈다.

1913년 르노는 연간 1만대가 넘는 승용차와 상용차를 생산하며 프랑스에서 가장 큰 자동차 회사로 성장하게된다. 당시 르노 차량 중 상당수는 소형 2기통 엔진으로 대부분이 택시로 팔려나갔으며 르노 택시는 파리 거리에서 약 3000대가 운영되는 등 부흥기를 맞는다. 1차 세계 대전을 거치고 르노는 프랑스 육군용 화물차와 탱크를 생산한 덕분에 자산 규모가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민수용 자동차 시장에서는 경쟁자들에게 밀리기 시작하고 이후 6기통 승용차와 8기통 레나스텔라를 1929년 출시하며 다시 민수용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게 된다. 

이후 르노의 대형차 생산은 1939년 9월, 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며 중단 됐으나 소형 4기통 모델인 주바카트르, 노바카트르, 프리마카트르의 생산은 1940년 5월, 프랑스가 독일에 점령되기까지 이어졌다. 전쟁이 오래지 않아 끝날 것이라 믿은 루이 르노는 종업원들의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공장 가동을 이어갔고 독일군은 그의 공장을 접수했다. 그리고 1944년 8월 파리가 해방을 맞이한 후 르노는 독일에 협력한 죄로 체포돼 투옥 중 숨을 거둔다.

프랑스 정부는 루이 르노의 사망 후 남은 재산을 몰수한 뒤 1945년 르노를 국유화하고 다시금 대중차 생산으로 방향을 잡는다. 국영 체제하에서 르노는 1974년 시트로엥의 베를리에 자동차 회사를 인수하고 1983년 미국의 맥트럭의 대주주가 된 데 이어 1981년 푸조의 유럽 닷지(Dodge) 트럭 사업부 지분을 매입하는 등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그리고 1996년 민영화된 르노는 1999년 닛산과 자본 제휴를 맺는 한편 루마니아의 다치아 지분도 인수한다. 이후 1980년 초반 에스파스 MPV를 선봉에 내세우며 다시금 업계 선두에 자리한다. 이후 디자인 책임자 파트릭 르 케망의 지휘 아래 르노의 새로운 디자인 르네상스는 1990년대까지 이어졌다. 르노는 닛산 뿐 아니라 프랑스 기업인 푸조와도 협력관계를 맺고 자동차 이외에도 농업·임업용 장비, 선박·산업용 엔진, 기계도구, 특수강철 제품 등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 방문한 르노 아틀리에는 이런 르노의 헤리티지를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으며 또한 향후 미래 자동차 비전도 함께 엿볼 수 있었다. 투명 유리로 건물 외벽을 제작해 실내와 실외에서 모두 볼 수 있는 아틀리에는 지난 2000년 개장 후 현재까지 누적 방문객이 2500만명을 넘을 만큼 샹제리제 거리의 스토어 중에서도 인기다.

1400㎡ 크기의 아틀리에 실내는 주기적으로 구조 변경을 통해 전시 내용을 바꿔가며 다양한 차종을 선보이는 1층 공간을 비롯해 2층에선 식사와 간단한 음료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최근 방문한 그 곳에는 르노의 F1 머신과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통해 선보인 '심비오즈(Symbioz)'를 전면에 배치하고 전기차 '조에(ZOE)'를 비롯해 클리오 R.S., 캡처, 메간느 등을 전시하고 있었다. 또 르노 타입 A도 있어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 공간에서 모두 만나 볼 수 있었다.

보통 모터쇼를 제외하면 일반에 쉽게 공개되지 않는 콘셉트카를 르노는 심비오즈를 아틀리에 전면에 배치해 브랜드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하는 모습이다. 르노가 추구하는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제시하는 심비오즈 콘셉트카는 2030년까지 르노가 구현하고자 하는 자율주행과 전동화, 모빌리티에 대한 제안을 어필한다. 4인승 쿠페의 매끄러운 후면 디자인이 살짝 드러난 심비오즈는 미래의 이동성과 라이프 스타일, 그리고 환경에 대한 과제를 풀기 위해 개발됐으며 르노의 자율주행 및 전기 시스템 그리고 커넥티드 모빌리티를 미리 엿 볼 수 있다.

차명인 심비오즈는 고대 그리스어인 '함께 사는'을 뜻하는 'sumbiosis'에서 유래된 단어이다. 단어 끝의 'Z'는 르노 EV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배출가스 제로 테크놀러지'를 가리킨다. 르노에 따르면 심비오즈가 구현하는 미래의 자동차는 교통 인프라와 디지털 라이프 스타일이 조화를 이뤄 서로 상호작용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르노 아틀리에에는 현재 판매 중인 양산차를 단순 차량 전시에 그치는 게 아닌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장점들을 어필하고 있었다. 이런 이유로 아틀리에를 찾는 관람객들은 자녀의 손을 잡고 찾는 가족이 대부분으로 이 들은 체험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이다. 이 밖에도 아틀리에에는 모터스포츠 관련 용품과 다양한 기념품이 마련돼 방문객들의 발길은 끄는 요소로 작용하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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