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 음주에 대추 깍아 먹고 '대형 버스' 안전 불감증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18.09.29 09:59
  • 수정 2018.09.29 19:12
  • 기자명 오토헤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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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사고는 목숨까지 잃는 경우가 많아서 다른 사고와 달리 위험요소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고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항상 경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고속으로 운행하는 특성상 조금이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큰 사고로 이어진다. 

작년 교통사고 사망자가 OECD 국가 평균 3배나 되는 4180명인 우리나라는 따라서 교통 후진국이라 할 수 있다. 자동차 중 대표적인 대중교통수단인 버스의 경우는 한 번에 수십 명이 탑승하고 있어서 작은 사고에도 그 정도가 심각하다.

따라서 선진국에서는 다른 교통수단보다 안전 기준을 엄격하게 정하고 관리와 점검을 수시로 하고 있다. 유럽은 고속버스의 경우 일정 간격으로 장시간 휴식을 해야 하고 연장근무도 허용되지 않는다. 안전에 대한 엄격한 검사와 함께 벌칙조항도 매우 강하게 적용한다.

이에 비해 우리는 법과 제도가 부재한 상황이다. 안전점검은 유명무실하고 형식적인 경우가 많으며, 운전자 자격을 검증하는 제도 역시 부실하다. 근무와 휴식에 대한 모호한 규정조차 형식적이다. 근무시간은 길고 운행시간이 길어서 고된 근무로 심각한 피로가 누적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약 2년 전 경부고속도로에서 간단한 접촉사고가 연료탱크가 터지는 화재로 이어져 탑승자 10여명 전원이 사망한 사고도 무자격 운전자, 비상조치, 버스 구조 등 총체적 문제점을 드러내는 일이 있었다. 그런데도 매년 유사한 사고가 수시로 발행하고 있다.

사후 약방문식으로 난리를 치고 있지만 곧바로 없었던 일이 되는 관행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명절 연휴 때 발생한 버스 사고도 다르지 않다. 다행스럽게 큰 인명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왜 사고가 났는지를 알면 가슴을 쓸어내리는 극히 위험한 순간이었다. 

음주 운전으로 이미 면허가 취소된 무면허 운전자가 아무런 제재없이 심각한 음주 상태에서 4시간 이상 운전을 하다 발생한 사고였기 때문이다. 이 운전자가 어떻게 자격을 유지했고 버스를 운전할 수 있었는지 의아스럽기만 하다. 

고속도로 운행 중 차선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좌우로 움직이는 버스를 주변 운전자의 신고로 단속이 되지 않았다면 남은 자리하나 없이 꽉 찬 승객들이 어떤 사고를 당했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더욱 황당한 사건도 있었다. 고속버스를 운전자가 고속으로 운전하면서 과도로 대추를 들고 깎아 먹는 장면이다. 

이런 모습을 탑승자가 영상을 찍어 올리면서 대형 버스 운전자에 대한 심각한 관리의 허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 사실을 항의하는 탑승자에 버스회사가 건성으로 대처하는 모습도 우리의 현실이다. 당장 사고만 아니면 된다는 인식이 뿌리 깊이 박혀 있는 구시대적 관행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대중교통 수단인 버스의 안전은 심각하다. 이러한 사례 하나하나가 우리 대중교통수단인 버스의 운행실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 수 있게 한다. 사고가 나지 않아서 다행이라 할 수 있지만 우리의 현실과 대책이 심각성을 넘어 후진적이고 미개한 수준임을 알게 한다. 

정부는 이런 관행이나 허점이 대형버스의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예방 차원의 대책을 강력하게 마련하고 시행해야 한다. 지금의 안일한 대응으로 언제 어디서 또 대형 버스의 대형 사고가 발생할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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