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獨 잉골슈타트, 아우디의 역사와 미래를 탐하다

  • 입력 2018.09.28 12:30
  • 수정 2019.02.12 22:05
  • 기자명 김훈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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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그룹에 포함된 고급차 브랜드 아우디(Audi)는 독일 현지에서 80세 이상의 노인들에게 여전히 '아우토 유니언'으로 불린다. 1932년 아우디 설립자 아우구스트 호르히가 독일 작센 지방을 대표하는 자동차 업체 반더러(Wandere), DKW, 호르히(Horch), 아우디를 합병하며 아우토 유니언(Auto Union AG)을 설립한데 따른 것이다.

1958년 다임러에 인수되었다가 1964년 현재의 폭스바겐그룹에 속한 아우디는 1972년 선보인 4기통 엔진의 '아우디 80'을 통해 브랜드 입지를 다지고 '기술을 통한 진보(Vorsprung durch Technik)'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앞세워 풀타임 4륜구동 시스템 '콰트로(Quattro)'와 디젤 터보 직분사 엔진 등 첨단 기술을 개발하며 전 세계 시장에서 고급차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이런 아우디의 과거는 독일 바이에른 주의 공업 도시 잉골슈타트에 위치한 아우디 박물관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지난 27일(현지시각) 방문한 아우디 본사와 공장, 전시장 및 출고장, 박물관을 포함한 ‘아우디 포럼’은 브랜드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한 눈에 파악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아우디 포럼은 백발의 노인부터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들까지 다양한 계층의 방문객들이 찾고 있었다. 출고장은 온가족이 함께 방문해 인수받을 새 차를 직접 만져보고 두드려가며 기능 설명을 듣는데 집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신차 전시장에는 20대 젊은이부터 백발의 노인까지 아우디의 최신 라인업을 자유롭게 관람하며 달콤한 상상에 젖어들었다. 

이 곳 아우디 포럼 중에는 단연 다양한 클래식카를 볼 수 있는 박물관이 가장 많은 관람객으로 붐볐다. 2000년 12월 15일 개관한 아우디 박물관은 직경 51㎡의 원형 건물로 외관은 투명 유리로 둘러싼 디자인으로 어디서든 쉽게 눈에 띄었다. 박물관 디자인은 아우디가 내세우는 투명성, 개방성, 이동성을 상징한다. 투명한 박물관은 방문객들이 안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고, 정문 옆 순환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14개 모형은 박물관 안과 밖에 있는 방문객 모두의 시선을 끌었다. 4층짜리 건물의 내부는 원형인 바닥, 그리고 그와 같은 점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나무의 나이테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이다.

아우디 박물관을 준비한 아우디 프로젝트 팀은 아우디 전통부서 내 역사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50대가 넘는 자동차와 30대가 넘는 바이크 및 자전거를 실제로 움직일 수 있게 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한다. 또한 박물관을 관람하다 보면 되풀이되는 테마 하나가 있는데 바로 자동차의 발전과 자동차의 가동성이다. 자동차의 발전 과정을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함께 설명하고 아우디, NSU 및 기타 아우토 유니온으로 합병되기 전 자동차 회사들의 모델들을 전시를 통해 설명한다.

박물관 내부는 뮌헨의 디자인 에이젼시 KMS가 제시한 나이테의 개념을 넣어 고객을 위한 오픈 포럼을 제공한다. 아우디 브랜드의 유산과 전신 회사들의 유산을 연결하는 고리, 자동차의 이동성과 사회 간의 상호 연관성을 테마로 잡고 있다. 또한 해당 전시는 예술과 문화 등 자동차와 구체적인 연관성이 없는 주제들을 전체 콘셉트에 편입시킨 부분 역시 특징.

방문객들은 지하 1층에 있는 원형 영화관을 시작으로 22.5m 높이의 원형 건물을 돌아가며 관람이 이뤄진다. 박물관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7분짜리 영화는 가동성, 이동성 및 역사라는 토픽을 소개한다. 직경이 22m인 영화관은 초현대적인 영사기술과 높이 3m, 120도 영사면으로 이뤄져,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한다. 또한 주기적으로 이 곳에서 이벤트가 펼쳐져 음악회 등 문화 행사가 이뤄지기도 한다. 

영화관을 나오면 방문객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간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LED로 표시된 날짜가 지나가는데 엘리베이터가 위로 올라갈수록, 2000년에서부터 1899년으로, 연도를 나타내는 숫자가 점점 줄어들고 그 속도도 점차 빨라진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날짜는 1899년으로 시간여행을 온 것처럼 여겨진다. 

넓이가 1260㎡인 이 3층에는 시간여행을 통해 방문객들이 1949년까지 아우디 역사를 살펴볼 수 있게 전시 테마가 짜졌다. DKW의 설립자 Jorgen Skafte Rasmussen(1878-1964), 아우토 유니언의 경주용차를 디자인 했던 Robert Eberan Eberhorst(1902-1982) 박사, 그리고 DKW와 아우토 유니언의 이사였던 Carl Hahn(1894-1961) 박사 등 방문객들은 3층을 돌면서 초창기의 자동차 제작 기술에 대해서 배우게 된다. 이때 각종 도표와 유리 패널, 그리고 Horch, 아우디, Wanderer의 초창기 클래식카를 만날 수 있다.

이후 계단을 따라 2층으로 내려가면 공중에 매달린 바이크가 나타난다. 2층 바닥이 보이면 DKW ZW 500과 Wanderer K 500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것은 마치 무중력 상태에서 하늘을 떠다니는 것과 같은 모습으로 전시됐다. 또한 대형 거즈 패널은 대공황이 자동차 산업에 미친 충격을 의미한다. 1929년 10월 19일 검은 금요일이라고 역사에 기록된 이날은 이전 존재했던 60개 자동차 회사의 이름이 거즈 패널을 통해 남겨진다. 그리고 거즈 패널은 1929년과 1936년 사이에 어떻게 독일 자동차 회사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는지를 70초 동안 보여주며, 파산한 순서대로 회사이름이 한 개씩 사라지고 결국 살아남은 16개 회사의 이름이 불이 켜진 채로 남는다.

1932년에 아우디, DKW, Horch, 그리고 Wanderer Berke가 아우토 유니온으로 합병된 사건은 두 가지 효과를 통해 그려진다. 방문객이 이 전시회장에 가까이 다가가면 먼저 천장 높이의 4개 유리패널을 보게 되는데 각 패널에는 회사의 로고가 그려진 고리가 한 개씩 있으며 다가갈수록 각도가 달라지면서 4개 고리는 서로 겹쳐지고 아우토 유니온의 상징인 지금의 아우디를 의미하는 4개 고리를 형성하게 된다.

이어 2층은 아우토 유니온의 소개와 아우디의 전후 역사를 다루고 있다. 이곳에선 아우토 유니온 직원들이 어떻게 작센에서 서부로 도주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회사가 바이에른과 특히 잉골슈타트에서 재건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곳에선 잉골슈타트의 생산 공정 사진과 함께 전후 소비에트가 점령한 작센을 떠나 잉골슈타트로 이주한 일꾼들의 초상화를 슬라이드 형태로 볼 수 있다. 특히 DKW RT 125에서부터 DKW Hummel moped에 달하는 7종의 바이크는 독일의 경제 기적과 더불어 바이크가 대중교통 수단으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를 보여준다.

이 밖에도 이후 전시는 폭스바겐의 인수 후 아우디 100의 탄생과 함께 아우토 유니온의 대표 브랜드로 아우디가 자리 잡게된 배경에 대해 설명한다. 1974년에는 석유 파동에 대응해 경제성을 높인 소형차 아우디 50(Audi 50)이 출시되고 1976년는 새로운 5기통 엔진을 장착한 2세대 아우디 100이 출시되는데 이런 부분도 빼놓지 않았다. 또 한편에는 아우디 콰트로 시스템을 이용해 1984년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1, 2, 3위를 모두 차지하는 등 세계 각지의 모터 스포츠에서 우승을 거두면서 기술력을 입증한 브랜드 역사를 담고있다.

한편 아우디는 지난 역사를 바탕으로 양산형 순수전기차 e-트론의 출시를 예고하는 등 계속적인 기술적 진보를 보이고 있다. 95kWh급 리튬 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해당 차량은 국제표준주행모드(WLTP)로 400km가 넘는 주행이 가능하다. 아우디는 e-트론을 계기로 내년 2번째 전기차인 e-트론 스포트백을, 오는 2020년에는 순수 전기 콤팩트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여기에 또 최근에는 세계 최초로 레벨 3 조건부 자율주행이 가능한 A8을 한국 시장에서도 수입차 업계 최초로 국토부 자율주행차 임시 운행허가를 획득하는 등 국내 및 글로벌 시장에서 미래 자동차 분야 선점을 위한 노력에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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