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란서 자동차 #14] 자동차 역사와 동고동락 '르망 24시 박물관'

  • 입력 2018.09.25 07:54
  • 수정 2018.09.25 12:03
  • 기자명 김훈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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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남서쪽으로 215km, 차로 약 2시간 반을 달려 프랑스 중부에 위치한 인구수 약 15만명의 '르망(Le Man)'에 도착했다. 도시 중심으로 사르트강이 흐르는 르망은 노르망디에서 루아르강 연안으로 향하는 도로와 브르타뉴와 파리를 연결하는 도로의 교차점에 발달해 로마 시대부터 도시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예로부터 마공업이 성행한 도시는 철도의 중심지로 발달하며 인구수가 급격히 늘어났고 기계·섬유·식품·전자·전기공업이 고르게 발달했다. 이곳에선 해마다 6월이 되면 '라 샤르트 서킷'에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동차 내구레이스 '르망 24시(The 24 Hours of Le Mans)'가 펼쳐져 더욱 유명해졌다.

자동차 발전의 역사와 함께하고 유럽 자동차 문화의 근간을 이뤘다 해도 과언이 아닌 르망 24시 레이스는 1923년 첫 대회를 시작으로 약 100년 가까이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자동차의 최고 스피드를 겨루는 여느 대회와 달리 24시간 동안 운전자 3명이 번갈아 가며 13.629km에 달하는 서킷을 가장 많이 도는 차량이 우승하는 르망 24시 레이스는 평균 300km/h를 넘는 폭발적 속력과 차량의 내구성을 검증하는 대회로 유명하다.

그리고 대회가 열리는 라 샤르트 서킷에는 1961년 설립 후 지난 1991년 르망 24시 박물관으로 거듭난 '르망 24시 박물관'이 자리했다. 르망 24시 레이스의 과거 우승 차량을 비롯해 자동차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다양한 보물들이 전시된 박물관에는 1세기 가까이 이어온 내구 레이스를 담고 있다.  

최근 방문한 르망 24시 박물관은 평일임에도 모터스포츠와 자동차에 관심을 기울인 방문객들을 간간히 만나 그 인기를 알 수 있었다. 성인 기준 8.5유로 입장권은 박물관 입구에 진입 후 기념품 가게에서 구입 할 수 있다. 또한 기념품 가게에는 자동차 모형과 의류, 관련 용품 등 다양한 상품들이 전시돼 특별히 모터스포츠에 관심이 없던 이들도 관심을 기울일 만한 디자인 용품들이 즐비했다. 단, 가격이 만만치 않아 가슴 깊이 숨겨둔 지갑을 여는 데는 수차례 망설여진다.

입장권을 구매 후 좌측 전시관 입구를 통과하면 시대별로 일목요연하게 르망 24시에 대해 잘 정리된 공간과 마주하게 된다. 박물관 이동 동선이 바닥에 표시되어 입장 후 오른쪽부터 순차적으로 관람하면 되는데 시작은 대회를 만든 인물과 역대 기념적인 우승자를 중심으로 소개됐다.  

르망 24시 레이스가 자동차 발전의 역사와 함께했다는 증거는 해당 전시를 통해 더욱 명료하게 드러난다. 이미 잘 알려진 바처럼 세계 최초의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자동차는 칼 벤츠의 손을 거쳐 제작된 '페이턴트 모터바겐'이다. 다만 당시로써는 주된 교통수단인 말과 마차를 대신한 자동차가 본격적으로 일반에 판매되기 시작한 것은 프랑스에서 비롯됐다.  

초창기 자동차는 증기기관의 형태로 마차에 가까운 모습을 띠었으며 이후 19세기말 프랑스 산업혁명과 함께 고도의 발전을 이룬다. 이와 함께 1894년 프랑스에선 세계 최초의 자동차 레이스가 펼쳐졌으며 산업은 급가속을 달린다.

박물관에는 르망 24시 내구레이스의 시초라 할 수 있는 대회부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자동차와 드라이버 소개로 첫 코스를 구성했다. 이어 긴 통로를 지나면 미니어처와 함께 르망에 출전했던 자동차들이 전시된다. 그리고 1925년부터 1973년까지 당시 대회장의 모습을 미니어처로 구성해 한 눈에 시대별 변천사를 볼 수 있다.

또한 박물관에는 평소 볼 수 없던 클래식카들이 다량 전시되었는데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세월의 흔적을 빗겨나간듯 보존이 잘 된 구급차와 소방차, 급유차들로 이들은 모두 자동차 경주에 사용된 차량들이다. 그리고 증기기관을 바탕으로 마차에 가까운 형태를 이루는 클래식 모델들 역시 만날 수 있다.

물론 르망 24시 초창기 우승을 거머쥔 모델들도 전시됐다. 첫 대회를 이끈 프랑스산 모델부터 1927년부터 1930년까지 줄곧 우승을 차지한 벤틀리도 빼놓을 수 없다. 이어 모터스포츠를 위해 자동차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닌 페라리의 역대 우승 차량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또 다른 모터스포츠 혈통, 포르쉐와 1966년 깜짝 우승을 차지한 포드의 차량들이 전시됐다.

1970~80년대까지 르망 24는 포르쉐 차량들이 포디엄의 가장 높은 자리를 줄곧 차지했다. 이어 잠깐의 공백기와 1996년 다시 복귀까지 재규어, 마쯔다, 푸조 등의 브랜드가 1위를 번갈아 갔다.

그리고 90년대 말 포르쉐의 은퇴 선언 후 지난 2014년까지 아우디는 총 13번의 우승을 차지하며 르망에서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이후 포르쉐가 2013년 다시 복귀를 하고 2015년 정상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3년간 포르쉐는 919 하이브리드를 통해 줄곧 우승을 차지해 왔으며 올해 열린 대회에선 토요타에 타이틀을 내주게 된다.

이 밖에 이날 방문한 박물관에는 특별전 형식으로 블루와 오렌지를 상징하는 차량들을 한데 모은 전시도 펼치지고 있었다. 독립된 공간으로 구성된 해당 전시관에는 르망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모델 '포드 GT 40'과 포르쉐 차량들이 다양한 형태로 방문객을 맞이했다.

한편 유럽 자동차 역사와 함께 동고동락한 르망 24시 레이스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이곳 박물관 관람을 강력히 추천한다. 특히 박물관과 서킷 주변에는 파리에서도 쉽게 볼 수 없던 고성능 스포츠카와 클래식 자동차가 자주 출몰하니 이를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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