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역사 #4] 전장을 누비고 싶었던 람보르기니 LM002

  • 입력 2018.09.23 09:27
  • 수정 2018.09.23 09:3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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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슈퍼 SUV는 람보르기니 우루스가 아니다. 30년도 전인 1986년 명성에 걸맞지 않은 스타일에 거대한 차체가 레고로 조립한 것처럼 엉성해 보이는 LM002가 람보르기니 최초의 SUV다.

트랙터로 시작한 람보르기니의 역사에 어울리는 듯한 외관을 가진 LM002는 미국에 있는 람보르기니의 협력사 MTI가 1970년대 미군에 납품하기 위한 '군용'을 목표로 개발한 치타 컨셉트(LM001)를 기반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고성능 슈퍼카와 전혀 다른 요구 사항을 충족시켜야 하는 고기동 군용차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람보르기니는 결국 군용차 개발 계획을 포기했고 LM002는 치타 컨셉트 LM001을 기반으로 한 두 번째 프로젝트의 결과물이었다.

엄격하게 말하면 람보르기니 최초의 SUV는 세상에서 빛을 보지 못했지만, LM001인 셈이다. LM002도 주목을 받는데는 실패했다. 방탄 기능을 갖춘 고기동 장갑차라고는 해도 5.2ℓ V12 휘발유 엔진(450마력)이 2.7t에 달하는 엄청난 중량을 기동성 있게 움직이지 못했다.

당시 궁색했던 회사의 경영 상태를 미군 납품으로 살려 보려 했던 람보르기니는 이 프로젝트가 무산되자 LM002를 일반인에게 판매해 상황을 반전시키려 했지만 이 결과 역시 신통치 않았다.  람보르기니라는 브랜드에도 불구하고 7년간 300여 대가 팔리는 데 그쳤던 것.

대부분 중동 부호에게 팔린 것으로 알려진 LM002는 사담 후세인의 아들인 우다이 후산(Uday Hussein)이 소유한 수 많은 슈퍼카 가운데 하나로도 알려져 있다. 우다이는 2003년 모술에서 미군 특수부대에 의해 처형됐다.

람보르기니가 LM002를 미군 군용차로 납품하는데 성공했었다면 또 다른 이야기가 나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또 하나, 당시와 다르게 LM002는 독특한 디자인이 다시 평가를 받고 워낙 희소한 가치로 지금 현재 미국 중고차 거래 사이트에서 평균 40만 달러(우리 돈 4억5000만 원)의 매물로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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